트위스터스 - 초간단 후기
얀 드봉이라고 불렀던, <스피드>로 대박을 냈던 감독님의 <트위스터>를 본 게 벌써 30년이 되어가는군요. 세기말이라는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때였는지는 몰라도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 같은 영화들이 출연하기 몇 년 전, 매우 생경한 날씨를 추적하는 이야기로 <트위스터>가 개봉을 했더랬지요. 이 다음 해에 <단테스 피크>나 <볼케이노> 같은 영화가 개봉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할리우드에서 형성된 하나의 기류로 파악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튼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토네이도를 좇는다는 설정 자체가 생경했던 터라 재미를 떠나 낯설다는 생각이 영화 끝까지 가시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에 'S'하나를 붙인 영화가 등장했습니다. 혹자는 속편이라고도 하는데 정작 속편이라고 말하기에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영화'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뭐 어쨌든, 속편은 속편이겠지요.
살펴볼 부분 하나는, <미나리>로 미국 내에 아시안 중 극소수인 한국계 이민자 관련 이야기를 독립영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그려낸 감독이 막대한 예산을 들인 블록버스터를 컨트롤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죠. 거두절미 결과만 놓고 말하면,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해줄 수 있겠네요. 물론 완벽한 결과물이라는 이면에는, 상업영화의 박스오피스적인 성공과 매끄러운 영화적 완성 같은 걸 말하겠습니다. 실제 영화 면면을 들여다 보면 캐릭터의 부차적 서사는 클리셰에 가깝고 특별히 관객이 낄 틈이 없을 정도로 생각할 필요도 없는 영화로 끝이 납니다. 즉 "영화"라고 따져볼 때 개입의 여지가 없다는 점은 좋고도 나쁜 것이거든요.
어쨌든 "매우 잘했어요", 그건 확실합니다.
영화는, 96년의 영화에서 조금 더 나간 지점이 있습니다.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1996년의 영화가 캐릭터 사이의 사적인 관계와 데이터의 정확한 수집에 초점이 맞추어졌더라면, 이 영화는 2024년대에 어울리게끔 바뀌었습니다. 토이네도 즉 미국 내에서 발생하는 이런 돌풍으로 인한 재앙을 잘 그려냈고 억지 로맨스보다는 인류애 같은 인간적인 면모를 아우르려 했다는 점이겠죠.
글렌 파웰은 영화 속 이런 이미지가 언제까지 먹힐지 모르겠지만 매력적이었고, 데이지 에드가 존스 역시 당당히 블록버스터를 책임 질 만큼 극을 이끌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네요. 이 둘을 이끌어 거대한 <트위스터스>를 일으켜낸 정이삭 감독 역시 참 잘했다, 거듭 말해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솔직하게 별점을 주라면, 둘 반 정도이겠지만, 범용적인 재미로 많은 이들이 좋아하실 영화였습니다. 하나 아쉽다면, 개봉 시기이겠네요. 급작스러운 신작 개봉 트위스터 속에서 살아남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