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터스 - 기특하고 참신한 여름 블럭버스터
![MJ](http://img.extmovie.com/files/member_extra_info/profile_image/132/003/3132.jpg?20240505152921)
할리우드가 이제 깨달았습니다. 화려한 그래픽보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스타파워보다 감독파워가 더 중요하다고. 토네이도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사실을 드디어 깨달았습니다.
지금 관객들은 소가 날아가는 CG를 보고 더 이상 놀라지 않습니다. 96년 '트위스터'가 나온 이후 기술 발전은 토네이도 속도만큼 빨랐거든요. 이제 진실한 이야기와 사람 냄새나는 대화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노련한 제작자 스필버그는 기획 단계부터 제대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스토리에 조셉 코진스키. '탑건: 매버릭' 감독. 몇억 달라 전투기보다 인간 파일럿 한 명이 더 중요하다고 이미 증명한 사람입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독립영화 '미나리'로 대성공을 거둔 정이삭 감독 역시 탁월한 선택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두 인물이 중심입니다. 토네이도로 가까웠던 친구를 잃고 뉴욕 기상청에 근무하는 케이트(데이지 에드가 존스). 단순히 토네이도를 좇아서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게 아니라 토네이도를 '길들이겠다'라는 포부를 가지고 있죠. 화학적 처리로 토네이도를 소멸시키기 위해 연구합니다. 케이트 반대편에 서 있는 남자 사람이 있습니다. 토네이도를 길들이기는커녕 토네이도 위에 올라타 폭죽을 쏘며 카우보이처럼 소리 지르는 타일러(글렌 파웰). 타일러는 토네이도를 좇아가 유튜브 라이브를 하고 본인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나 머그컵을 팝니다. 토네이도교를 창시한 사이비 교주처럼 보입니다. 물론 영화는 두 토네이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처럼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같이 살아가며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토네이도 장면 말고는 느릿하고 편안한 장면들이 대부분입니다. 컨트리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캠프파이어를 합니다. 실제 카우보이들이 소나 말 타거나 하는 장면이 정겹습니다. 케이트 집에서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면서 세 사람이 정원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무해합니다. 아무런 대사도 없이 음악과 풍경을 보여주는 장면도 많습니다. 영화는 케이트가 지키려고 하는 대상을 끊임없이 바라봅니다. 바로 고향땅과 사람들이죠.
물론 방해꾼도 있습니다. 뉴욕까지 찾아와 본인 팀에 합류하라고 부탁하는 옛 친구 하비(안소니 라모스). 하비와 같이 일하는 '스톰 파'의 멤버들은 어딘지 모르게 케이트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톰 파' 투자자는 더 수상합니다. 얼굴도 몸도 탐욕스럽게 생겼습니다. 하비는 투자자와 함께 있을 때마다 케이트에게 잠깐 다른 곳에 있으라고까지 합니다.
토네이도는 빠르게 생겼다가 크게 피해 입히고 다시 빠르게 사라집니다. 왜 생기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 역시 그렇습니다. 왜 힘들게 서부에 사는지도 모르겠고 토네이도라는 악조건에도 왜 떠나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이는 똑같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아무리 봐도 오클라호마는 사람 살기에 힘든 땅입니다. 피할 수 없으니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타일러와 친구들을 잃으면서까지 피해를 막아보려는 케이트가 어떤 방향으로 합쳐지는지 보여주는 게 '트위스터스' 진행 경로입니다. 카우보이와 시티걸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그래서 엔딩 장면에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결자해지란 말은 바로 여기에 써야 합니다. 제작자 스필버그는 정이삭 감독에게 '키스 엔딩'을 없애라고 했답니다. 그만큼 상투적인 장면이 없습니다. 시간만 채우는 대사도 없습니다. 악당이 나와도 나쁜 짓만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키스하고 카메라는 빙글빙글 도는 그런 엔딩도 없습니다. '트위스터스'는 고향땅과 사람들을 바로 옆에서 여러 각도로 깊숙이 보여줍니다. 토네이도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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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할까 말까 하는 느낌의 엔딩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