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터스>를 보고 (스포O)
<미나리>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정이삭 감독의 차기작 <트위스터스>를 보고 왔습니다.
28년 만의 속편이라는 점, 여름영화에 어울리는 재난영화라는 점 등 다양한 셀링 포인트가 있지만 시네필분들에게는 특히나 정이삭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 작은 인디영화를 만들던 그가 맡게 된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 신선함에 관심과 호기심이 들더군요. 원작은 미처 보지 못 해서 전작에 대한 느슨한 오마주 등을 캐치하는 재미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제 게으름을 탓해야겠죠^^
<트위스터스>는 전체적으로 큰 고저 없이 신파없이 담백하게 무난한 재난 영화입니다. 태풍을 단순히 영화의 소재나 배경으로 삼는 게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로 삼아 태풍을 상대로 주인공이 고군분투를 버리는 극인데,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도 하고 재난 영화의 클래식함이 느껴집니다. 중간중간 미국식 유머를 잘 녹이는 여유와 재치도 보이고 무엇보다 준수한 심리 묘사가 강점입니다. 특히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게 중요한 영화에서 연기 외에도 시각적으로 그러니까 영화적으로 잘 보여준달까요.
재난 영화이긴 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면모를 지니기도 했습니다. 서로 다른 성향의 남여 주인공이 결국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로 볼 수도 있을 거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로도 볼 수 있으며, 재난을 액션 블록버스터의 소재가 아니라 꽤나 진지한 고찰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가 정이삭 감독임을 상기시키면 '사람'중심적인 측면도 확인할 수 있을 거고요.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캐릭터의 내적 성장을 단단하게 잘 연기하고, 글렌 파월은 <페이크 러브>에 이어 다시금 섹시한 남성을 연기하며, 토네이도는 영화의 스케일을 제공하는 동시에 영화의 드라마를 시각하는 요소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느슨한 수미상관 구조로 얼개가 짜여 있는데 프롤로그와 클라이맥스에서 상황을 엇비슷하게 반복하면서 주인공의 내적 성장을 보여주기도 하고 극을 정점으로 끌어올려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토네이도가 오기 전에 주인공이 촬영하는 모습으로 본격적으로 상황의 시작을 알리는 식이나 위기 상황이 직면했을 때 지렛대를 활용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태풍을 길들이기는 중요한 순간이 반복되는데 전후 다른 결과를 빚어내면서 극의 종결법으로 삼기도 합니다. 후반부 극장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맥스는 붕괴된 스크린 벽 너머로 현실적 재난에 대한 영화적 상상의 해법이 인상적으로 잘 쓰인 인상이었네요.
하지만 이 무난한 영화는 유사한 시퀀스가 자주 반복되면서 천천히 하나하나 감정적 퀘스트를 깨듯 전개되는데 그래서인지 극이 후반부로 갈수록 축 늘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보니 재난영화로써의 긴장감이나 성장 드라마로써의 울림이 많이 희석되고 122분의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 참고로 영화의 엔딩 끝에 바로 에필로그 형식의 영상이 붙으니 다 보고 나오시길 추천드립니다.
- 별점 : ★★★
추천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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