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고질라 삼부작 후기
일본 본토에서 만든 신토불이 <고질라 마이너스원>이 호평일색을 받고 있다보니 제 머릿속에서 한 삼부작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막 넷플릭스가 국내에 고개를 내밀었을때 전 이 시리즈를 주목했었어요
일본에서 만든 또 다른 신토불이라 할 수 있는 고질라 애니 삼부작입니다
<시도니아의 기사>와 넷플릭스에서 <블레임!>을 만든 이력이 있는 폴리곤 픽쳐스에서 제작하고 각본은 무려 우로부치켄이 맡게 되어서 덕후들에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겠죠
내용은 간단하게 요약 가능합니다
안 그래도 괴수들의 습격도 일상처럼 느껴질 무렵 고질라가 나타남에 따라 지구에서 거주하기가 너무 빡세진 인류는 마침 지구에 교류하러 온 외계인 종족 엑시프와 빌루사루도와 함께 고질라를 격퇴하려던 모든 시도가 실패하며 마치 고질라에게 쫒겨나듯 우주로 나가게 됩니다
고질라를 피해 지구가 아닌 다른 거주가능한 행성을 찾기 위해 수년간 우주를 돌아다녔지만 오히려 절망만이 고개를 들고 있었죠
우주선에 탑승하고 있던 군인 하루오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고질라를 격퇴하고 자신들의 고향을 되찾자고 우주선에서 반란을 일으켜 군사들과 함께 지구로 다시 돌아갑니다
일본 특유의 중2병스러운 설정들이 난무합니다
고질라는 굉장히 강력한 존재로 표현되어야 하는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을 정도로 메리수를 만들어놨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게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본작은 고질라와의 대결이 주요 스토리가 아닌 고질라에게 대항하는 방법과 고질라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질라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감정표현 그런 것들은 일체 묘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본작의 고질라는 선과 악에서 벗어난듯한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형성합니다
언뜻 보면 괴수처럼 보이지만 언뜻 보면 자연 그 자체의 현현으로도 보입니다
실제로 작중 그런 뉘앙스의 대사도 존재하고요
기존의 고질라 시리즈에서 가장 이질적이면서 가장 멀리 벗어난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도 보이는데 이 부분은 2편 <결전기동증식도시>에서부터 돋보이기 시작합니다
모스라가 이미 고질라에게 죽었다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메카고질라의 정체, 고질라를 격퇴할 수 있는 방법을 눈앞에 두고 윤리문제로 불거지는 분쟁까지 기존의 고질라 시리즈가 추구한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죠
사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으면서도 전 개인적으로 정말 맘에 안 드는 부분인데요
메카고질라를 액체금속으로 만들어서 어떤 것으로도 변신 가능한 개사기 나노로봇으로 재해석한건 대체 어느 초딩 머리에서 나온 설정인가요?
그리고 그런 나노로봇도 맥을 못 추리는 고질라의 강함은 메리수를 넘어도 과하게 넘어버려서 아예 절벽으로 떨어졌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마치 각본을 쓰던 우로부치 켄이 과거에 썼던 각본들을 훑어보다가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를 다시 발견하고는 "아... 마도카보다 더 강력한 캐릭터 만들고 싶다.. ㅎㅎ 그러면 작품속의 절망감이 더 극대화되겠지?"하면서 엊그제 본 야동에 나온 탈모 아저씨보다 더 음흉한 웃음으로 글을 쓰는게 보일 지경입니다
으악 우로부치 씨 그렇게 웃지 마요
좋게 말하면 재해석으로 말할 수 있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원작파괴인데 제 입장에선 후자에 더 가깝네요
괴수의 등장 장면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상을 주지만 그 이후의 행적들은 용이 뱀이 되는 꼴을 만들어버립니다
예를 들어 고질라가 나타나는 장면에선 절망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연출하지만 그 이후에 고질라는 통 보이질 않습니다
절망이 안 보이네요 만세
메카고질라는 그 특유의 머리 파츠가 보이면서 어마어마한 성능을 뽐내지만 정작 작중 등장하는건 나노로봇이라 우기는 액체괴물이랑 어디 건담보다가 왔는지 고질라와 닮지도 얺고 거대하지도 않은 파워드슈트로 전락해버립니다
최종보스로 대미를 장식하는 기도라는 그야말로 코스믹호러, 인간이 이해할 수 없고 감히 대적할 수도 없는 공포 그 자체로 등장하나 정작 전투장면은 차라리 마이리틀포니를 보고말지 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지루함 그 자체입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진짜 마이리틀포니가 더 흥미진진해요
시즌4에서 친구라 생각했던 디스코드에게 배신 당해 서럽게 우는 플러터샤이를 보세요
이 얼마나 마음이 찢어집니까?
딜레마에 갇혀 고뇌하는 장면은 괜찮았습니다
아주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굉장히 길게 느껴지는 고뇌 장면이었거든요
앞서 말했듯 이 삼부작은 액션이 아닌 인물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여러 공을 들였다는 건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인간 드라마도 정도껏 해야지 누가봐도 액션이 나와야 하는 장면에서도 인간드라마도 퉁 쳐버리니 그야말로 용의 머리에서 뱀의 꼬리가 나올 줄 알았더니 강아지 꼬리가 살랑거리는 걸 보는 기분입니다
최종전투에선 그래도 싸우는 장면이 있어야 하잖아요!!!
기위바위보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대체 무슨 연출입니까
투명드래곤도 최종 전투에선 싸웠다는 전투장면을 묘사했었다고요!
여러모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시리즈였으나 그 끝이 너무나도 초라해서 그냥 그대로 옆에 있는 마이리틀포니를 보는게 더 좋을 삼부작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
작성자 한줄평
"이거 저거 다 하고 싶어도 먼저 재미를 잡아야지."
스누P
추천인 5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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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러브라인 갈아타는 전개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결말은 어이가 그 밖은 지옥이라는 걸 알고도 가출하는 느낌...
고질라를 이렇게 못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해요
같은 넷플작이지만 제법 수작인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로 안구정화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론 파격적인 전개가 흥미진진해서 재밌게 봤어요 아마도 괴수물 팬이 아니어서 그랬나 봅니다. 팬들이 보면 열받을 만한 게 한두개가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