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삶> 설명 대신 자리잡은 해석 -이강이-
(원작과 영화의 강한 스포가 있습니다, 해석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주관이고 개인적이기에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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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설명보다 해석의 여지를 더 열어준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어쭙잖은 생각이지만 몇 내용 끄적여 본다.
작중 이강이를 맡은 배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압도적 죄송하게도 이름을 듣기만 하고 혜리에 대해서만 깊게 알고 있었다) 걸스데이를 잘 몰랐지만 이강이를 통해 '방민아'라는 배우에 대해 알게되었다.
어딘가 어두우면서 어둡지 않은 딱 10대 소녀 이강이에 매우 적격이었다. 그리고 소설에서 독백으로 길게 설명해주는 강이의 내면을 방민아 배우는 연기를 통해 함축시켜 알려준다.
그렇게 표현해 낸 강이란 존재는 무엇일까?
#대전 읍내동에 사는 아이.
낙후된 읍내동은 강을 사이에 두고 전민동 옆에 있는 동네이다. 이곳은 낮은 다세대 주택들이 가득하고 도보는 어두웠다. 반면 전민동은 연구원 가족이 모여살아 생긴 신도시이다.
실거주는 읍내동이지만 부모는 명문고 진학이 높은 전민중학교로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시켰고 문서 상 주소는 전민동이다. 낙후된 읍내동과 신도시 전민동 사이 그 중간에 위치한 아이가 '이강이'이다.
이강이 본인에게도 강한 특색은 보이지 않는다. 성적은 중간이었고 집도 낙후된 읍내동 속 좋은 곳에서 살고 있었지만 신도시 전민동과 비교되었을 때는 그냥 읍내동일 뿐이다. 그렇게 하위권 상위권 어느 것에서도 속하지 못한 딜레마를 앓는 이강이이다.
그렇게 지역적인 계급이란 폭력을 강이에게 뒤집어 씌우는 곳이 '읍내동'이었다. 읍내동에 산다는 것은 계급이 낮은 아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물어보면 강이는 전민동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늘푸른 아파트에서 산다고 답한다.
읍내동 집으로 오기 위해선 높디 높은 오르막길을 오래 걸어야하고 큰 소음을 내며 기차는 지나갔다. 기차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귀를 막았다. 집은 좁디 좁아 관심이 없는 서로의 소리까지 쉽게 들린다.
그렇게 읍내동은 강이에게 있어서 떠나고 싶은 곳이 되었다. 무서운 것에 익숙해지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익숙해질수록 더 진저리 처지는 무서움을 읍내동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차 소리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에 많이 익숙할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나는 아니다.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실은 아직도 심장이 내려 앉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기차소리는 강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기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곳은 외부 지역일것이고 그리고 기차를 탔을 때이다. 그렇게 최선의 삶을 진짜로 이뤄내는 친구 소영, 최악이 싫어 집을 떠나는 친구 아람과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로 떠난다.
(사실 공포는 강이의 개인적인 기차소리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아저씨(김민재 분) 에피소드에서도 크게 드러난다. 아저씨의 선의인지 악의인지 의도는 재차하고 항상 길거리의 두려움을 안고 사는 강소아는 결국 도망갈 수 밖에 없는 모습에서 말이다.)
#소영과 강이
이들은 어쩌다 친해진 걸까. 전민동도 개발 전에는 외진 곳이었다. 그래서 전민동에서 사는 소영과 아람은 개발 후와 전을 기점으로 다른 위치에 속한다. 아람은 개발 이전부터 살아온 진짜 토박이이지만 '신도시'가 된 전민동 주민들(소영)에 밀려 다른 분위기를 가진 외부인이 된다. 이런 뒤떨어진 모습은 읍내동에 사는 외부인 강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아람과 강이는 가장 먼저 친해진다. 반면에 소영은?
강이는 소영이 개입하면 최선의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다. 소영의 곁에 있으면 까마득한 미래가 현실을 향해 달려온다는 독백을 한다. 어중간한 위치의 강이가 예쁘면서 성적 최상위권에 지역적 계급에서도 가장 우위인 소영을 가까이 하고 싶던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항상 강이는 소영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한다. 금이 가기 시작해도 처음으로 돌아갈 방법에 대해 궁리한다.
하지만 소영의 생각은 다르다.
"집 나가면 병신처럼 살겠지?"
가출이란 강이의 유일한 꿈을 병신으로 만든다. 소영의 가출의 목적도 최악을 피하기 위한 강이, 아름과 다르게 원하는 바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가출 기간 동안 소영은 이들과 충돌한다.
그 충돌이 가장 두드러진 건 원작의 맨살, 영화의 푸른밤 장면이다. 몽환적인 분위기 속 이둘이 가장 가까워진 장면으로 무더위에 지친 이들이 아이스크림을 함께 나눠먹는다. 이후 강이는 소영에 대한 동경으로 다가가고 이때 내버려 둔 아이스크림이 결국 녹아버린 것처럼 이 행동은 관계의 무너짐을 암시한다. 그렇게 근본적으로 이 둘은 다른 위치에 있으며 소영은 강이와 이어진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그렇게 금이 가기 시작하는 사건이 시작된다.
(이 장면에 대해선 강이의 의도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아 굉장히 흥미롭다)
# 져도 안되고 이겨도 안되는 싸움
강이에게 소영은 그날은 그냥 우리가 더워서 미쳐 있던 것이라고 정리한다. 아람과의 관계에서도 세명의 관계는 무너진다. 소영이 가출을 포기했기에 끔찍한 집으로 돌아오게 된 아람은 소영에게 연기하는 애가 인생을 뭘 알겠냐며 묘한 꼽을 줬고 관계가 틀어지는 지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강이는 아직도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소영은 "내가 안보겠다는 애랑 논다는 건 나랑도 안보겠다는 거지"라는 말에서처럼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길 바란다.
아람과 소영 그리고 강이 사이가 처음으로 돌아가길 원해서, 그래서 강이가 취했던 어중간함이 관계도 무너트리게 된다.
"주제에.... 읍내동 사는 주제에"
소영은 강이의 아픈 점을 건드리고, 결국 용납할 수 없던 강이는 소영과 싸운다. 흐지부지 끝난 부스에서의 싸움이었고, 소영은 이길때까지 싸우는 아이다. 항상 소영은 최선의 결과를 실제로 얻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영을 이긴다해도 또 다시 소영은 자신이 이기기 위해 싸움을 걸 것이며 서로 상처입을 것이다. 그래서 져도 안되고 이겨도 안되는 싸움이다. 이 싸움을 강이는 해야만 했다.
결국 최악의 결과를 얻는다. 아람이와도 멀어졌으며 싸움으로 소영은 반 친구들에게 이강이야 나야를 선택하게 한다. 그렇게 따돌림으로 강이는 외부인도 아니고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투어
(원작에만 있는 내용이다) 강이가 잠시 키웠던 살기 위해 싸우는 투어가 나온다. 투어는 싸우면서 사는 존재다. 다른 물고기가 보이면 항상 싸워야 하고 싸우지 않으면 지느러미가 상해 죽고 만다. 그래서 살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강이도 이제는 살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 된다.
# 칼은 보호하려고 있는 거지
그 때의 싸움을 덜 최악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더 최악인 일이 생기면 그 때의 아픔이 덜해질까. 그렇게 칼을 챙긴다. 하지만 학교와 반 아이들은 최악이 아닌 그대로의 즐거운 일상을 살아간다. 운이 나쁠 징조였다.
이후 아람과 강이는 다시 서울로 떠난다. 하지만 아람은 강소아 자신들과 같았던 아픈 고양이를 치료하기 위해 모든 돈을 챙긴 채 떠난다. 그렇게 강이는 혼자 남았다. 독백처럼 병신이 되었다.
최악을 피하는 것이 강이의 최선이었다. 그래서 최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칼을 챙긴다. 소영을 찌른다. 살기 위한 싸움이었고 보호였다. 소영을 잠시나마 이긴 것 같은 이 순간은 학교폭력과 계급적인 사회에 대한 저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고 모델로 나온 소영을 보며 강이는 울음을 터트린다. 결국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아저씨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던 그 순간보다 더 서럽게 울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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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만 이렇게 해석과 감상을 곁들이며 쓰는데도 건조한 느낌이 남습니다. 이강이란 인물을 영화 내내 정말 놀랍게 표현했더라구요. 앞으로도 방민아 배우의 좋은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기를 기원합니다.
(ㅠㅠㅠㅠㅠ 진짜 연기 최고였어요. 완전 빠져들었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최선의 삶 글 모음
<최선의 삶> 속 촬영지 방문기 (전민동과 읍내동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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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로도 남기기도 했습니다. 가장 생략이 아쉬운 장면이 무엇인가 물었을 때 후반부 학교폭력 장면이었다고 해요. 인터뷰에서도 배우 두분이 열심히 연습하셨고 하루 동안 촬영을 하셨는데 결국엔 뺐다고하니 아쉽다는 내용을 볼 수 있었어요.
원작에서 머리채를 잡힌다거나 여러명에게 성폭행을 당한다거나 작은 사건의 폭력 조차도 생략을함으로써 폭력을 체험시키는 게 아니라 이야기하려는 작품의 특성에 맞게 후반부 학교 폭력의 생략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목적의 선택이었다는 것이죠. 이미 리뷰에도 길게 남겼지만 연출적으로 꽤나 아쉽게 다가왔어요😂
원작을 찾아서 읽을만큼 맘에 드는 영화는 아니지만 보고나오면서 이거 뭐야...싶은 불친절한 영화에 시종일관 분위기가 답답해서 n차는 지워버린 영화였거든요
걸스데이를 잘 아는 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민아'라는 아이돌의 얼굴과 표정, 캐릭터는 대략 알고있었습니다.
그러데 처음 영화 포스터를 봤을 때 그 속에 있던 인물이 제가 알던 '민아'와는 전혀 달라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아이돌 '민아'와 배우 '방민아'를 분리하는데 성공했다고 봅니다.
다만 영화가 소설의 전체가 아닌 몇몇 부분을 스크린에 옮겼다는 인상이 강해서 원작을 보지않는 이상에는 동네의 성격과 무리들의 관계, 투어의 존재까지는 알기 어려웠다고봅니다. 그저 무기력하게 일상에서 멀어져가는 강이의 감정만이 전달되었다고 봐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