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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이 영화는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DBadvocate
1409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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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각색이 궁금해서 영화를 보고 책을 찾아본 적은 있어도, GV 각을 외치며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어서 원작 소설을 찾아본 건 처음이네요.

 

보통 영화에서는 인물의 배경을 보여준 후 메인 서사가 진행됩니다. 관객이 인물에 대해 이해가 된 상태로 서사가 시작되어야 몰입이 가능합니다.

 

보통과 달리 여기의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선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특히 아람의 행동은 특이했으며, 소영의 단절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고, 강이는 수동적인 면모가 많이 보입니다.

 

가장 이해에 치명적인 건 그 시절을 살지 않고선, 여학생들이 겪었던 폭력의 일상과 위험의 공감이 어렵거나, 대전 속 동네의 계급적 인식을 모른다거나 했다면 더욱 작품에 이입하기 힘들고 인물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채워주기엔 설명이 다소 부족한 상태로 메인 서사(가출)가 진행됩니다. 인물들의 속사정은 일부 배경이나 대사를 통해 유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르게 서사와 배경이 같이 출발하는 셈이지요.

 

그래서 왜 이들이 가출을 하는지, 왜 관계가 금이 가는지. 최선이 대체 무엇인지.

 

쉽게 와닿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느껴졌을 것 같더군요.

 

 

#소설과 영화, 각색

소설 자체가 툭 끊기는 소제목의 글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진 글인데, 영화도 이와 비슷한 건조한 느낌을 받습니다.

 

소설처럼 끊기는 건조한 연출로 특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아쉽게도 더욱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한 요소가 될것 같습니다.

 

 

소설에서는 주인공 '이강이' 시점의 독백이 이어지는데 이런 긴긴 독백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았다면 긴 나레이션으로 피곤해집니다. 결국 영화는 강이의 독백(감정)보다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점으로 다루려 합니다.

 

소설에서는 주인공과 관계가 틀어지는 것에 대해 소영과 아람의 이야기를 넣어 길게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영화는 그 이야기 대신 소영과 강이 사이의 사건을 주되게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소영이 느낀 혼란, 불쾌함을 강조해 관계가 틀어지는 지점을 정확하면서도 퀴어적 해석의 여지를 제공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모호하게 다가왔던 소설과 달리 간략화하면서 영화는 좀 더 명료해졌다고 느껴집니다.

 

아쉬운 건 강이의 세세한 감정 묘사가 소설의 강점이었으나 그 강점을 줄인 영화는 대신 서사에 납득할 수 있도록 해줘야했습니다. 그러나 생략된 연출에 납득은 어려워지고, 소설에서 느낀 이야기의 강점은 불투명해집니다.

 

 

#절제된 폭력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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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강이랑 못 논다. 선택해 나야 이강이야"

(가장 폭력이 크게 생략되어 이해가 어려웠을 부분)

 

청소년의 방황을 다루는 데는 대표적으로 <박화영> ,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작품이 생각납니다. 비슷한 내용을 담았지만 직접 폭력을 보여주는 이 두 작품과 달리 영화는 성폭행, 학교폭력 등에 대해 간접적으로 폭력을 묘사합니다.

 

원작도 절제되었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폭력이 나올만한 부분을 모두 생략하고 절제했습니다.  왜 다 알려주지 않냐며 불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략을 통해 <최선의 삶>은 스치듯이 아린 폭력의 잔상과 두려움을 전달합니다. 

 

극 중 배경인 2000년대 초반은 체벌도 있었으며, 여학생들에게 치마 밑으로 엉덩이를 꼬집는 것 처럼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행동을 쉽게 합니다. 그랬던 그 시절 폭력의 시대를 나레이션 합니다. 

 

강이는 어중간한 자신으로 얶매이게 만드는 가난한 동네 '읍내동' 환경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폭력과 결국에 다가온 학교폭력이. 아람은 가장 성격 좋은 아이지만 성폭행과 가정 폭력을 당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위한 선택을 합니다. 떠나는 것, 가출입니다.

 

곳곳에 서려있던 폭력의 시대를 다시금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벗어나고 싶던 폭력을, 은연 중 가라앉혔던 우리의 경험을 떠오르게 하는 것입니다.

 

소설 또한 가르쳐주는 게 아닌, 그 때의 이야기를 내뱉고 있습니다. 이 작품도 그런 특징적인 화술을 동일하게 표현한 듯합니다.

이렇게 설명이 없는 것이 더 그 때 시절을 소스라치게 기억나게 만들었으며 해석의 여지를 곳곳에 제공합니다.

 

 

설명을 위해서는 필요했을 법한 후반부 싸움도 크게 생략합니다. 상술했던 스치는 폭력의 묘사 및 감독님의 의도가 있던만큼 납득이 가는 생략이었습니다.

 

다만, 소영에게 감히 도전했다가 망가진 '곰곰'이란 아이와 '이겨도 안되고 져도 안되는 싸움'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면 버리는 게 맞았습니다.

 

비어버린 부분에 대해서는 소영이 "나야 이강이야 선택해"같이 씹혀서 잘 안들린 대사와 소영을 선택한 아이들이 남겨진 이강이만 표현하기 위해 갑자기 "좃밥"이라는 대사로만 처리했으니 소영을 선택하고 따돌린 아이들의 태도가 와닿지 않습니다.

 

작은 연출로도 깊이 이해시킬 연출이 있는데 이런 후반부에는 그런 역량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생략한 부분을 영화적으로 어떻게하면 효과적으로 와닿게 할지에 대한 고뇌가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생략한 부분은 그대로 비어버리고 소설과 똑같이 전개하는 것을 택합니다.

 

 

 

"무서운 것에 익숙해지면 무서움은 사라질 줄 알았다. 익숙해질 수록 더 진저리쳐지는 무서움도 있다는 걸 그 때는 몰랐다."

 

<벌새>처럼 그 시절을 다루는 영화이지만 벌새는 제겐 큰 감흥이 없었는데, 이 영화는 마음을 이상하게 시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건 주연들 같은 2000년대 초반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일지도, 이들처럼 두려움과 공존하는 삶 때문이었을지도, 아님 최선의 삶을 이어온 것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두운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그 시절 학창시절의 경험이 있다면, 그때의 악몽이 남아있는 분이라면, 최선의 삶에 관심이있다면 추천드려보고 싶습니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서로의 작품을 하나처럼 느끼는 만큼 <최선의 삶>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는 올곧았습니다.

 

아이유가 인생작품이라고 한 이유가 와닿던 원작 도서도 읽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적은 영화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은 작품. 올해는 그것이 <최선의 삶>이 될 듯 합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최선의 삶 글 모음

<최선의 삶> 속 촬영지 방문기 (전민동과 읍내동을 중심으로)

<최선의 삶> 이 영화는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선의 삶> 설명 대신 자리잡은 해석 -이강이-

<최선의 삶> 설명 대신 자리잡은 해석 -여러 요소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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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볼 때 영화가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을 포기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다보니 원작소설을 본 사람들이라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지 언정 영화만 본 사람에게는 참 어렵게 다가왔던 기억이 납니다.

마찬가지로 <최선의 삶>도 첫관람에서 알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되어있다보니 계속 관객으로 하여금 추측하고 추측하게 만들었어요.

다만 <최선의 삶>은 감독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부분만 표현했다고 해서 그런지 원작을 보지않았음에도 생략된 부분이 느껴지더군요.

패싸움 부분도 찍긴 찍었지만 감독이 보기에 아니다싶어서 드러냈다고 한 것을 보면 영화의 결하고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캐릭터의 서사를 보여주기보다 당시의 어둡고 절망적이었던 분위기와 감정을 표현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봅니다.

01:41
21.10.04.
DBadvocate 작성자
셋져
공감합니다. 최선의 삶도 원작없이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영화가 생략했겠다고 예측될 부분이 많아서 저도 영화 보고나서 빠르게 원작을 사서 봤을 정도네요 ㅠㅠ 말씀하신 것처럼 서사보다 배우라는 인재를 활용해 작품을 이끌어나가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보아요. 그게 어쩌면 소설과 다른 영화 최선의 삶의 매력이라고 보이고요, 좋은데 한편으론 꽤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부분의 불호평도 그렇고 조금만 더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연출이 정말 없었을까란 아쉬움이 들더라구요 ㅠㅠ 연출팀은 최선을 다했겠지만 그래도 영화 최선의 삶 특징은 마음 한켠에 남게되네요 :)
01:49
21.10.04.
profile image 3등
이제서야 후기 읽는데 장면이 떠오르면서 어렴풋이 이해가 가려하는군요
후기 감사합니다
01:58
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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