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삶> 속 촬영지 방문기 (전민동과 읍내동을 중심으로)
영화는 어둡고 건조한데 이상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대전에서 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과 그를 원작으로 한 영화 GV가 열렸더라구요. 그렇게 GV 후 대전 몇 공간을 방문했습니다.
GV 끝나고다보니 이미 해가 넘어가버렸고 그렇게 야속하지만 오늘 아니면 언제 오겠어란 생각으로 늦게 방문을 했네요.
아래는 방문 사진들.
#읍내동
"주제에... 읍내동 사는 주제에"
읍내동은 주인공 '강이'가 사는 동네다. 큰 기찻길이 지나며 동네 곳곳 아파트가 아닌 낮은 빌라들이 빼곡하게 늘어져있다. 원작과 영화의 감상 그대로 비주류 동네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다.
원작에서 '강이'는 읍내동 중에서도 가장 깨끗한 '동건빌라'에서 살지만, 극중에서는 동건빌라가 아닌 혜강빌라를 배경으로 했다. (동건빌라가 현재 모습이 변해있기에 촬영지를 이곳으로 삼은 듯 하다.)
그리고 집으로 가기 위해 자주 오르내리는 계단이 유난히 많이 떠올랐다. 강이가 대전에서 가장 높게 위치한 아파트라는 독백을 했던 것처럼 뒷산을 낀 빌라라는 것. 그리고 주인공이 오르내린 한 계단마다의 무게는 어땠을지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나보다.
실제로 계단을 걸었는데 내 기준에 그렇게 높지는 않다. 이상하게 걷는데 기분은 시원했다. 그런데 계단 뒤를 돌아보니.
읍내동 전경과 멀리는 금강과 이곳과 대비되는 동네 전민동의 모습도 보였다. 이 느낌을 쉽게 표현할 수 없어서, 담배피며 보기 좋다고 해야할까. 정말 고즈넉했다.
그리고 고양이 한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는데, 극 중 아픈 고양이를 데리고 왔던 아람이가 생각났다. 즉시 경계를 하던 이 아이는 자세를 낮추며 다가온 나를 잠시 내버려두고 경치를 바라보았다.
냥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 냥이는 강이의 강아지 '강이'가 그랬던 것처럼 밖 풍경을 보며 골똘히 뭔가 빠져든 모습이었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바로 경계를 품었는지 고양이는 달아났다. 냥이가 강소아(강이소영아람) 3명과 똑같다고 느꼈다.
선의일지 악의일지 모르는 아저씨(극 중 김민재 분)가 다가왔을 때 의도는 재차하고, 믿을 수 없어 결국은 달아나야 했었다는 것. 길에서 공포와 함께하는 고양이와 다를게 뭐가 있었을까.
읍내동에 첫 발을 들인곳부터 고양이라니 생각보다 읍내동에 고양이가 많나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아픈 고양이를 아람은 그렇게 데려왔던 걸까? 아픈 고양이가 자신들과 똑같아서 지나칠 수 없었던 것처럼.
#읍내동 굴다리
교통의 도시 대전에는 차도와 기차길이 많다. 동시에 그 밑에 생기는 굴다리도 만만치 않게 많다.
그래서 가장 찾기 힘들었는데 검색을 통해 어디 굴다리일까 미리 찾아보고 도착했다.
아쉽게도 공사중이었다. 읍내동에 유일해 보이는 아파트 백송아파트 밑쪽인데 실은 여기가 맞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리고 기차길답게 기차의 큰 소리가 지나갔다. 나도 역 주변에 살았기에 지나가는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극 중 강이와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기차 소리는 항상 막고 싶은 것이었다.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기차 소리가 익숙해질법도 했다가, 이상하게 심장을 주저앉게 만들 것 같은 느낌은 아직도 살아있다.
그래서 익숙해지지 않아서 강이는 기차소리에 소리를 질러 대항하고 기차가 지나다니는 읍내동을 항상 떠나고 싶어한다.
배경이 되었던 갑천교로 향하는 길. 굴다리를 많이 지나갔는데 굴다리가 십대들만의 공간이 된 순간을 발견했다.
불이라도 피웠나 널브러진 자리와 쓰레기들을 보니 제 N의 강소아들이 저런 곳에서 소주라도 들이키며 아지트로 삼은 것일까. 원작 소설에서 폐가를 아지트로 삼았던 것처럼 밤이 되면 조금은 으스스해지는 굴다리도 누군가의 공간이 되었겠다는 생각이다.
#전민동과 읍내동 사이 갑천교 산책로
강이란 존재는 무엇일까.
전민동으로 위장 전입해 주소 등록은 전민동이지만, 사실 읍내동에 살고 있는 아이다.
전민동과 읍내동의 사이에 있는 갑천 산책로에서 강이는 혼자 걷는다.
전민동과 읍내동 사이의 아이. 계급을 나눴을 때 항상 어중간한 자리에 있는 주인공이 바로 강이라서, 이 기찻길 아래에서 걷는 강이는 항상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공포스러운 기차소리는 여기에서도 들린다. 강이는 어중간함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저녁 늦게 방문해 사진이 좋지 않다. 낮에는 산책을 하면서 갑천과 건너편 전민동 엑스포 아파트 단지의 모습을 보았을 텐데 밤이라 길만 보였다.
어두웠지만 길만 보였기에 영화나 소설을 곱씹는데에 깊이 집중하게 해주었다. 운치가 깊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전민동
"전민동은 연구원 가족들이 모여 살 곳이 필요해 생긴 동네라는 것이다. 전민중학교는 대전내에서 명문고 입학률이 가장 높은 학교로 유명해졌다."
극 중 읍내동에 살지만 읍내동에서는 나름 수재였던 강이를 전민중학교에 보내기 위해 강이를 위장전입 시킨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전민중학교에서 강이는 그리 뛰어난 아이가 되지 못한다. 실거주는 읍내동이라는 배경이, 그리고 환경이, 성적이 모두 중간이었던 탓이다. 소설에서는 이런 강이의 심리 표현이 매우 깊다.
지금껏 어두운 곳만 갔다가 도착한 전민동이다.
확실히 연구단지었다는 말처럼 읍내동과 달리 아파트 단지가 계획적으로 이어져있고, 상가들이 같이 이어져 있다.
옛날 배경의 소설이고 작품이라 주변에 신도시가 굉장히 많은 동네에 사는 내 감흥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그 차이를 깊게 느끼게 한다. 전민동도 언젠가는 새로운 신도시에 뒤쳐지는 동네가 되고, '읍내'동도 한때는 번화했던 것처럼 도시에는 변화가 생긴다. 그런 차이가 어딘가 쓸쓸해진 동네처럼 씁쓸함을 남긴다.
소위 노잼도시라는 대전이 주는 그 어중간함은 이 작품의 배경에 크게 어울렸다. 어중간한 강이의 이야기엔 특히나. 그리고 내가 갑천으로 가면서 가로등 하나 없는 길과 불빛이 없는 굴다리를 걸었던 것처럼 공포를 항상 지니며 살아온 10대들의 이야기는 대전이란 도시를 특히나 떠올리게 만든다.
이들의 이야기는 나를 넘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 또한 스칠 것이다. 그래서 나도 여기에 왔고 이들을 상기시킨다.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최선의 삶 글 모음
<최선의 삶> 속 촬영지 방문기 (전민동과 읍내동을 중심으로)
<최선의 삶> 이 영화는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선의 삶> 설명 대신 자리잡은 해석 -이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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