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yond (1981) 루치오 풀치의 걸작. 지옥의 문을 연 두 남녀. 스포일러 있음.
역겨운 장면 주의하십시오.
루치오 풀치의 영화들 중 가장 걸작에 근접한 영화다.
그는 이 비슷한 유형의 영화들을 여럿 만들었는데, 유독 그중에서 이 영화만 걸작에 다다른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지옥의 문 위에 지은 집이나, 그 문을 연 사람들에 대한 영화는 호러영화 쟝르에서 드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영화를 위한 영화라기보다, '그래, 만일 내가 지옥의 문 위에 지은 집에 실제 간다면,
이런 느낌일 거야'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다. 더럽고 잔인하고 역겹고 불길하고 공포스럽다.
루치오 풀치의 악명높은 특수효과들의 결산이라고 할만큼 특수효과들도 다양하다. 그리고, 엄청 잔인하다.
썩어 부패한 좀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퉁 퉁 분 익사체가 떠다니는 검게 썩은 물,
독거미가 산 채로 사람 얼굴을 뜯어먹고, 염산으로 사람의 얼굴을 녹이는 것을 길게 자세히 보여주고,
눈알을 나뭇가지로 조지기, 개에게 목을 물어뜯겨 죽임을 당하기 등
역겹고 잔인한 특수효과의 최고봉을 자랑한다. 미성년자인 어린 소녀의 머리를 총으로 터뜨리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아마, 지금 잔인하다는 영화들도 이렇게까지는 안 할 것이다.
일단 플롯이 복잡하고 장면 장면이 흥미진진하다. 루피오 풀치의 영화가 대개 그렇듯, 눈 앞에서 아무 감흥 없이
사건이 무미건조하게 술술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 영화 전체적으로 타이트하게 움직여나가는 리듬이 있다.
스케일이 아주 커서, 두 남녀가 지옥의 문을 열고
지옥에서 영원히 헤메다닐 운명을 맞는 엔딩은 정말 임팩트가 강렬하다. 좀비를 피해 도망간다고 집의 문을 열고
뛰어나왔는데, 문 바깥이 늘 보던 풍경 대신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면?
황량하다는 표현으로는 충분치 않은, 썩어가는 시체들이 빽빽히 누워있는 회색빛 먼지구덩이가 영원히
펼쳐져 있다. 이것이 루치오 풀치가 그린 지옥이다. 그리고 시체들이 귀가 아프도록 신음소리를 낸다.
두 남녀는 이 무한히 뻗은 지옥 속을 영원히 헤메다닐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두 눈이 먼다.
이미 지옥에 들어왔으니 자살도 안 된다.
루치오 풀치가 창조해낸 지옥의 황량한 풍경은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역시 이탈리아영화답게
미술적이고 유니크하다.
영화는 어느 소녀가 오래된 책을 찾아 읽는 데서 시작한다. 그것은 1920년대 마을사람들에게 살해된 어느
화가의 이야기다. 화가는 자기가 본 지옥의 모습을 화폭에다가 담는다. 그는 지옥의 풍경을 자기가 보는 대로 그린다.
하지만 그를 악마주의자로 모는 마을사람들이 몰려와 그를 죽인다.
쇠사슬로 때리자,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 염산을 이런 그에게 뿌린다. 그는 산 채로 비명을 지르며, 몸이 녹아나간다. 그런 그를 벽에 못 박고 담을 쌓아서 벽 안에 가둬 버린다.
50년의 세월이 흘러 이 집은 호텔이 되고, 어느 매력적인 모델이 여길 상속받는다.
그녀에게 빨리 떠나라고 경고하는 눈 먼 소녀가 나온다. (이 소녀는 50년 전 사람이다. 그러니까 죽은 화가와 동시대의......)
그리고, 수상쩍은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방문을 열었더니, 벽에, 위 사진에 나온 화가의 말라붙은 시체가 못박혀 있었다면? 나같으면 다 버리고 도망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인 모델은, 상속받은 호텔이 아까와서 버틴다. 지옥에 빠져도 할 말 없다.
상당히 멋들어진 장면도 나온다. 눈 먼 소녀가 방에 혼자 있는데, 어둠 속에서 좀비가 다가온다.
그녀는 비명을 지른다. 그러자, 카메라가 갑자기 천장에서 아래를 부감한다.
그녀는 어느새 여섯명의 좀비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것이다! 이 장면이 주는 공포와 좌절이 대단하다.
풀치가 천재라고 불린다면, 아마 이런 장면들 때문일 것이다.
소녀는, 혼자서 저 지옥을 오십년 동안이나 헤메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단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저 지옥 속을 오십년이나 혼자 헤메다녀야 한다면? 그것도 눈 먼 채로?
이 정도로까지 지옥의 풍경을 재현해낼 수 있다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유감인 점은,
루치오 풀치가 늘 이것을 해낼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롤러코스터같은 지옥의 문이 아니라, 실제 공포스럽고 역겨운 지옥의 문을 느껴보시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추천인 6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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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감사합니다. 아주 강렬한 공포물 같습니다.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_+
루치오 풀치 영화 중 가장 완성도 있는 영화로 알고 있는데..
무자막으로 심야 상영회 때 졸면서 본 기억 납니다. 언젠가 제대로 다시 봐야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