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nibal! The Musical (1993) 식인과 뮤지컬의 만남. 생각보다는 평이. 스포일러 있음.
사람을 뜯어먹는 식인과 낭만적인 뮤지컬의 만남.
뭔가 똘끼 있고 기상천외한 영화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결과물은 엄청난 광기를 보이기보다는, 평이하다.
크레딧을 보면 벌써 비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제작, 감독, 작곡, 노래, 주연 - 트레이 파커다.
사우스파크를 만들어서 에미상을 5회나 수상한 그 트레이 파커 맞다.
소재 자체의 선정도 비범한데,
서부시대, 록키산을 넘어가던 금광탐색자들이 눈에 갇혀 먹을 것이 없자
서로 식인을 하였다는 실제 사건을 뮤지컬화(?)한 것이다.
왜 이걸 뮤지컬로 만들 생각을 하였는지 뭔가 이해가 안 가면서도
비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도 현대뮤지컬이 아니라, 사운드 어브 뮤직 풍의 클래시컬한 뮤지컬이다.
심형래의 우뢰매만도 돈을 안 들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예산이다.
대충대충 만들었다. 텐트 몇개 쳐 놓고서 인디언 부족들 마을이라고 대충 넘어가고,
서부시대인데 옷도 현대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부시대사람들이라고 대충 넘어간다.
나중에는 어느 빌딩 계단에서 그냥 영화를 찍으면서 서부시대 건물이라고 그냥 넘어간다.
눈에 갇혀 식인을 할 정도로 몰렸으면 그런 위태로운 상황을 그래도 어느정도 재현은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산에 가서, 눈도 안 내리고 햇빛이 쬐는 눈밭에서 배우들끼리
찍는다. 연기하려는 생각도 없다. 그냥 "푸우욱" "으으윽"하는 식으로 영화를 찍는다.
이런 영화가 어떻게 컬트클래식이 되고, 지금까지도 뮤지컬 공연이 되고 있을까?
일단 영화가 일관성은 유지된다. 산으로 갔다가 바다로 갔다가 하지 않고,
주인공 마이클 페커와 그의 일행들에게 벌어진 일들을 일관성 있게 쫓아가면서
기승전결을 뚜렷하게 만들어낸다. 감독이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하는 뚜렷한 비젼을 갖고 있고,
이것을 끈질기게 구현해내는 자질이 있다.
그리고 어색하게 대충 넘어가는 장면들에 대해서는 "사소한 것은 신경 꺼,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냐."
하는 식의 뻔뻔스런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그 말이 맞기는 하다. 관객들은 거기 설득된다.)
작곡된 노래들은 아주 수준급인데,
아마츄어 배우들이 나와서 대충대충 불러대는데도 (이것도 일부러 그러는 거다),
노래의 아름다움은 분명히 들린다.
그리고, 쌈마이틱한 장면들이 주는 Z급 영화의 폭소 -
등장인물들의 살이 뜯기고 피가 튀는데도 관객들은 폭소를 한다.
로키산맥에 사는 인디언들을 만난 주인공 일행들은 벌벌 떤다. 그런데, 그 인디언들이 일본인들이다.
일본인들이 인디언이라고 우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일본어로 이야기한다.
그 인디언들(?)이 주인공 일행들을 자기 마을로 데리고 가는데,
그 마을은 이동식 텐트 몇개 쳐 놓고서 인디언마을이라고 넘어간다. 그 텐트에는 일장기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인디언 추장은 사무라이다. 긴 일본도를 차고 있는데, 인디언 추장이라고 한다(?).
"에 또"하면서 어색한 일본식 영어로 인디언인 것처럼 말을 한다 (말하면서 자기도 웃겨서 킥킥대는데, 그것을
그냥 영화에 집어 넣었다.)
지금 로키산맥을 넘어가지 말라고, 눈 폭풍이 지나가면 넘어가라고 충고한다.
아마 군데군데, 지금 우리는 알 수 없는 신랄한 개그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개그의 향연이다.
나중에 식인범으로 잡힌 마이클 페커에게 여기자가 사랑에 빠진다.
살인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는 여기자부터 시작해서, 부패한 보안관, 도둑들, 살인을 대중적인 오락 정도로
생각하고 학수고대하는 대중들, 잘 알 지도 못하면서 주인공을 심판하는 판사까지,
이들이 한 데 뭉쳐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주인공을 교수형대까지 몰고가는
광기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자기 변명도 제대로 못하고 어벙하게 있으면서,
교수대까지 끌려가는 주인공은 무엇을 혹은 누구를 상징하는 것일까?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은 자기가 애지중지하던 말 메리를 인디언 추장(?)에게 주어 버린다. 그리고 인디언 추장은 좋아하면서 일본도를 높이 들고 말에게 달려간다. 이것도 무슨 상징이 숨어 있으리라.
대규모 예산을 들여서 전문배우들이 연기하였더라면 좋은 뮤지컬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야, 이 영화가 가지는 쌈마이틱하고 똘끼 있고 저질인 폭소와 신랄한 개그가
살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말 이름이 메리인데,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 말을 보고 기뻐서 "메리!"하고 크게 부르자
사람들이 "허억!"하는 표정으로 주인공을 바라본다(?).
그리고 로키산맥 험준한 장소 눈발 덮인 곳에서 (그런데 영화 내용 상 장소는 그래야 하는데,
어째 뒷산에 올라가 양지 바른 눈밭에서 낄낄거리며 찍은 것 같다)
새끼양이 뛰어나온다. 그러자, 한 등장인물이 바지를 벗고 뛰어가려 한다(?).
다른 사람들이 "허억!"하는 표정으로 그를 본다. 그러자, 그는 화장실이 급해서 달려가려던 중이었다고 말한다.
이런 내용을 어떻게 메이저스튜디오에서 영화에 집어넣는단 말인가?
쌈마이틱하고 지저분한 농담에 어설픈 촬영과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특수효과,
하지만 아름답고 수준급 음악과 수준 높은 개그, 신랄한 풍자, 식인과 MGM 뮤지컬의 만남 등
여려가지 의미로 비범한 것들이 한 데 모여 일관성 있는 영화를 이룬 것이 이
컬트 클래식 영화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자주 볼 수 없는 영화다.
추천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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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감독 콤비가 <북 오브 몰몬> 뮤지컬도 히트시켰는데... 소재가 소재다 보니 영화화는 더 힘들 것 같아서 아쉽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