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월드: 도미니언-리뷰
<쥬라기월드: 도미니언> 리뷰에 앞서,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을 하려 합니다. 바로 <터미네이터> 1편과 2편입니다.
이 영화를 당시 극장에서 관람하지 않으신 분께는 죄송합니다만. 뒤늦게 영화로 접한 분이 느끼지 못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당대의 분위기와 평균적인 영화의 수준, 그리고 충격입니다.
<터미네이터> 1편이 개봉할 당시만 해도 공산과 민주라는 냉전체제와 함께 베트남을 필두로 한 액션물이 판을 칠 때였습니다. 척 노리스로 대표할 폭발 위주 영화들이 득세할 때이기도 했고요. 이때 등장한 <터미네이터>는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미래에서 온 로봇이라니요!
<터미네이터> 1편의 성공은 획기적인 플롯이 가져온 스토리텔링의 혁명이었습니다. 반면 속편으로는 꽤 오랜 기간이 지나서야 제작이 된 <터미네이터2>의 경우, 1편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플롯을 (어비스를 통한 영상 기술을 바탕한) 혁명에 가까운 CG로 보완한 일대 쾌거였습니다. 여기서 왜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계속 실패하는가, 하는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관객은 좋은 영화, 멋진 영화에 열광적으로 반응하지만 한 번 본 것에는 즉 익숙해진 것에는 다시 반응하지 않습니다.
2편의 영상 혁명, 즉 로버트 패트릭이 분한 T-1000의 혁명을, 영화적 혁명이 아닌 플롯을 통해 복기하고 연장하려는 답습이 불러온 패착입니다. 아쉽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가 아닌 <아바타>를 통해 다른 혁명을 이루어 냈습니다만.
이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봅니다.
당연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이야기하려면, 1993년에 개봉한 <쥬라기공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은 영화들 중 박스오피스 성공을 떠나 영화사적으로 하나의 방점을 찍는 영화들이 등장합니다. 인종 문제를 범죄에 빗대었던 시드니 포이티어 주연의 걸작 <흑과 백>, 10년 정도 뒤 완연히 진일보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언제나 마음은 태양>, 영화의 구조적 해체를 다루었던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등, 사실 제목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터미네이터2>의 경우, CG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성과이자 혁명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2년 뒤.
<쥬라기공원>이 나타납니다.
소위 <영구와 공룡 쮸쮸>로 대변할 인형탈을 쓴 사람을 공룡이라고 자기 최면 걸며 보던 때에, "컬쳐 쇼크"를 안겼던 영화 쥬라기 공원!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습니다. 당시 개봉에서 상당한 찬반 논란을 불렀던 장면이 호박속 공룡의 DNA를 되살리는 과정이었습니다. 원작이 과학적 가설에 기반해 매우 꼼꼼한 증명을 해내려 했던 반면 영화는 이를 애니로 몽타주처리해버려 원성을 샀습니다. 리뷰와 논외입니다만 <이색지대>를 감독하고 수많은 SF소설을 써낸 마이클 크라이튼은 이론 물리학이나 선진 이론을 재빨리 받아들여 이를 소설에 써냈던 장본인입니다. 그가 쥬라기공원에서 등장시켰던 가설 중 하나는 공룡이 파충류가 아니라 조류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상당한 지지를 얻는 이론입니다.
어쨌든 쥬라기공원의 몇 차원 높은, 아니 당시까지 볼 수 없었던 비쥬얼은 93년 개봉 극장에서 영화를 보신 분만이 느낄 수 있는 "쇼크"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시리즈는 상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됩니다. 섬에 갇혔던 공룡이니, 당연히 도시로 나올 테고, 도시로 나왔으니 파괴지왕 노릇을 할 것이겠죠. 특히 당시 유행하던 가족 영화로 시리즈 마무리를 해버린 조 존스톤의 3편은 3억 달러가 넘는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린이용 공룡영화로 낮잡아도 무방한 매조지였습니다. 혁명을 플롯으로 연장하려 한, 터미네이터와 똑같은 방식의 실패 되풀이였습니다.
이후 십여 년이 지나, "공원"을 "월드"로 바꾼 시퀄이 나타납니다. 이어서 등장한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까지.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는 터졌습니다. 단점도 명징했습니다. 2015년(16.7억 달러)과 2018(13억 달러)년에 이어졌던 <쥬라기월드>는 오리지널 팬의 이후 세대를 만족시켰을지는 모르겠으나 오리지널 팬에게는 상당한 반감을 일으킨 시리즈였습니다. 쥬라기공원의 설정을 가져오고 한창 주가를 올리던 크리스 프랫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시리즈 원년 멤버가 완전히 사라진 시리즈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낀 팬이 한두 분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폴른 킹덤의 결말은 소위 "암 걸리는" 수준으로 치달아 버려 혀를 내찬 관객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4년!
절치부심한 시리즈 피날레가 나타났습니다.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
결론만 먼저 말씀드리면!
쥬라기공원과 쥬라기월드의 세대통합 피날레!
전작의 실수를 말끔히 정리한 진정한 쥬라기 공원의 시퀄!
1993년 영상 혁명에 부끄럽지 않은 시리즈의 완벽한 피날레!
진화와 과학, 인류와 기원에 관한 멋진 영화적 대답.
스필버그가 시작하고 콜린 트레보로우가 마무리한 공룡 영화의 알파와 오메가!
지루할 틈 없는 속도감은 쥬라기월드: 도미니언의 압도적인 백미
영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미 길게 적어버려 몇몇 요점만 짚도록 할게요.
1. 워치타임이 없는 영화
일반적인 영화라면, 한껏 분위기를 고무시켜 발단과 전개를 지나면 절정과 결말에 치달을 분위기 전환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을 잘못 건드리면 영화의 텐션이 팍 떨어져 영화가 죽어버리고는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시계 보는 시간, 이라고 말하고는 합니다. 몇 분이나 지났나, 영화 언제 끝나나, 하며 시계 보는 시간!
쥬라기월드: 도미니언은 시계 볼 시간이 없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단 1초도 지루할 틈 없이 아우토반을 내달리듯 배기음을 쭉 올린 채 내달립니다. 그렇다고 고속으로만 달리니 지치거나 어렵거나 힘이 드느냐!
놉!
필요한 플롯의 전환과 캐릭터의 전환을 유려하게 이끌며 정말 쉴 틈 없이 재미를 줍니다.
2. "파크"와 "월드"의 진정한 피날레! 그리고 오마주
영리하다면 영리하고 영악하다면 영악한 캐릭터의 사용입니다. 쥬라기공원에서 인상적이었던 주요 캐릭터를 그대로 데리고 오되, 쥬라기월드의 인물과 간섭하지 않으면서 결론에 다다르게 하는 유려한 플롯을 사용합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까지 보기에 따라 지난할 수 있으나 이를 "모험"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스피디한 전개와 구성으로 커버해 냅니다.
오리지널 팬과, 쥬라기월드의 팬 모두 굉장한 감정으로 영화를 대할 수 있게 해줄 겁니다. 버려지는 캐릭터 없이 데리고 온 캐릭터를 하나하나 소환해 영화적 결말까지 사용하는 멋진 피날레!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은 기원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고 보여줍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아야만 알 수 있는 오마주입니다. 포스터로도 사용된 장면에서는 가히 감탄이 터졌습니다. 시리즈를 잘 이해했으며 존경한다는 의미가 관객에게 전해지는데,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3. 진화와 인류, 인간과 생물에 대한 영화적 고찰
인간은, 특히 인류는 지금껏 많은 동물을 멸종시켰습니다. 물론 공룡이 그러했느냐, 이건 아닙니다만. 그만큼 인간은 지구에게 또 생물에게 암적인 존재일지 모릅니다. 이를 인류를 위협하는 상징과 은유로 뒤집어낸 영화가 쥬라기공원이었습니다.
이러한 주제와 달리 이후 4편의 영화는 재미에만 매달린 측면이 강했습니다. 박스오피스에서는 분명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다고는 하나 1편인 쥬라기공원의 아우라에 나머지 영화가 미치지 못한 것은 그러한 이유일 겁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마무리에서 상당한 고찰과 시사점을 던집니다.
인류가 생물과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방법에 대해 한 번쯤 영화적으로 생각해보게끔 하는, 소위 우문현답을 말입니다.
4. 컬쳐쇼크 그후!
1993년 쥬라기공원이 이루어낸 영화적인 쇼크는 다시 이루어내기 어렵습니다. 그후 쥬라기공원이 보여준 행보는 그저 답습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이게 쇼크였던! 계속해서 공룡이 나오지만 이야기는 뒷걸음질치고 본 것을 또 보는 듯한 안타까움이 이어졌습니다. 쥬라기월드가 보여주었던 공룡을 길들인다는 이론은, 특출나지 않았으며 폴른킹덤은 잃어버린 세계의 재탕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실패는 결국 멋진 성공으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쥬라기월드: 도미니언은 인류의 진화와 인간의 탐욕을 공룡이라는 소재를 통해 날카롭게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놀라워했던 공룡에서 진일보한 비주얼과 이에 더한 편집과 이야기의 속도를 통해 한순간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컬쳐쇼크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컬쳐쇼크에 알맞은 색깔을 입힌 작품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5. 결론
쥬라기월드: 도미니언은 일단 재미있습니다. 쥬라기공원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에서 야기되었던 실패를 잘 파해했으며, "월드"와 "파크"의 캐릭터를 명징하고 서사적으로 사용해 팬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무엇보다 속도감 하나는 일품입니다. 지루할 틈 없는 몰입도 높은 속도감은 그야말로 영화의 백미입니다.
쥬라기공원이 상영할 때 많이 붙었던 단어 하나가 어드벤쳐입니다. 바로 모험이었죠. 이후의 영화에서는 공룡은 있지만 모험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있습니다. 모험! 그것도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쥬라기"가 붙은 시리즈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얼마나 커다란 상품입니까! 다만 쥬라기파크에서 월드로 이어진 세계관 확장과 세대간 통합에서 쥬라기월드: 도미니언은 부끄럽지 않은 피날레이자 SF영화와 모험 영화의 교과서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 재미있습니다. 정말 쉴 틈 없이 꽉 차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공원에서 세계로 이어지는 재미를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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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밤 되십시오.
감사해요, 오늘도 멋진 하루 마무리하십시오.
관람 잘하십시오!!!!!!
아마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놀라면 비명 한 번 지르라고 하심이… ㅎㅎㅎㅎㅎ
그게 신호탄이 되어서 다른 분들도 함께 박수치고 즐길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