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번역)가디언지 피터 브래드쇼가 말하는 올해 칸영화제.
<슬픔의 삼각형>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기면서 망해버린 위대한 칸 영화제
https://www.theguardian.com/film/2022/may/28/a-great-cannes-goes-pear-shaped-giving-the-palme-dor-to-triangle-of-sadness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켄 로치, 다르덴 형제 등이 포함된 "황금종려상 2회 수상자 모임"에 또다른 한 명을 불러오게 되었다. 그 주인공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2017년 블랙 코미디 장르의 예술 영화 <더 스퀘어>에 이어 <슬픔의 삼각형>이라고 하는 또다른 기하학스러운 제목의 작품으로(geometrically entitled ㅋㅋㅋ) 황금종려상을 한 번 더 받게 되었다. 이번 영화는 패션 업계, 세계화 정세, 폐쇄적인 문화와 극부층을 향한 겉보기에 화려하고 선정적인 풍자 이야기이다.
뭐, 어쩌면 현 세계가 지금 필요로 하는 영화일 수도 있다. 불편함을 불러일으키는 영화(discomfort-food cinema, feelbad cinema)로 관객을 너무 화나게 하지 않게 하면서도 우리가 나쁜 인간이라는 감각을 되살리게 하는 종류의 영화이기도 하다. 어디로 갈지도 모를 배 위에서 벌어지는,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이런 멍청한 갑부들은 죽어버려야만 하는 내용의 이 영화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비관적이고 싫증난 시각을 표현해줄 수는 있겠지만은, 그렇다고 우리의 감수성을 그렇게나 자극할 만한 영화도 아니다. 시대정신(zeitgeist, *1)에 잘 답하는 영화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가진 (혹은 그래야 했던, or as originally) 방향대로 잘 나아가지는 못한다.
(*1) 최근 비평계에서는 빈부격차가 만연한 현 시대를 보여주는 영화를 많이 주목해왔습니다. <행복한 라짜로>, <버닝>, <기생충>, <레 미제라블>이 그랬듯이요.
올해의 모든 영화들이 그랬듯이(*2) <슬픔의 삼각형>도 평가가 양분했다. 오프닝 장면은 흥미롭긴 했으나 마르코 페레리 감독의 <그랑 부프>와 제임스 매슈 배리의 희곡 <The Admirable Crichton> 등에서 아이디어를 너무 많이 빌려온 듯한 느낌(derivative and heavy-handed)이 들었다. 의심할 여지 없는 대담함과 쇼맨십이 몇몇 관객의 사랑을 받기도 했고 이에서 확실히 야심이 느껴지기는 했다. 얘기할 만한 지점들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의 전작 <더 스퀘어>만큼 넌지시 관객에게 볼만한 가치를 주는, 무엇보다도 힘이 느껴지는 아이디어라는 게 없어서 내게는 너무 얕은 영화로 보였다. 어쩌면 국경 없는 글로벌 캐스팅과 영화 배경이야말로 심사위원에게 불호가 덜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다.
(*2) 브래드쇼는 올해만큼 칸 경쟁작들이 평단 사이에서 평이 안 갈린 영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훌륭하게 연기를 소화해내 많은 애착을 불러일으킨 두 명의 13세 소년들 사이의 관계를 그린 루카스 돈트 감독의 강렬한 드라마 영화 <클로즈>가 공동수상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슬픔의 삼각형>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far superior) 생각했는데, 올해의 칸 영화제에서 양분된 평가가 또 여기서 다른 결과를 불러온(raise its head) 셈이 됐다. 또다른 공동수상 수상자는 흥미롭기는 하나 결점이 많고 다소 주목받지도 못했던 클레어 드니 감독의 <스타스 앳 눈>에게 돌아갔다. 많은 비평가들 사이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지만 미국인 성 노동자와 베일에 감춰진 영국인 직장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로틱한 만남을 소재로 개인적, 그리고 정치적 관점을 결부시킨 접근법이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좀 아쉬웠다.
심사위원상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했던 영화인 펠릭스 반 흐로닝언 & 샤를로트 반 더미르히 감독의 <8개의 산>에게 돌아갔다. 과거 아동 학대를 당했던 두 남자가 힘을 합쳐 판잣집을 지어올리는 여름날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인데 말 그대로 엄청났다(utterly superb). <8개의 산>과 공동수상한 작품은 로베트 브레송 감독의 <당나귀 발타자르>에서 간접적으로 모티브를 얻은 당나귀 영화 <EO>이다. 72년도에 <왕, 여왕, 불량배>로 처음 칸에 입성했던 폴란드의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과 영국 독립 영화계의 거물 제작자 제레미 토마스(*3)라는 두 명의 전설이 합작한 작품이다. 보고 나서 많은 여운을 불러일으켰으며, 현지 상영 후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기도 했다.
(*3) <배드 타이밍>, <크래쉬>(1996) 등 제작에 참여했고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내 개인적인 황금종려상 픽이기도 했던 박찬욱 감독의 환상적인 느와르 멜로 장르의 스릴러 <헤어질 결심>은 훌륭한 연기는 물론이고 (특히나 탕웨이 연기는 전율이 돋는다) 모든 방면에서 뛰어났다. 감독상을 수상할 당연한 자격이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더 큰 상을 받기를 바랐다. 연기 부문에서는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며 이 곳 칸에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던 대한민국의 대배우 송강호가, 원치 않는 아기들을 자식이 없는 부모에게 팔아넘기는 사람들의 내적 갈등을 그려낸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좋은 연기이기는 했으나 영화 자체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다. 여우주연상은 <홀리 스파이더>에서 (실화 바탕의) 한 연쇄살인마의 뒤를 쫓는 (가상의) 수사 전문 기자 역을 맡은 이란 국적의 자흐라 아미르-에브라히미에게 돌아갔했다. 역시나 좋은 연기였지만 <헤어진 결심>의 탕웨이와 동급이라고 보긴 어렵다.
개인적으로 <보이 프롬 헤븐>의 타릭 살레가 각본상을 받는 걸 봐서 매우 기뻤다. 존 르 까레(*4) 느낌이 물씬 풍기는 첩보 드라마 장르이기도 한 영화로 이집트의 신권정치를 겨냥한 과감한 공격적인 메시지가 담긴(*5) 반종교적 성향의 풍자극이다. 반면에 흥미롭기는 하지만 꽤나 심심한 사회현실적인 드라마 영화 <토리와 로키타>를 만든 다르덴 형제에게 75주년 특별상을 수여한 결정은 무슨 웃어른 숭배(ancestor worship ㅋㅋㅋ)마냥 느껴졌다.
(*4) 과거 스파이로 일했었던 영국의 첩보 장르 전문 소설가. 영화로도 만들어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원작 소설을 집필했고 이 소설의 각색 제안을 처음에 거절했던 박찬욱 감독은 후에 존의 또다른 소설 <리틀 드러머 걸>을 드라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5) 이번에 이런 영화를 만들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겠냐, 만들 만한 가치가 있겠냐는 말도 들었다고 말하며, 내가 사랑하는 제 2의 조국이기에(현재 스웨덴 국적) 그럴 가치는 없지만 그래도 해야만 했다는 수상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칸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박찬욱, 루카스 돈트, 그리고 펠릭스 & 샤를로트가 만든 몇몇 훌륭한 영화들, 그리고 화려하게 치장해서는 자만심에 가득찬 맥빠진 풍자극 <슬픔의 삼각형>까지. (flattire/satire, 혹자 : flat tire - 공기 빠진 타이어로 만든 언어유희인 듯?) 그래도 올해는 시네필 관객에게는 장래의 흥미거리가 될 훌륭한 영화들의 쇼케이스 무대라고 볼 수도 있겠다.
<헤어진 결심>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슬픔의 삼각형>에 대한 냉정한 혹평이 참으로 대비되는 브래드쇼의 글이네요. 꽤나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번역해봤습니다! 참고로 다소 의역이 섞여있고 <슬픔의 삼각형> 줄거리가 담긴 문단 하나는 일부러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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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잘 봤습니다.^^
다들 신인 감독도 띄워줄 겸 클로즈가 탈 줄 알았는데,의외였죠.
뭐 각자 취향에 따라 아쉬움이 있을테지만 그만큼 결과도 심사위원들 성향, 취향에 따른 것이라고 인정해 주는게 영화제를 즐기는 방식 아닌가 싶네요. 못받았다고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작품이고 받았다고 더 대단한 작품이 아닌거죠.
읽고보니 이번 작품들을 더 빨리 만나보고싶네요. 특히 <헤어질 결심>이요!!
헤어질 결심 갈수록 기대가 높아지네요. 개인적으로 클로즈도 너무 궁금합니다 번역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