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몽파흐나스 묘지 갔어요(드미-바르다, 에릭 로메르)
프랑스 파리 14구에 위치해있는 몽파흐나스 묘지에 다녀왔습니다
프랑스에서 각 영역에서 수많은 업적을 남긴 유명한 분들이 잠들어계신 곳으로 알려져있죠
시네필로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도 여기에 있어서 꼭 찾아오고 싶었던 곳입니다
묘지 정문을 들어가면 이렇게 생겼어요
들어가면 공동묘지라고 했을 때 생각하는 우중충한 느낌보다는 오히려 공원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의외로 잔잔한 생기가 느껴져요
실제로 산책하러 오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
묘지에 들어가자마자 이 무덤이 제 눈에 확 띄었는데 이 무덤은 앙리 랑글루아 라는 분의 묘입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설립자이면서 '시네마테크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분이죠
비석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프랑스 고전영화의 스틸컷들이 모자이크화처럼 모여있네요
프랑소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는 물론이고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나라 여행>도 눈에 띕니다
그리고 60년대 프랑스 영화에서 중요한 감독들 중 두 분인 자크 드미 감독과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부부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원래는 자크 드미 감독의 무덤이었는데 아녜스 바르다 감독이 3년 전에 타계하시고 나서 지금은 같이 나란히 누워계시죠
딱 봐도 주변 묘지에 비해 차별되어 보일 만큼 느껴질만큼 무덤에서 생기가 느껴져요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솔방울과 돌, 쪽지와 같은 여러 물건들을 무덤에 올려놓으면서 조의을 표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은 감독이라는 게 바로 느껴지네요
참고로 바르다 감독이 돌아가실 때까지 사셨던 다게레오 거리도 몽파흐나스 묘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요
그 거리에는 바르다 감독이 <라 푸앵트 쿠스트로의 여행> 제작을 위해 설립한 영화사 시네 타마리스도 아직 있다고 합니다
잠시 인사를 드린 뒤에 제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에릭 로메르 감독의 무덤을 찾아 나섰습니다
에릭 로메르 감독의 무덤은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드미-바르다 무덤은 만들어진 산책로와 가깝고 외형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는데
에릭 로메르 감독 무덤은 저기 어디 한 가운데에 있어서 무덤들 사이로 들어가야 겨우 찾을 수가 있었어요
(관리소에서 주는 지도가 있는데 생각보다 대충 그려진 지도라서 애를 먹었습니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무덤들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니고 나서 겨우겨우 찾은 거장의 묘비!
로베르 브레송 감독이 대신 누워계서도 수긍할 법한, 미니멀리즘적이면서도 경건해지는 디자인입니다
가톨릭 신자셨다고 알고 있는데 단순한 디자인 안에서도 십자가가 무게감을 더하네요
비석 위의 글씨가 색이 바래져서 잘 보이지 않지만
Maurice Schérer(에릭 로메르 본명) 밑에 적힌 Éric Rohmer라는 이름이 보입니다
여기도 어떤 분이 쪽지를 올려놓으셨는데 눈에 보이는 글귀를 보니 에릭 로메르 감독께 쓴 편지였습니다
그냥 가긴 너무 아까워서 시네필로서 진심을 담아 저도 짧은 영어로 쪽지를 적어 얹어놓았습니다.
정말 존경하는 감독님께 직접 말을 건네는 느낌이 들어서 어떨떨하면서도 스스로 주책스럽게 감동도 먹었네요
제가 영화사를 공부하면서 저 멀리 한국에서 책이나 인터넷, 시네마테크에서 본 정말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영화를 만드신 분께 직접 경의를 표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기분이 행복해진 하루였습니다ㅎㅎㅎ
이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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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고 나서 누벨바그 이전의 프랑스 영화의 거장 중 한명이신 자크 베케르 감독이 누워계시는 무덤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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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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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도 예쁜 사랑하세요
고양이 선물들(?)이 눈에 띄네요...
생전에 고양이 좋아하셨는지...
바르다 감독이 엄청 고양이 애호가셨죠!!
자신이 설립한 영화사 로고도 고양이로 할만큼 엄청 좋아하셨어요
사진으로나마 경건하게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와아..... 그러고보니 해외여행 다니면서 묘지를 둘러볼 생각은 한번도 못했었네요!
유럽은 묘지가 곧 공원같기도 하던데...
언젠가 저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