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위, 그는 피해자인가 수혜자인가?(a.k.a 장학우의 마이크를 뺏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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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긴 글을 쓴 이유는.... 네, 7월 10일 오늘이 바로 중화권의 歌神(가신)으로 불리고 있는 장학우의 무려 60번째 생일(환갑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이 분 나이에 놀라기보단 제가 이 분을 지금까지 변함없이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에 먼저 놀라자빠지겠어요. 여러 장르를 잡식성으로 접근했던 입장으로서 그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렇게 변함없이 좋아하고 아직까지도 매일같이 노래를 듣고 있다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니까요~
2016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무려 28개월 동안 ’경전(經典, CLASSIC)콘서트‘ 투어를 달렸던 ‘노래의 神’ 장학우. 해석하자면 55세의 나이에 3년에 걸친 233회의 스타디움 등의 콘서트를 소화하면서 무려 480만 관객을 모았다는 뜻. 200회 훨씬 넘는 콘서트 횟수에도 표 구하기는 언제나 그랬듯(다시 말하지만 주성치의 <파괴지왕>에 나온 장학우 콘서트 티켓을 쟁취하기 위한 살벌한 풍경들은 찐이었던 겁니다) 하늘의 별따기.
보라색 조명이 보이지만 BTS 콘서트 아닙니다~
그 많은 콘서트, 그 수많은 좌석에도......내 좌석 같은 게 존재할 리가 ㅠㅠ
‘우리 콘서트 절대 없어 포도’ (BTS의 MIC Drop 가사 중)
오죽하면 2018년 장학우가 중국에서 투어를 하던 기간에 콘서트 보러 왔다가 잡혀간 수배범들만 80명이 넘어 그해 해외토픽을 장식했을까. 수배범 입장에선 정말 어렵게 손에 넣은 티켓인만큼 잡혀가더라고 포기를 할 수 없었던 거~ ‘감옥갈 때 가더라도 가신님 콘서트는 절대 포기 못해!’
이렇게 수배범들까지 달려드는 장학우의 콘서트에 잘 나가고 있는 유명인들뿐 아니라 은퇴했거나 은둔 수준으로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든 왕년의 스타들이 모여드는 건 당연지사. 대만 콘서트에선 주걸륜이 달려오고, 중국에서 콘서트를 하면 장쯔이가 짠~하고 나타나고, 홍콩에선 친한 친구 선후배 뿐 아니라 은퇴해서 얼굴 보기 힘들었던 종초홍이나 증화천 등이 모습을 보이는 등 장학우 콘서트가 열리는 날엔 그 지역에서 좀 이름 있다 싶은 사람들은 다 모여든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장학우의 ‘성덕 중 성덕’으로 소문난 서기는 막공 보겠다고 홍콩까지 날아가는 정성을 보일 정도. 왕년의 스타 뿐 아니라 장학우가 젊어서 활동하던 시절에 태어나긴 했나? 코흘리개 애들이 아니었던가? 싶은 젊은 연예인들까지 관람 인증샷 남기는 거 보면서 진짜 장학우 콘서트는 ‘8세부터 8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존재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장학우 콘서트 무대에서 게스트로 등장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거~ 장학우 가신님은 3시간 가까이 되는 자신의 그 많고 많은 콘서트에 절대 누군가를 세우는 법이 없죠. 오롯이 자신의 노래로 다 채워버립니다. 재미있는 건 다른 가수들을 자신의 무대로 부르진 않지만, 반대로 다른 가수들 콘서트엔 또 게스트로 엄청나게 자주 불려 다니는데 오죽하면 장학우의 별명 중 하나가 ‘가빈왕(嘉賓王)‘;;)
이렇게 장학우 콘서트에 유명인이 나타나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양조위가 장학우 콘서트에 얼굴 비칠 때면(그것도 아내인 유가령과 함께) 개인적으로 ’진짜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왜 그렇게 웃기는지 말입니다. 옛날 옛적부터 촬영장이든 사적모임에서든 ’장학우‘와 ’노래(혹은 마이크)‘에 관련된 일화들이 전설처럼 끊이지 않고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이 내용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선 장학우 콘서트에 출석(?)하는 양조위를 볼 때면 진짜 양조위의 속마음이 너무 궁금해진다 이거죠.
[가수를 영화판에 붙잡아두면 생기는 일들]
네, 아시겠지만 장학우는 가수 출신입니다. 2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노래대회 우승을 해서 당시 상금이었던 음반(폴리그램 음반사)을 내자마자 대히트를 친 그래서 ’누구는 그 앨범 판매량에 닿기까지 참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데 누구는 참 하루아침에 이루고야 마는구나‘ 하는 볼멘소리와 허탈감을 안겨줬을만큼의 엄청난 ’수퍼 신인‘가 되었는데, 알다시피 그 시절 홍콩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가수라도 촬영장에 나가야했고, 반대로 배우들 역시 원치 않아도 노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보니 장학우도 예외없이 밤낮으로 엄청나게 영화를 찍으며 촬영 후 녹음실로 향하는 그야말로 ’극한직업‘의 끝장을 달렸던 한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장학우가 촬영 현장에서 노래를 불러댄다는 목격과 증언들은 최근까지도 쏟아지고 있는데, 촬영장 비하인드 장면들을 보면 가신님이 진짜 촬영장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90년 초에도 그랬고 영화 활동 거의 안하던 시절부터 최근까지 친분으로 찍은 영화를 촬영할 때도 여전히 그러고 있으니 이쯤되면 여기서 목격자들의 증언을 한 번 들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가위 감독이나 출연배우들의 팬이라면 다 한 번씩은 봤을 법한 <동사서독 東邪西毒, 1994> 촬영현장을 담은 영상
장학우가 노래 부르고 있는 이 장면 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죠~ 얻어걸린 장면 아니죠~
여기서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양조위의 표정.
양조위 성격을 봤을 때 그냥 멍~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마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다시 본다면 생각이 바뀔 듯?!
* <아비와 아기(亞飛與亞基, 1992)>를 함께 촬영했던 원영의의 당시 회고 장면
(원영의는 이 작품으로 홍콩 금상장 신인상을 수상 후, <신불료정>, <금지옥엽>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
원영의 : 이 작품 촬영할 때 가장 인상적었던 건 장학우가 정말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는 거였죠. 쉬지도 않고 부르는 거예요
사회자 : 촬영할 때 노래를 부른다고요?
원영의 : 당시 우리는 홍콩의 주상복합식 건물에서 영화를 찍었는데 노래를 계속 부르더라고요. 듣기는 좋았지만... 저렇게 쉬지 않고 부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죠
진행자 : (갑자기 광분하며) 와, 사람들은 진짜 어렵게 티켓 구해서 노래를 들으러 간다고요!!
원영의 : 아니, 정말 그냥 하는 소리 아니고 장학우는 노래 부르면 그칠 줄을 몰라요!
사회자는 진짜 배부른 소리 한다며 광분하고, 원영의는 정말 장학우가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며 펄쩍 뛰는 그야말로 대환장 인터뷰. 팬인 입장에선 ’아이고, 배야~ 부러워 죽겠네!!‘. 그런데 여러분, 여기서 하나 아셔야 할 게 있는데... <아비와 아기>의 주연배우가 장학우와 함께 양조위였다는 거!
이 둘은 앞서 오우삼 감독의 <첩혈가두, 1990>도 함께 찍었으니 <동사서독>때 촬영장에서 장학우가 노래부르는 걸 양조위가 처음 겪은 게 아니라는 말씀~ 원영의가 저럴 정도면 양조위는 어땠을까요? 그런데 문제(?)는 양조위가 장학우와 촬영장에서만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는 거 ㅋㅋㅋ
* <크로싱 헤네시(月滿軒尼詩. 2010)> 탕웨이의 목격담
“이 영화 찍을 때 가장 잊혀지지 않는 건 장학우죠.
그가 노래하는 걸 보고 또 노래하는 걸 들었는데 그때마다 ’와, 진짜 장난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진짜 장난 아니구나, 진짜 장난 아니구나, 진짜 장난 아니구나...
이 영화 비하인드 영상을 보면 현장에서 장학우가 참으로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겨있는데...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는 게 무슨 의미였을까? 쉬지도 않고 부른다는 뜻? 진짜 어마무시하게 잘 부른다는 뜻?? 뭐 당연히 둘 다겠지만 전자의 의미가 좀 더 강하지 않았을까요. ㅎㅎ
* <적도(赤道, 2013)>에 출연했던 최시원의 증언(?)
”저희가 (촬영)대기했을 때 많은 분들이 물어봤어요. 배우분들도 그렇게(물어보고)
그럼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보면서 저희는 공짜 콘서트를 본 거예요. 대개 좋았어요“
네, 결국 하다하다 중화권 아닌 우리나라 연예인의 목격담까지 나오고 마는 사태가~;;;
현장에서 배우들이 그렇게 물어봤다는데 과연 그 ’배우‘들이 누굴까? 누구보다 진심으로 장첸이랑 여문락일 거라는 감이 팍 오잖아요!(배우 장가휘는 말해 뭐해~ 싶을 정도니까 일단 논외로 치자고요) 우리나라 연예인도 목격한 상황을 장첸과 여문락이 못 봤을 리 절대 없으니 이 두 분의 증언도 분명 있으리라는 확신에 관련 인터뷰가 있나 싶어 찾아봤더니 역시나~ 없는 게 이상한 거;;
* <적도> 홍보를 위해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장첸과 여문락의 목격담
<영화와 관련된 7개의 질문을 받게 되는데 그 중 장첸이 뽑은 질문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알게 된 가장 놀라웠던 배우들의 사생활은?“ 찰나적으로 고민하던 장첸은 대답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동사서독>인데, 영화 속 캐릭터 중에 장학우가 연기한 인물(홍칠공)을 가장 좋아했어요. 그래서 장학우에 대한 환상이 항상 있었고, 또 어릴 적부터 장학우 노래를 엄청 듣고 자랐기 때문에 어떤 존경심 같은 게 있었죠. 저는 항상 가수는 일할 때만 노래를 한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장학우랑 같이 일을 해보니까 촬영 현장에서 대기 중에도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를 진심으로 좋아하더라고요“
”(갑자기 여문락이 끼어들며 거들기 시작) 나도 이거 말하고 싶었어 ㅎㅎ 매일 노래를 불렀어요“
”맞아, 진짜 매일 불렀어. 사실 전 그걸 엄청 즐겼거든요. (누구 노래 어떤 노래를 불렀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어떤 곡이든 다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현장이 엄청 밝아지기도 했고, 쉬는 시간에 노래를 들을 수 있으니까 진짜 매일 공짜로 노래 들을 수 있는 거잖아요. 완전 혜택이었죠“
세상엔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도 있고, 오랜기간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는 가수도 많고 많은 게 사실. 하지만 정말 기나긴 세월동안 셀 수 없을만큼의 무대를 가지며 흠 잡을 곳 없이 노래를 너무나 잘 부르는 걸 넘어 저렇게 무대 밖에서도 노래하는 걸 미친 듯이 좋아하는 가수는 처음 보는 듯. 전문 요리사가 식당 외에 집에서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듯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직업이 되어버리고 나면 장첸 말대로 일할 때만 그걸 하게 되는 법인데 말입니다. (아, 그런데 장첸 이것 뿐만 아니라 정말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해서 깜짝 놀람 @.@ <동사서독> 보면서 나 역시도 마음에 든 유일한 캐릭터가 ’홍칠공‘이었기 때문. 그러고보니 <해피투게더>에서 분량 많지 않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가 ’장‘이었군)
[사적모임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생기는 일들]
홍콩 연예계에서 내성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있다. 주성치와 양조위가 그 대표적인 연예인들인데 워낙 이쪽 방면으로 유명해서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 그런데 의외로 그렇게(?) 안 보이지만 알고보면 내향적인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장학우. 워낙 성격 좋기로 소문난 이 분은 누구든 간에 대인관계 원만하고 잘 지내서 외향적인 인싸로 보일 수 있지만, 실은 무대(녹음실)와 집, 그리고 테니스장만 거의 오가는 말 수 적은 과묵한 스타일의 남자~ 30년 훨씬 넘게 같이 일한 음반 제작자이자 친구인 구정옥도 하루종일 같이 있다시피 해도 말을 거의 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할 정도니(근데 이건 뭐 둘 사이가 이심전심 수준이기에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알~아‘ 케이스라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요!)
TMI : 하지만 팬들한텐 깨알같은 멘트까지 날려주는 ’친철하신 학우님‘이라는 게 포인트. 콘서트장 앞에서 많은 팬들이 리허설 하러 온 장학우에게 사인 받고 함께 사진 찍는 그 정신 없는 현장에서 저는 대답같은 거 전혀 바라지 않고 저 혼잣말처럼 한 말이었음에도 장학우가 지나치지 않고 일일이 다 답해주는 거 보고 진짜 핵인싸에 수다 떠는 거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결론은 학우씨가 말을 많이 하는 건 자기 가족이랑 팬 한정이라는 거~
그래서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는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지만, 일터를 떠나 사적으로 같이 밥 먹는다는 건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여기에 같이 노래방까지 같이 간다? 그러면 엄~청 친한 사이라는 뜻. 자, 그렇다면 영화 촬영장에서 저런 모습을 보였던 장학우는 과연 사적만남의 자리에선 어떨 것인가?!
"(장학우는) 정말 노래하는 것을 즐긴다. 어떤 때는 마이크를 놓으려고 하지 않으려고 할 만큼 정말 정말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 구정옥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그만큼 노래를 엄청나게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의미의 말인 줄 알았습니다만.... 이 말의 포인트는 ’노래를 즐긴다‘가 아닌 ’마이크를 놓지 않으려 한다‘였을 걸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 중국의 유명 토크쇼에서 양자경이 밝힌 장학우
<금계2> 촬영현장에서 장학우 노래 부를 때 옆에서 열심히 장단 맞춰주던 장면을 본 적 있는데 같이 노래방까지 가는 사이인 줄은 몰랐습니다~
양자경 : 노래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진짜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거예요. 장학우가 딱 이런 사람이죠. 우리가 같이 노래방에 간 적이 있는데 마치 미니콘서트에 간 기분이었어요.“
진행자 : 장학우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러요? (* 뭔가 다들 가수는 무대 밖에선 노래 안 부를 거라는 확신같은 게 있는 듯 ^^;;)
양자경 : 당연하죠. 장학우는 노래 부르는 걸 진짜 좋아해요.
진행자 : 자기 노래를 불러요? 아님 다른 사람 노래도 부르던가요?
양자경 : 장학우는 어떤 노래든 다 불러요. 그래서 우리가 중간에 마이크를 빼앗아야만 해요. ”됐어, 그만해! 노래 또 부르지 말라고!!“
진짜 <적도> 촬영장에 있었던 장첸과 여문락 반응이랑 존똑~ 어쩜 이렇게 반응들이 한결 같은 건지 ㅋㅋㅋ 세상에서 제일 불가능한 게 장학우한테서 마이크 빼앗기라는데 저 때 성공하셨나 궁금;
* 장학우의 껌딱지인 장가휘의 말말말
진심으로 좋아한 나머지 장학우의 친동생이 되고 싶은 마음에, 한 인터뷰에서 농담을 너무나 진짜인 것처럼 말했다가 중화권 바닥을 한때 뒤집어놨던 장가휘...(네 이놈!!) 장가휘가 개인적으로 같이 술 마시고 노는 두 사람이 있는데 그게 장학우와 양조위라고.
”같이 만나서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죠.
노래는... 중요한 건 우리 형이 ’장학우‘잖아요. 학우형이 마이크를 한 번 잡으면 죽어도 안 놔요.
하지만 저는 학우형이 노래 부르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아요~ 이 때의 장학우가 최고의 장학우죠!“
저 표정 봐~ 찐으로 ’형바보‘ 그 자체이신 ㅋㅋㅋ. 저럴 때의 장학우가 진짜 장학우라는 거 보니 장가휘는 진정 ’학잘알‘
* 자, 그럼 이제 양조위의 이야기....
장학우가 자신의 절친인 하림(유징경, 대만판 ’꽃보다 남자‘ <유성화원>의 주제곡을 부르기도 한 가수이자 예능인)이 진행하는 쇼에 출연했을 때 갑자기 양조위가 영상을 통해 장학우 앞담화(?) 시작
”학우랑 같이 식당에 갔었는데 저는 식사를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날 저녁 내내 단상에서 노래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한 번은 캐나다 친구집에 같이 갔을 때 이 친구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노래를 부른 거예요.
그 날 그 집에 있었던 같이 사람들은 노래 부를 기회조차 없었어요"
여기서 잠깐! 양조위는 장학우가 자정부터 아침까지 노래 부른 것보다는 단지 노래 부를 기회가 없어서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조위씨, 설마 기회 잡으려고 안 자고 버틴 거였어??
이에 대한 장학우의 반응 “양조위 쟤는 한 번 자면 깨지도 못하면서 뭘 봤다고 그래!!” ㅎㅎㅎ
TMI : 네, 우리의 조위씨는 진짜 한 번 잠들면 바로 옆에서 세상 무너져도 깨지 않는 거 세상 유명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ㅋㅋㅋ 대표적인 일화 중 하나.... 양조위랑 유가령이 한창 사귀던 시절, 두 사람이 심하게 다툰(두 사람 성격이 정반대. 그냥 물과 불) 후에 양조위가 욕실로 들어갔는데 2시간이 지나도 나오질 않아 깜짝 놀란 유가령이 들어갔더니 양조위가 자고 있더라는 이야기;;;
여기서 갑자기 생각난 또 다른 일화. 양조위가 <화양연화>로 2001년 홍콩 금상장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때, 시상식 전에 유가령이랑 술을 꽤나 마신 양조위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될 적에도 술이 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믿거나 말거나. 시상식 영상을 보면 시상자로 나왔던 장국영이 수상자 호명 전에 일부러 시간을 끌어줬고 무대에 오르는 양조위를 부축해주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때 양조위는 정말이지 짤막한 소감("왕가위 감독, 감사요~")을 남기고서 무대에서 내려옴.(술을 마신 이유는... 유가령이랑 다툰 후 너무 상심한 나머지 마셨다는 이야기도 있고...)
장가휘랑 양조위 이야기 들으니 그냥 막 상상이 되는! 장학우는 마이크 잡고 아침까지 노래 부르고 있고 장가휘는 그저 좋아서 웃고만 있는데 양조위는 언제 기회 오나 기다리다 잠든 모습이 ^^ (참고로 양조위의 말에 따르면 노래 부르는 건 좋아하지만 노래방 가는 건 진짜 싫어한다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양조위가 언급하는 장소는 노래방 아닌 식당이라든가 친구집인 듯)
* 배우이며 한때 노래도 했던 유가령의 증언
“장학우는 정말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요.
가끔 개인적인 모임을 가질 때 노래를 부르는데 학우씨는 한 번 마이크 잡으면 놓질 않아요.
제가 노래 부를 때면 학우씨가 자주 화음을 넣어 줘요....그런데 부르다보면요, 어느새 학우씨가 메인이 되어버려요"
안 봐도 어떤 상황인지 상상이 확 되고야 마는! 진짜 장학우는 혼자서도 노래 잘하지만 옆에서 화음 넣어 주는 것도 환상인데, 메인이 되어버린다니. 심취했거나 아니면 노래 부르던 사람이 가신님이 옆에서 노래 부르는 게 심히 부담스러워 슬그머니 빠져 버리는 게 아닌지? 아, 근데 그러고보니 뭔가 부부가 쌍으로 당하고 있는 느낌?!
[여기서 잠시 장학우의 입장도 한 번 들어보자!]
장소 불문하고 밑도 끝도 없이 노래 부르는 장학우를 목격한 이들의 증언을 지금까지 들어봤는데, 사실 이건 당사자인 장학우 본인의 말을 들어봐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 자폭 #1
”지난 번 친구 연회에 간 적이 있어요.
근데 그 때 마음이 좀 그래서 마이크 잡고 계속 노래를 불렀거든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몇 시간을 불렀는데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너는 그냥 노래를 좋아하는구나. 넌 근본적으로 친구 같은 건 필요없을 거 같아'“
’저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 따위의 부정은 1도 안 하시고 깔끔하게 인정하시는 가신님. 누구보다 스스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네, 친구는 그냥 거들 뿐~ ㅠ
그래요, 가수가 노래를 좋아하면 저렇게까지 무대 아닌 곳에서도 진심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거죠. 사람들이 모인 촬영 현장에서 막간을 이용해 노래를 할 수도 있고, 아주 친한 사람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노래방을 간다든지 뭐 마이크를 잡을 일 있으면 또 열심히 부를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데 설마 자기 집에서까지 저럴까요? 그런데 설마 자기 집에서까지 저럴까요? 그런데 설마 자기 집에서까지 저럴까요? 설마? 설마???
* 자폭 #2
게스트 : 장학우랑 예전에 MV를 함께 찍은 적 있는데 진짜 이 분은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계시더라고요. 노래를 즐기는 사람은 정말 이 정도구나 싶었죠. (장학우에게) 지금도 그래요?
장학우 : 요즘도 뭐 그렇죠. 집에서 밥 먹을 때도 노래를 부르니까 아내가 그래요. '식사할 때 노래는 좀 안 부르면 안 돼?!'“
..........??!!...... 장학우의 입장.... 그만 들어보자......
아니, 아저씨... 식사 땐 밥을 드셔야죠! 왜 식사 때조차 노래를 하는 것인가! 그래서 이 분 인생에 살 붙은 모습을 볼 수가 없는 것이구나. 저 말을 하는 가신님의 아내인 나미미 여사의 얼굴 표정이 진심 궁금해집니다.
[양조위의 속마음.... 그것이 알고 싶다!]
이렇게 장학우는 무대는 기본이고 촬영장, 모임, 집에서도 언제나 지치지도 않고 변함없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인데.... 그렇다면 과연 장소 불문하고 곁에서 장학우가 노래 부르는 걸 가장 많이 들은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음반제작 등을 위해 녹음실과 무대를 항상 체크하는 구정옥을 제외한다면) 아마 아내인 나미미 아니면 양조위 둘 중 하나일 듯한데, 나미미는 집에서 항상 장학우 노래를 듣긴 하겠지만 집 밖에 잘 안 나가는 성향을 감안하면 결국 촬영을 함께 했고 개인적으로 만나는 걸 넘어 콘서트도 가는 양조위가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웃기는 게.... #어디서든 #마이크 놓지 않고 #어떤 노래든 #쉬지도 않고 #새벽을 넘어 아침까지 #노래를 부르는 #장학우...라는 주변인들의 목격담은 오래 전부터 쏟아졌고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마치 ’세상에 이런 일이!‘ 내지는 ’내가 졌다!‘ 뭔가 말잇못의 심정을 엿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장학우와 손절(?!)은 커녕 아직까지도 모임자리에 불러내고 심지어 그렇게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노래를 들었음에도 콘서트까지 가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그 지인들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를~
그러니 더더욱 양조위의 진심이 궁금할 수밖에. 그 오랜 세월 촬영장에서든 개인 모임자리에서든 마이크 절대 놓지 않는 장학우를 징하디 징할만큼 경험해놓고, 장학우 콘서트에 지인으로서의 형식적인 축하 정도가 아닌 아예 야광봉까지 들고 오프닝 때부터 시선 고정하며 초진지하게 몰입하는 양조위의 모습을 어찌 해석해야 하나요?.... 이 정도면 ’찐친‘이라기보다 ’찐팬‘이라 불러야 하는 거 아닌지?
장학우 콘서트에 초집중한 남편의 모습이 아무리 생각해도 웃겨서
유가령이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찍어 올린 게 아닌가 싶은...
홍콩도 아니고 대만까지 날아가 노래하는 친구의 모습에 초집중하는 조위씨. 순식간에 표가 사라지는 피켓팅을 자랑하는 장학우의 콘서트인만큼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콘서트 1열 따윈 국물도 없기에 1층 무대 코 앞자리가 아닌 꼭대기층에서 관람하는 중임에도 야광봉을 든 채로 공중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집중모드~ (꼭대기층 자리에는 양조위 부부 뿐 아니라 주걸륜 부부, 양가휘, 두덕위 등등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노래 부르는 장학우를 그 오랜 세월 겪었던 친구와 지인들은 말은 저렇게 하지만 결국 속으로는 ’와, 장학우 미니 콘서트를 1열에서 생눈 생귀로 오늘도 공짜로 즐기는구나!‘ 내적환호를 질렀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솔직히 가신님이 저러는 거 원데이 투데이도 아닌데 진짜 지겹거나 했으면 아예 안 부르거나 불러도 노래방처럼 노래 부를만한 장소는 아예 안 갈텐데, 막상 멍석 깔아주면 혹시나 노래 안 할까 싶어 손사래 치는 척 뜯어말리는 척하며 오히려 노래 부르라고 등 떠밀었다고 봐야 할 듯
양조위 : (학우야, 마이크 좀 주면 안될까?)
그래요, 양조위는 장가휘만큼이나 장학우가 노래 부르는 걸 곁에서 보고 듣는 게 그저 좋았던 거죠. 결국 양조위는 노래 좋아하는 장학우의 최대 피해자 같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최고 수혜자이자 승자였던 셈. 그저 양조위에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장학우가 마이크를 자신에게 잠시라도 넘겨주는 것일 뿐
<여담 1 : 자리 빼앗긴 남자들>
장학우랑 양조위가 함께 찍힌 사진 중에 개인적으로 볼 때마다 웃게 되는 사진 중 하나. 대만 콘서트 무대 뒷모습인데 이건... 마치....
양조위 : (여보야, 나야 나, 당신 남편!)
유가령 : (당신 잠시 밖에 나가 있어! 가신님 영접 중이잖아!)
양조위 : (낄낄빠빠도 모르는 사람될까봐 어쩔 줄 모르는 중)
난 왜 이 사진 볼 때마다 장학우 디즈니랜드 대사 시절 때 찍힌 이 짤이 떠오르는지 ㅋㅋ
할 말 참 많은 미키씨
<여담 2 : 가신님의 근황 & 막문위 콘서트>
저렇게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대면 콘서트가 열리기 힘든 상황인데다 이제 나이도 있어 외부 활동을 조심해야 하다 보니, 작년과 올해 도대체 가신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근황을 다들 궁금해했다. 작년 4월과 올해 1월 자신의 집 어딘가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짧은 영상을 올리고, 진목승 감독 장례식에 장가휘와 함께 참석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고 아주 짧은 영상 인사나 격려가 프로그램을 통해 전해진 게 전부. 코로나 아니었으면 동료들 콘서트 게스트로 자주 나갔을테고 올해 60세를 맞아 분명 어떤 형식으로든 콘서트가 열렸을텐데...
그러던 중 지난 6월 들려온 반가운 소식. 막문위가 아마 자신의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홍콩에서의 콘서트를 3차례 가졌는데 콘서트 마지막 날 마지막 게스트로 장학우를 초대한 것. 장학우가 등장한 순간부터 막문위 콘서트가 아닌 ’장학우를 위한 막문위의 헌정 무대‘가 되어버린 매직~ 장학우의 광동어 히트곡들을 메들리로 막문위가 혼자서 부르다 장학우와 함께 불렀는데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무대여서 코끝이 찡해진 사람들 꽤 많았을 듯 싶다. 어느 분의 말씀대로 세월도 코로나도 다 이겨버린 장학우의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
작년 이때쯤 홍콩에서 콘서트 있는 날이면 리허설 들어가기 전 자신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언제나 인사해주는 장학우에 대한 글을 익무에 올렸었는데, 막문위 콘서트 때도 리허설을 위해 나타날 거라는 걸 알고 자신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인사해주는 장학우의 한결같은 모습이란.... 팬 앞에서 무심하게 등 돌리고 가는 법이 없는 학우씨. 내가 이 분을 이십 몇 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여담 3 : 님아, 그 노래 부르지 마오>
세상에서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 하나... ’장학우 노래 좀 추천해주세요!‘ 히트곡 셀 수 없을만큼 너무나 많고요(장학우가 ’클래식(經典 경전) 콘서트‘ 곡 구성을 위해 콘서트에서 불러줬으면 하는 곡들을 선정하기 위해 주변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는데 60~70여곡이 넘어서 고르는데 진짜 애 먹었다고 할만큼), 아주 잘 알려진 노래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더 애정하는 노래는 히트곡의 수보다 더 많은데다 장르도 너무 다양해서 추천은 정말이지 곤란하다.
영상 하나를 추천한다면... 몇 달 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배우 김지훈이 정말 뜬금포로 장학우를 소환하여 깜짝 놀랐던 바로 그 영상. 3개국 언어를 저렇게 심화 학습하는 것도 놀라웠는데 중국어 시간에 장학우 노래를, 그것도 한때 장학우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알기 힘든 최신 노래, 그것도 그 어렵다는 장학우 노래 중에서도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곡인 醒著做夢(Wake Up Dreaming) 을 불러서 말 그대로 깜놀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중국어도 노래를 통해서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장학우라는 연기자이자 가수가 너무 내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사실 중국어 배우면서 장학우 노래를 모르고 지나치기란 불가능한 일이기에 아예 몰랐으면 모를까 한 번 듣게 되면 빠질 수밖에 없는 장학우의 노래 세계에 입성한 김지훈. 듣는 건 푹 빠질 수밖에 없어도, 장학우 노래를 부른다는 건 듣는 것과 별개로 진짜 참 쉽지 않은 일. 보통 중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부르는 노래들은 어떤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엄청 유명해진 곡들(예를 들면 등려군의 ’첨밀밀‘) 위주로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장학우 노래들 자체가 따라 부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음반으로 듣든 라이브 영상으로 접하든 들을 땐 잘 모르지만(워낙 장학우가 어려운 곡들도 쉽게 불러버리기 때문) 막상 불러보면 ’어라, 생각보다 엄청 고음이네?!‘ 싶을 정도로 난이도가 상당하고, 그나마 부르기 쉽지 않을까 싶은 노래들조차 감정을 살리기 힘들어 구정옥이 그랬듯 노래 경연에서 장학우 노래는 피하라는 이야기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르다 망할 줄 뻔히 알면서 가장 난이도 높은 곡을 꿋꿋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불러준 김지훈 배우에게 박수를~ (하지만 방송을 통해 나간 곡에 대한 제작진들의 무성의는 참 아쉬운 대목. 곡 제목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고, 2014년 나름 최신곡임에도 배경 영상은 이 곡과 아무 상관 없는 1993년 吻別 앨범에 수록된 一路上有你(광동어 히트곡 分手總要在雨天의 만다린 버전)의 MV여서 보는 동안 좀 많이 황당했더랬다;;)
<여담 4 : 장학우, 막문위 그리고 <타락천사>>
다시 막문위 이야기...
나에게 홍콩의 첫 시작은 장학우와 왕가위였다. 지금 남은 건 장학우 뿐이지만. 왕가위 렌즈가 빠지기 시작한 작품이 <타락천사>였고, 이 이후엔 개봉하면 한 번쯤은 극장에서 챙겨보는 정도였으나 그 마음도 언젠가부터 시들시들. <타락천사>에 대해 기억에 남는 건.... 관숙이의 노래 <망기타>와 막문위의 불타는 헤어스타일.
당시 극장에서 봤던 <타락천사>는 시작부터 ’음, 아무리 왕가위라지만 이건 좀...‘ 싶었는데 사실 이 영화에서 막문위를 본 순간부터 머리 속이 복잡해지면서 온통 딴 생각에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그래서 얼마 있다 다시 영화를 봤음에도 역시 별로;;) <타락천사> 속 막문위와 거의 똑같은 모습을 전에 분명 봤는데.... 도대체 이게 뭐지 싶었던?!
1994년 12월 겨울 장학우의 광동어 앨범 <這個冬天不太冷>이 발매되었는데, 장학우의 그 많은 전설의 음반 가운데서도 명반으로 꼽을 수 있는 이 광동어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가 막문위가 자신의 마지막 홍콩 콘서트에서 장학우를 소개하기 바로 직전에 불렀던 <망월(望月)>. 이 앨범을 당시 명동 화교거리에서 어렵게 구한 다음 우연히 내가 사는 지방의 한 지하상가에서 장학우의 최신곡 MV를 담은 정판 비디오 테이프를 홍콩에서 수입해서 파는 걸 보고 당시 5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하자마자 집에서 봤다가 뭔가 그 당시 흔히 보던 뮤직비디오 같지 않은 스타일의 <망월> MV에 심장이 두근 두근~
장학우의 스타일링도 좋았고 배경과 셋팅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거기 등장한 여자 주인공의 붉은 머리와 스타일이 너무나 핫했던 것. 두 큰 성인을 새장 속에 넣을 생각을 하다니, 연출가님 참으로 배운 변태! 그 때 MV를 보면서 ’뭔가 좀 이건 왕가위 삘~이 나는 연출인데?‘ 싶은 생각도 들었고. 참고로 내가 이 MV를 봤을 때가 1995년 초였다.
그런데 1995년 9월 홍콩에서 개봉한 <타락천사>가 한국 극장에 걸렸을 때 <망월>에서 본 여주인공이랑 거의 똑같은 모습을 한 캐릭터가 등장을 하니 놀라겠어요, 안 놀라겠어요?! 진짜 이건 당시 장학우 팬이자 왕가위 팬이었던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혼란한 기분. 그 때만 해도 뭐 인터넷에 정보가 넘치던 시절도 아니었으니 이때부터 대환장 시작~ 같이 장학우랑 왕가위를 파기 시작했던 혈육이랑 그때 참 많은 추측을 했더랬는데...
아니, 너무 똑같잖아? 왕가위가 설마 먼저 나온 <망월> MV 보고 오마쥬 비슷하게 한 건가?(설마 베낀 건 아니겠지;;) 근데 어떻게 저렇게 똑같이 나오도록 한 거야? 혹시 <망월> MV를 왕가위가 연출한 건가? 아, 잠깐만.. <망월> MV 자세히 보니 저 붉은 머리 여자 출연자 막문위 좀 닮은 거 같은데 설마 진짜 막문위는 아니겠지? 아, 설마 MV에 출연한 배우를 그대로 캐스팅하면서 스타일까지 그대로 가지고 왔겠냐!!
네, <망월>에 나왔던 여자 출연자 알고보니 배우로서 뜨기 전의 막문위였습니다. MV에서 까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오니 알 수가 있나. 세상에, MV 볼 땐 모르다 <타락천사> 보고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라 참으로 기가 막혔던... 왕가위도 나처럼 <망월> 뮤직비디오 봤다가 그 불타는 머리를 한 캐릭터에 강렬한 인상을 받아 <타락천사>에 막문위를 그대로 캐스팅한 것이었다. 막문위가 이 작품으로 홍콩 금상장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
사실 장학우와 막문위 둘 사이의 인연은 참으로 깊고도 인상적. 집안 내력이 독특한(할아버지가 영국 킹스 칼리지 교장으로 지내기도) 재원 중의 재원이었던 막문위는 1993년 가수로 먼저 데뷔를 했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외국으로 돌아갔다가, 1995년 <타락천사>로 배우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 장학우가 막문위랑 2001년 대만 드라마 <열애상흔>을 찍었을 때 한 인터뷰에서 막문위와의 인연은 막문위가 연예인 하기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가수의 꿈이 있었던 막문위는 학창 시절에 학생 기자로 활동하면서 장학우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그렇게 첫 만남이 시작된 것. 그 때 당시 장학우 MV로 데뷔하거나 얼굴을 알린 신인 배우들이 참 많았는데 양채니, 진혜림, 이약동, 막문위가 대표적이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시절에 <망월> MV에 출연하여 왕가위의 영화 캐스팅까지 이어졌으니 진짜 보통 인연은 아닌 듯. 장학우가 막문위의 마지막 홍콩 콘서트 마지막 무대에 서고 함께 <망월>을 부른 게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고.
막문위의 2021년 홍콩콘서트 중 장학우 출연부분
망월(望月) 00:55~02:14
토크 : 02:15~10:58
장학우 히트곡 메들리 : 10:59~17:32
생각하면 할수록 좀 웃기고 이상한 게.... 지난 번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지만 장학우 입장에선 <아비정전>을 끝으로 왕가위와는 감독과 배우로서의 사이를 정리했고 <동사서독>(이 영화에 왜 출연을 한 것인가에 대한 내 추측은 왕가위 때문이 아닌 순전히 슈케이 때문일 거라는 거)을 마지막으로 인간적인 관계도 끝을 낸 듯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왕가위가 장학우 뮤직비디오 보고 있었다는 거 생각하면 뭔가 괜히 좀 재미있긴 하다. 설마, 왕가위가 숨어서 장학우 덕질한 건 아니겠죠;;
러스트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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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 장학우 !!!!
내가 상처받은 만가지 이유 라는 노래를 넘 좋아해요
진짜 노래 잘 하죠 넘 좋아요 ^^
평상시에 노래를 부르는게 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노래를 오랫동안 부르는 것에 단련되어있어서 3시간에 걸친 콘서트를 3년동안 소화해낼 수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가신님 회갑연에 가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참 밉습니다. 그런 중 생일 선물 같은 글 감사합니다! 파티 좋아하고 사람들 불러다가 일벌리는 것 좋아하는 유가령이 홍콩 전영 스타 관람단을 만들어서 장학우 대만 콘서트에 갔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 이더군요ㅋㅋㅋㅋ 아... 콘서트 보러다닐 때가 참 그립네요ㅠㅠ
장학우도 그렇고 한국의 영향력을 거의? 못하는 것도 흥미로운 것 같아요.
한국의 홍콩문화의 붐은 거의 2000년 전후로 사라져버리고
어째서 한국은 이제 홍콩이나 대만 쪽 연예계에 관심이 별로 없는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궁금하기도 하네요. 정성가득한 내용 잘보았습니다.
아마 글쓴이님께서는 그 이유를 아시지 않을까 싶어요
장학우 콘서트 현장에 항장 도주범이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장학우 , 견자단
한국에선 정말 제대로 된 조명과 대우가 없는 홍콩,중국(중화권)의 슈퍼스타죠 ^^
오랜만에 장학우 님의 제대로 된 분석과 글을 읽어서 반가웠습니다 ^^ 장학우님 찐팬이십니다 ^^
지금 20대인 제 중화권 친구들도 다 알 정도로 굉장한 분이더라구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