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파인즈 <콘클라베> 일본 인터뷰

―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의 소감은?
피터 스트로갠의 각본이 매우 뛰어났다. 각본을 읽는 순간, 직감적으로 이 세계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듀서인 테사 로스도 훌륭한 제작자이고,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통해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만큼,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그와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기대되었다
― 각본의 어떤 점이 뛰어났나?
정치적 긴장감이 정교하게 짜여 있어 읽는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콘클라베에 대해 부패한 세계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정치적 음모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누가 영적 지도자로서 적합한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단순한 권력 싸움이 아니라 신앙과 도덕적 고민까지 깊이 있게 그려진 점이 인상적이었다
― 맡은 역할인 로렌스 추기경에 대한 인상은?
로렌스 추기경은 본래 수도원에서 조용한 삶을 원했지만, 원치 않게 정치적 긴장감이 감도는 콘클라베를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 된다. 신앙에 충실한 인물로서 선거를 윤리적이고 도덕적으로, 투명하게 진행하려 하며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매우 드라마틱하며, 캐릭터가 가진 내면의 갈등이 깊이 있게 그려져 있어 강한 매력을 느꼈다
―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이탈리아인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영국인으로 설정되었다고 들었다
요즘은 캐릭터와 배우의 국적을 일치시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30~40년 전에는 배우가 다양한 국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캐릭터의 설정을 배우에 맞추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내 캐릭터도 영국인으로 변경되었다
―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어떤 인물인가?
배우와 스태프들이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감독이다.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연출하며, 배우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영화의 방향을 분명히 알고 있어,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러한 태도로 인해 배우와 제작진 모두 그를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이자벨라 로셀리니와의 호흡은 어땠나?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 이들과의 촬영 과정은 마치 선물을 받은 듯한 경험이었다. 팀워크 또한 뛰어났으며, 함께 연기하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세 배우의 오랜 팬이었기에, 같은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작품은 겉으로는 정치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신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다. 콘클라베는 마치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정치 드라마처럼 전개되며, ‘누가 가장 적합한가’라는 물음이 영화 전반을 관통한다. 긴장감이 지속되는 전개 속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추기경들도 결국 인간이며, 단지 신앙의 길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있을 뿐이다. 특히 이 작품은 콘클라베의 절차를 세부적으로 재현한 점이 돋보이며, 등장인물들 역시 단순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마치 12인의 성난 사람들처럼, 각 캐릭터가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도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동기를 가지고 있어 보는 이들을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매우 볼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