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인어공주>는 감독이 뮤지컬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지만,

<백설공주>는 감독이 뮤지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것도 이 실사화의 패인 중 하나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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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마샬)
영화 매니아들은 잘 아시는 '롭 마샬'이 <인어공주>(2023)의 감독이었잖아요. 뮤지컬 장르의 <시카고>(2002)로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했고, 이후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2011), <숲속으로>(2014), <메리 포핀스 리턴즈>(2018) 등으로 여러 차례 월트 디즈니와 협업을 했었고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는 '물'도 경험을 했죠.)
물론 <인어공주>(2023)는 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뮤지컬 넘버'들이 워낙 '사기'이다 보니까, 실사화일지 언정 상품적으로는 나름대로 번뜩이는 순간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롭 마샬 감독 자체가 애초부터 뮤지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까, 뮤지컬 넘버들을 소화하는 시퀀스 만큼은 은근히 제 기능을 하지 않았나 싶고요. (감독이 뮤지컬에 대한 센스가 없다면, 명곡들도 엉망진창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롭 마샬이기 때문에, 다행히 이 부분은 파괴되지 않았다고 봐요.) 저는 <인어공주>(2023)를 재평가하거나 상향 조정을 하는 게 아니에요. 해당 게시물에서 '뮤지컬에 대한 이해도'를 논하고 싶은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월트 디즈니가 '마크 웹'을 연출자로 고용한건 그야말로 패착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크 웹)
저는 '마크 웹'이 유능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500일의 썸머>(2009)는 정말 센스와 재기가 넘치는 작품이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도 비록 완전치는 않지만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서 제 기능을 한다고 느껴져요. 그런데 월트 디즈니와의 궁합은 근본 부터 어긋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마블(Marvel)'은 청춘을 자극하는 테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과도 절묘한 궁합을 나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월트 디즈니는 동심을 자극하거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거나, 훈훈한 개성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런 포인트들을 과연 마크 웹이 단 한가지라도 충족 시켜줄 수 있냐는 것이죠.
(레이첼 지글러 & 갤 가돗)
결국, 어차피 월트 디즈니가 주도를 할거라면, 적어도 원작에 대한 애정이 있거나 뮤지컬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을 연출자로 고용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시는분들은 잘 아시다시피, '레이첼 지글러'(백설공주 역)는 탁월한 보컬 능력의 소유자이잖아요. 이 말인 즉슨, '판'만 제대로 잘 깔아주면 레이첼 지글러가 뮤지컬 넘버들로 영화를 어느정도 (이른바) 캐리할 수도 있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마크 웹이 해당 장르에 미숙하고 서툴다 보니, 레이첼 지글러의 보컬 퍼포먼스들이 전혀 매력적으로 보이지가 않죠. (물론 레이첼 지글러도 편리하게 캐릭터를 다루는만큼 해당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무엇보다 월트 디즈니의 안일함이 더 큰 문제이지만요.) '갤 가돗' 역시 코스튬 디자인과 메이크업 그리고 비주얼은 좋았지만, 결국 뮤지컬 넘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다 보니(더불어 레이첼 지글러와 마찬가지로 편리한 캐릭터 메이킹 까지) 여러모로 불협화음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줄리 앤드류스' 같은 레벨을 바라는게 아니잖아요. 그런 클래스는 바라지도 않죠. 그저 '기본'에 충실해달라는 건데 그 기본을 충족 시켜주지 못하니,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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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저는 여전히 월트 디즈니가 (오늘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를 살고있는) 대중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그야말로 대중문화의 상징 중 하나이니까요. 그런데 계속 이런식으로 안일한 행보를 보여주면, 영화관은 점점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https://extmovie.com/movietalk/65707695 제가 그 전에 오늘날의 월트 디즈니에 대한 단상을 끄적인 적이 있었는데, 점점 회의감으로 바뀌어 가는것 같아요.)
월트 디즈니는 관객이 박스오피스에 함께 걸려있는 다른 영화도 발견하게 해주고, 나아가 선택의 다양성까지 늘릴 수 있게끔 하는 위대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흥행은 디즈니가 가져가지만, 동시간대의 다른 영화들까지 소개해주는 긍정적인 영향력도 발휘하죠.(당연히 월트 디즈니는 그런것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영화계는 내심 디즈니가 그런 역할까지 되어주기를 바라니까요.)
저는 월트 디즈니가 귀중하고 소중한 '그것'과 '무엇'을 분실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백설공주>(2025)를 기점으로, 스스로 깊게 성찰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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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웹 감독도 뮤지컬 경력이 없는 건 알았지만 뮤직비디오 감독도 했다길래.. 장르는 다르지만 뭐 알아서 잘 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ㅠㅠ 어찌보면 관객층을 너무 쉽게본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각본도 본인 스타일 아니었을듯...

의견 잘봤습니다! 저도 회원님과 마찬가지로, 마크 웹에게 실망까지는 안했지만(본인 주체적 프로젝트가 아니니까)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왕 디즈니에 고용돼서 연출자로 입사를 했으면 기본에 충실한 결과물이라도 만들어냈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인어공주>(2023)는 본문에 언급했듯이 졸작이라고 생각하는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뮤지컬 넘버 시퀀스들은 (회원님 표현대로) <백설공주>(2025)와 비교하면 정말 선녀였습니다!
저렇게 큰 거대자본 회사는 유능한 리더가 직접 칼들고 체질개선 하지 않는 이상 바꾸기 힘들테니.. 큰 이변이 없는 이상 타이타닉마냥 침몰한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