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 리뷰 및 후기 (스포)
★★★★
<청설>은 동명의 대만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영화 <하루>를 연출한 조선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최근 라이징 스타로 많이 화제가 되고 있는 홍경, 노윤서 배우와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 배우 김민주가 출연하는 청춘 로맨스 영화이다.
일단 이 영화, 굉장히 설렌다. 최근 한국영화 중에 이정도로 순수하게 설렘을 전달하는 영화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이다. 청각장애인인 여동생을 데리고 키우는 여주인공 “여름”이를 보고 한눈에 반한 젊은 청춘 “용준”이 그들에게 접근하여 사랑과 우정을 이룬다는, 조금은 단순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데, 이 영화는 그 스토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에 대한 의미있는 시선을 던진다. 단순히 청각장애인인 그들을 향해 “당신들은 불쌍하고 안타까운 존재야. 위로받아야 돼.” 라고 외치는 구태하고 뻔한 주제전달이 아닌, 청각장애인들만의 또다른 세계를 강조한다.
청각장애인들은 듣기와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몸짓과 표정으로 하는 “수어”라는 대체표현을 쓰게 된다. 이러면 비장애인들 입장에선 당연히 불편할 수 밖에 없고, 이를 장애인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신들만의 대화체계를 만든다. 비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끼리 입으로 하는 대화와 감정으로 체계를 구축한다면, 청각장애인들은 자신들만의 몸짓과 표정을 더욱 강조하여 더 깊이있는 공감대를 구축한다. 주인공인 용준은 비장애인으로서 이들의 세계를 천천히 이해하게 되고, 결국 또 한명의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깨닫게 된다. 이러한 서사에 여주인공 여름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잔잔하고 순수한 러브스토리가 절묘하게 이어져 나에게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전달해주었다.
극 중반부에 청각장애인인 여동생 “가을”이 겪게되는 화재사고 역시 너무나 자극적으로만 그려지지 않아서 좋았다. 보통 이런 영화에서 억지로 갈등상황을 만들기 위해 극단적인 서사와 장치들을 넣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청춘 멜로의 본질인 “순수한 설렘” 을 어기지 않고 그 부분을 적절하게 절제하였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역시 좋았다. 연기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을 수 밖에 없는 묘한 페이스를 보유한 홍경 배우는 이번에도 역시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으며, 노윤서, 김민주 배우의 수어&감정 연기도 자연스럽고 안정적이었다. 특히 ‘아파트 앞에서 용준에게 이별을 고하는 여름‘ 씬과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수영장 시퀀스‘ 는 청춘물 특유의 설렘과 간드러짐이 정말 잘 느껴져서, 아직도 내 인상에 깊게 남아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는 두 젊은 배우의 매력을 확실하게 살린 아주 풋풋하고 설레는 순수 청춘멜로 영화이다. 그러한 장르적인 부분과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시선이 섞여 아주 재밌게 감상하였고, 앞으로도 이렇게 다른 길로 새지 않고 본질에 집중한 좋은 한국영화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한다. 최근 한국 극장 자체가 안좋은 상황이라 큰 흥행을 바라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 100만은 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현재 연인이거나 썸인 분들은 이 영화가 데이트 코스로서 정말 잘 맞을 것이니, 그런 분들께는 특히 이 영화를 더욱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