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페이스> 리뷰 및 후기 (스포)
★★★
<히든페이스>는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방자전>, <인간중독> 등 수위 높은 작품들을 많이 연출했던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자, 김대우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송승헌, 조여정 배우, 그리고 최근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는 박지현 배우가 출연한 치정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이다.
일단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 꽤 수위가 높다. 최근 한국영화들과 비교해서는 더더욱 높은 편이며, 이 작품의 중심 소재와 주제의식의 파격성이 상당히 강렬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초반 스토리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첼리스트인 수연(조여정)이 갑작스럽게 약혼남인 성진(송승헌)을 떠나게 되고, 이에 성진이 대체 첼리스트로 온 미주(박지현)에게 용서받기 힘든 짓(불륜, 정사)을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일반적인 포르노나 성인 영화처럼, 자극에만 몰두하고 모든 부분에서 수준 이하인 작품이 아닐까” 라는 생각 말이다. 나도 사실은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일정 부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아쉬우면서도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라웠다. 물론 이 작품이 대단히 훌륭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나름대로 재밌게 잘 짜여진 구성 속에서 여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탁월한 카메라 워킹들을 적절하게 잘 이용한 영화라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중반부에 이르게 되면, 수연(조여정)이 자신의 집 안에 있던 밀실에 갇히게 되어 성진과 미주의 불륜과 정사를 그대로 목격하게 되는 상당히 자극적인 서사들이 이어지는데, 이 흐름이 꽤나 흥미롭고도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수연이 갇히게 된 밀실 안에서의 공포와 그에 따른 그녀의 행동들, 그리고 그런 수연의 상태를 아는 미주의 오묘한 행동들이 극의 전반적인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며, 결국은 두 얼굴의 욕망, 욕망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의 얼굴 등과 같은 이중적인 주제의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물론 후반부의 페이스와 흐름이 중반부에 비해 비교적 아쉽게 느껴지기는 하나, 그것이 영화 자체가 완전히 무너질 정도의 단점은 아니라고 느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던 연기에 대한 부분도 말하고 싶다. <방자전> 때부터 김대우 감독의 페르소나 급이라고 평가를 받았던 조여정 배우와 상당히 어려울 수 있는 연기를 말끔하게 소화한 박지현 배우의 연기가 꽤 인상적이었으며, 이런 여배우들의 연기와 파격적인 극의 맛이 비교적 잘 섞여 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에 비해 남자 주인공인 송승헌 배우는 비교적 아쉬었던 것 같다. 그의 연기는 감독의 전작인 <인간중독>에서의 연기에 비해서 크게 발전한 부분이 없어 보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확실하게 느껴지는 후반부의 아쉬움을 뒤로 한다면 생각보다 볼만한 청불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김대우 감독 작품 중에는 제일 볼만한 완성도를 보여주었으며, 특히 자신이 조여정 배우와 박지현 배우의 팬이라면, 부담 없이 예매해도 괜찮은 작품이다. 현재 이 영화가 한명의 배우의 파격 노출을 이유로 많이 홍보가 되는 듯한데, 물론 그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박지현 배우는 이 작품을 통해 분명히 큰 배우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 전작의 임지연 배우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