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 지루한 영화에서 여운을 느끼는 말도 안 되는 순간
타르콥스키 감독님 영화는 이게 처음입니다
이제 <거울><잠입자><희생>이렇게 볼 생각인데 그 전에 입문은 <솔라리스>로 하자고 꼭 봐야지 봐야지 해놓고 이제야 보게 되었군요
이 영화를 안 보는 동안 저는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상업영화만 주구장창 봤었습니다
그러다가 재미없는 영화를 보게 되면서 뭔가 철학이 넘치는 영화가 보고싶어졌습니다
그 재미없는 영화가 <베놈 라스트댄스>라고 절대 말하진 않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를 한번에 볼 수는 없었습니다
러닝타임이 길었거든요
그리고 지루했고요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컷의 길이도 길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도 한명이 끝나면 다른 한명이 깊게 생각하더니 대사 날리고 그러면 또 상대방이 흐음~ 하며 생각하다가 대사를 날리고를 반복합니다
심지어는 말싸움 장면조차 느긋해서 감정선은 느껴지는데 왜 다들 이렇게 느린 템포로 말할까 궁금합니다
의도적으로 이렇게 길게 만든건가? 싶을 정도고 초반의 자동차 장면은 악의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후반을 지나면서 저는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 불가사의한 이유를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우주 저 먼곳에서 솔라리스라는 혹성이 발견됩니다
솔라리스엔 거대한 바다가 있는데 그 바다는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습니다
과학자들은 그곳을 탐사하고 연구하기 위해 연구진들을 보냅니다
주인공 크리스는 아내를 잃고 마치 영혼이 빠진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지낼 뿐인 사람입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비디오 테이프가 하나 보내집니다
비디오에선 솔라리스에서 무슨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정말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크리스가 보내집니다
그런데 정말로 상상도 못할 일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솔라리스에 도착한 크리스의 눈앞에 과거 사별했던 아내가 나타납니다
그녀는 환상이 아닌 실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계가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았을때 한 영화 감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찍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우주를 대중에게 보여줬습니다
그는 우주를 바라볼때 미지에 대한 공포와 신비함을 보았습니다
몇년이 지난 후 타르콥스키 감독님도 우주를 바라보며 이 영화를 찍으셨던 것 같습니다
허나 감독님은 우주를 바라보며 미지에 대한 공포나 신비함보다는 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지극히 인간드라마에 치중됩니다
보여주는 시각적인 쾌감보다는 등장인물들간의 대화와 관계를 통해 느껴지는 내러티브에 집중하면서도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 것만 같았던 감정선은 후반부에 폭발하죠
배경은 지구가 아닌 특별한 공간임에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공간적 배경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채 크리스와 하리의 이야기에 집요하리만큼 몰두하게 됩니다
아내 하리는 진짜 아내가 아닙니다
진짜는 이미 오래전 사망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하리가 진짜를 대체할 수 있는가?
영화는 아니라고 합니다
허나 솔라리스가 만들어낸 하리가 크리스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솔라리스의 하리는 진짜 하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자리를 차지하기에 가치를 지닙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결말이 더더욱 서글퍼지는 것이겠죠
결말에선 이 영화가 나온지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그 감정선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어찌보면 모두가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정말 친하던 친구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음에도 결국 꺼내지 못하고 서로 멀어져버려 말할 기회가 영영 없어져버린 그 후회감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정말로 좋아하던 애인과 헤어진 이후에 떠나버린 그/그녀를 생각하며 이별의 슬픔을 한번쯤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영화의 마지막 결말에서 강렬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아뇨 전 이 영화를 통해 타르콥스키 감독님의 팬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작성자 한줄평
"사랑이 존재하기에 모든 환상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못 보고 소더버그 감독 영화를 좀 지루하게 봤습니다.^^
오리지널도 한번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