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하겠나 - 간단 후기(Ft. 무대인사)
최근 본 영화 중에서, 가장 현실에 발을 붙인 영화였습니다. 물론 병원 부분에서는 현실 오류가 약간 있기는 했으나 이건 실제 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라.
고달픈 영화였습니다. 이동휘라 무조건 웃길 거라는 생각에 갔다가 영화적 낭패(!)를 맛보았더랍니다. 켄 로치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살아가는 영화였어요. 이동휘라는 배우에 대한 선입견만 약간 걷어내면 오늘을 사는 보통사람에 대한 이야기로는 나쁘지 않은 영화적 맛을 던져줍니다.
영화로 들어가면.
사랑하는 ‘우정’과 행복한 결혼을 앞둔 ‘선우’. 녹록치 않은 상황 속 아빠 ‘철구’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게 되고 병원 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다. 아빠 ‘철구’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이 재난 같은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만 아빠는 의식이 없고 다른 가족들마저 외면한다. 언제나 옆에서 응원해주던 ‘우정’과도 흔들리게 되고 늘 애물단지였던 아빠를 외면할 수도, 단란한 가정도 포기할 수 없다! “우리는 겨울에 꼭! 결혼한다”
일반적인 커플, 로맨스 판타지가 작용하지 않은, 현실 세계에 발을 붙인 보통의 선우와 우정이라는 커플이 결혼하려는 과정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었습니다. 아버지는 IMF 때 진 빚으로 여전히 주민등록 말소 상태, 할머니 집에 얹혀 삽니다. 그랬던 선우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며 평온하던 일상에 고된 현실이 닥칩니다.
아버지 병원비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기초수급자로 등록하려 하지만 여기서 벌어지는 애로 상황이나, 아버지를 재활병원이 아닌 요양병원에 가려는 데서 오는 고달픔, 실제 환자를 돌보아야만 하는 애달픔 등. 경상도 식 화법으로 '느그 그래서 결혼하겠나?'라는 뜻이 제목에 들어 있더군요.
현실의 어려움 앞에 점점 자존감이 낮아져가는 선우와 우정 사이도 점점 어려워져가기만 하고.
아, 이 영화 참. 보는 내내 한숨이 팍팍 나더라고요. 남의 얘기 같지 않은, 정말 내가 아는 많은 보통 사람의 얘기라서 정말 공감이 갔더랍니다. 그런데 공감 가면서도 마음 아프고 그래서 외면하고픈. 보는 이에게 참 복잡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영화였답니다.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거나 겪는 커플, 그런 가족이 본다면 몰래 숨어 눈물 흘릴 영화였습니다.
이동휘, 한지은, 강신일, 차미경 배우님. 다들 고생하셨어요. 쉽지 않은 촬영 환경이었을 거라는 게 여러 모로 보였답니다. 김진태 감독은 영화 끝을 너무 예쁘게 포장하려 했더라고요. 실컷 아프게 해놓고. 여튼 한국의 켄 로치로 자리매김하는 감독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조금 더 현실에 대한 칼을 벼리어서 날카롭게 단도질하는 해보는 것 어떨지. 한국의 켄 로치, 김진태! 뭐 그런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섰답니다.
절대! 이동희 배우가 웃길 거라는 선입견은 없애고, 현실 커플의 고달픈 결혼 이야기 정도로. 정황 상 흥행이 좀 어려우면 어떻고, 멋진 드라마와 극적인 결말이 없으면 또 어때요. 그건 그대로 또 영화적 결말인 거죠.
이 가족 이야기가 그래요. 사람들이 먼 이야기라 느낄지 몰라도, 실제로는 여전하지 않을까요. 제 주변에는 아직도 IMF 때 벌어졌던 비극을 극복해내지 못한 분들 많답니다. 세대가 한 번 바뀐 현실에 이런 이야기를 꺼낸 감독에게 칭찬과 박수를 보냅니다.
영화, 마음 아프게, 잘 봤습니다.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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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잘 되었으면 하게 되네요.
많은 분들 마음으로 눈물 훔칠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