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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s choice (1982) 위대한 영화. 메릴 스트립의 대표작.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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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릴 스트립은 대배우이고, 숱한 걸작들에 나왔지만,

그중 대표작이 될 만한 작품이 이것이다.

이런 연기가 어떻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명연기다.

 

별로 잘 안 풀렸지만, 남자주연배우 케빈 클라인도 대배우라고 할 만하다. 

당시에는 그렇게 간주되었었다. 그의 이 영화 연기도 눈부시다. 

메릴 스트립에 안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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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초반쯤 미국 브루클린이 무대다.

스팅고라는 청년은 전형적인 미국남부 청년이다. 

그는 소설가가 되길 꿈꾼다. 돈을 모아서,

일년 정도 소설만 쓰며 살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을 마련한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그는 야심차게 뉴욕에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맨해튼에 방을 얻기에는 돈이 부족하다.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빈민가 브루클린에 방을 얻는다. 

아직 청년인 스팅고는 무섭다. 방에 혼자 있으려니까 윗층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천장이 쿵 쿵 거릴 정도로 섹스를 격렬하게 하지 않나,

곧이어 방안의 기물을 때려부수며 소리를 친다. 

여자가 애원을 한다. 우리는 서로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남자는, 관절이 관절염을 필요로 하는 정도만큼 널 필요로 한다고,

뇌에서 뇌종양이 필요한 만큼 널 필요로 한다고,

우리는 함께 있으면 죽어간다고 소리치고 나가 버린다.

여자는 운다. 그는 스팅고에게도 소리치고 나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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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는 도대체 어떤 여자일까?

금발에다가 아름다운 여자다.

폴란드인이라는데, 아주 발음이 어색한 영어를 구사한다. 그것이 도리어 매력적이다.

정신이 불안정해서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한다. 정신없이 무서워하다가 갑자기 

즐겁게 쾌활해지고 수다를 떤다.

아이같은 쾌활한 순진함과

요녀의 색기와

불안정한 여인의 가련함을 다 갖춘 복잡한 여자다.

스팅고는 소피라는 그 여자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집을 뛰쳐나간 남자는 다시 소피에게 돌아와 소피를 안고 엉엉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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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아주 흥미진진하게 서두를 푼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스팅고라는 청년의 일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소피와 내이선이라는 두 남녀에 대해 호기심을 자아내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내이선과 소피는 다음날 스팅고를 찾아온다. 둘은 이미 떨어져서는 못사는 사이로 돌아와 있다.

내이선과 소피는 스팅고와 친구가 된다.

세사람은 친한 친구라는 말도 부족한 단짝이 된다. 그리고, 스팅고는 둘의 비밀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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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라는 캐릭터는 엄청 복잡하다. 소피라는 여자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캐릭터들을 

시시각각 다르게 연기해내야 한다.

이 변화하는 캐릭터들을 이음매 없이 종합하여,

하나의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구축해내야 한다.

더 어려운 일은, 이 입체적인 복잡한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하다.

그녀를 만난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매력에 감탄하고 끌려들어가게 되니까.

메릴 스트립이니까 이 역을 연기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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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정신이 불안정하고, 어떤 때는 의심 많고 폭력적이면서도, 어떤 때는 쾌활하고 사람 좋고 

남에 대한 배려심이 넘치는 내이선 캐릭터도 연기하기 쉽지 않다.

그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순간적으로 폭발하면서 사람을 죽일 정도로 폭력적이 되지만, 

곧이어 소피를 붙잡고 엉엉 울 정도로 연약하다. 보통때는 현명하고 남을 배려하고 쾌활하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케빈 클라인도 이 연기로 찬사를 받았다. 

 

스팅고는 둘에게 빠져든다. 

소피는 폴란드 대학교수의 딸이다. 어머니는 유명 피아니스트였다. 

상류층에서 곱게 자란 인텔리다. 고급 인텔리와 결혼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 빈민가에 와서, 얇은 드레스를 입고 몸을 비치며,

색기 부리고 불안정한 정신을 가진 여자로 살아간다.

그녀는 이차세계대전의 비극을 한 몸에 체험한 여자다. 

아버지도 남편도 나찌에게 총살을 당하고, 딸과 아들은 아우슈비츠에서 살해당했다.

혼자 살아남았지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아침에 눈 뜨는 것만 해도 무척 힘든 사람이다. 

스팅고는 전에도 소피가 무척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가련한 여인의 모습이 겹쳐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스팅고는 그녀에 대해 조사한다. 그녀를 더 잘 알고 싶어서다. 

하지만, 조사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아버지 대학교수는 나찌 신봉자였다. 유태인 차별법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던 인물이었다. 왜 그녀는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그녀에게 따지자, 그녀는 자기를 버릴까 봐 무서워서 그랬다며, 굉장히 비극적인 개인사를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그것도 거짓말이었다. 나중에 보니, 진실은 그 거짓말보다도 더 비극적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밝혀진 진실도 또 거짓말이었다. 진짜 진실은 그보다도 더 비극적이었다.

영화의 구조가 이렇다. 이것이 충격적이었다고 생각하면, 더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지고,

영화는 이렇게 비극 수준을 넘어선 광기로까지 파고들어간다. 

이것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비극이다. 

 

계속 이렇게 진행되다가 보면,

소피라는 인물이 지금 제정신으로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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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 진짜 진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그녀의 가슴 깊숙이 꽁꽁 숨겨져 있었다. 

소피를 사랑하게 된 스팅고가 고백을 하자, 소피는 스팅고를 단념시키기 위해 

할 수 없이 진짜 진짜 진실을 고백한다. 

아우슈비츠에는 유태인만 간 것이 아니다. 나찌가 혐오하던 폴란드인들도 끌려 갔다. 

소피도 어린 아들과 딸과 함께 아우슈비츠에 끌려간다. 잔인한 나찌 장교는 

소피에게 선택을 하라고 한다. 아들과 딸 중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다른 하나는 죽여 버리고, 

선택된 자식만 살려주겠다고 한다. 

소피가 망설이자, 둘 다 죽여 버리겠다면서 끌고 간다. 소피는 할 수 없이 자기 딸을 죽이라고 소리친다. 

딸은 가스실로 끌려간다. 

 

이런 결정을 내렸던 어머니가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결정을 내렸던 어머니가, 나는 행복해지겠다 하고 마음 먹을 수 있을까? 

어머니더러 이런 짓을 하라고 강요하다니,

나찌는 도대체 어떤 악마들이었나? 

이 어머니는 자기 파괴적으로 살다가 죽어 버릴 운명이다. 

너무 부끄럽고 무서운 비밀이기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스팅고는 이런 소피가 겪은 비극이 하도 놀랍고 불쌍해서,

소피와 결혼해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소피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하다. 살아서는 이 지옥이 안 끝난다. 

술 마시고, 미친듯 섹스하고, 발광하고, 즐거운 척 가장하고,

그렇게 살아도 잊혀지지 않는다.

 

스팅고에게 "나는 행복해져서는 안되는 사람"이라고,

그의 청혼에 대답하던 소피의 얼굴은 잊을 수 없다. 

결국 시시각각으로 변하던 소피의 모습이지만, 

내내 진짜 얼굴은 그 얼굴 하나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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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스팅고는 소피가 내이선과 함께 침대에 누워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사랑을 갈구했던 불쌍한 사나이 내이선과 소피는

침대 위에서 꼬옥 안고 함께 죽어 있었다. 동반자살한 것이다. 

이제 소피는 더 이상 비극적이지 않다. 그녀의 얼굴은 평온하다. 

스팅고는 소피의 죽음에 슬퍼하면서도 동시에 그녀가 느끼는 평화에 감동을 느낀다.

 

나찌의 만행을 고발한 사회적인 영화이기도 하지만,

소피라는 여인을 매력적으로 그려낸 훌륭한 멜로드라마이기도 하다. 

젊고 미숙한 청년이 신비로운 미녀 소피와 조우하고 빠져드는 과정이 

너무 섬세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져서, 아주 로맨틱하다. 

스팅고가 소피의 비밀에 점차 다가가는 장면은 훌륭한 추리물이다. 

 

스팅고는 침대 위에 누워있는 그들의 시체에게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읽어준다. 

그들의 평온을 진심으로 빈다.

그리고, 혼자 브루클린을 떠난다. 

 

마지막 장면의 감동은 정말 너무나 크다.

사회물의 거장 알란 파큘라 감독이 멜로드라마에도 탁월한 능력을 가졌음을 증명한 영화다. 

 

당시에도 엄청난 호평을 받았고, 메릴 스트립은 대배우로 떠올랐다.

대배우라면 이렇게, 2시간 30분짜리 영화도 자기 혼자 힘으로 지탱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대흥행작 아웃 어브 아프리카는 애초에 

메릴 스트립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 마지막 장면도 아주 감동적이다. 스팅고가 혼자 브루클린을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화면에서 사라지자, 새하얀 화면에 한가득 소피의 얼굴만 보여진다. 마치 안개에 싸인 듯 희미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분명하다. 자기에게 가슴 속 비밀을 말할 때 그 얼굴이다. 이 영화는 나이 든 스팅고가 과거를 회상하는 독백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장면은, 그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소피의 얼굴이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하긴,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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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영화 사상 가장 슬픈 장면 중 하나였어요.
오랜만에 생각나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03:35
24.10.24.
BillEvans 작성자
golgo
저도 오랫만에 다시 보았는데, 역시 걸작이더군요.
08:57
24.10.24.
2등

메릴 스트립 여사님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작품

10:48
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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