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제목 <보통의 가족> (스포O)
잘 만든듯 하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네요.
돈되는 건 무엇이든 하는 변호사 재완(설경구), 생명의 소중함을 사명으로 열심히 사는 의사 재규(장동건) 형제는 앞서 설명했듯
정 반대의 인생을 살아온 형제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들의 아들 딸이 범죄에 말려들자 형제들의 성격을 대강 훑은 관객들은 어느 이야기 전개가 진행될지 감은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식 앞에서 세상 어떤 부모도 이성을 차릴 수 없는 것일까?
예상되다시피 재완은 자신의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서 딸을 어떻게 해서든 비호하려하고, 재규는 아들이 사고 친 것을 알고서는 아들을 나무라며 맘 깊이 괴로워합니다.
그런 과정은 계속 되고, 돈 밝히는 형이든 도덕적인간인 동생이든 각자 처해진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하려고 하는 모습을 비추면서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정서에 두 부부 전부 공감대가 형성되려는 찰나에
영화는 파국 엔딩으로 이어지는데,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온 형제 부부가 마치 감독이 다양한 인간군상을 제시하며 "당신이라면 그런 상황이 오면 과연 똑바로 사고하며 이성적 대처를 할 수 있나?" 하며 묻습니다.
그러면서 감독은 마치 "무자르듯 세상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다." 라는 식의 정답을 내리고 관객들에게 주입하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후반부에 가서는 자신의 물질적 욕망에 충실하고 범죄자들 비호해서 돈을 벌어온 형 재완이 처음엔 자식을 어떻게해서든 지키려고하다가
딸과의 통화에서 딸이 폭행한 노숙자가 죽었는데도 죄책감이 전혀 없는 딸의 얘기를 들으며 재완은 이렇게 하는게 과연 딸을 위한건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결국엔 딸과 조카가 나눈 대화를 촬영한 영상에서 둘다 죄의식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는지, 이젠 자식이라고 해서 죄를 덮을 수 없다고 하며 다른 입장으로 선회합니다.
반면 동생 재규는 계속해서 아들을 지키려고하는 아내의 성화와 가스라이팅에 못이겨 겨우 맘을 추수리고 아들의 범죄에 대해 모르쇠로 넘기기로 했는데, 갑자기 형의 입장변화가 당황스럽다는 듯 따지고 급기야는 아들을 지키기 위한답시고 형을 죽이는 지경까지 갑니다.
전 이 부분이 다소 억지스럽다고 느꼈네요. 평소 자기와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재완이 자기 딸의 죄의식 없는 모습에 실망해서 입장을 바꾼 것도 그렇고, 도덕적으로 살아왔던 재규가 아무리 이성을 잃고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치 않게 되는게요.
후반부에서 좀 더 이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게끔 이야기 전개를 더 넣어서 개연성을 높였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고 느끼네요!
영화는 이런 자잘한 디테일을 생략하고 양쪽 부부에 도덕적 딜레마 하나 씩을 쥐어주고 관객들에게 선택을 요구하려는 감독의 목적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보통의 가족이라도 이럴 수 있다고요? 독일의 정치학자인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에 의하면 선량한 사람도 처해진 상황에 의해 얼마든지 악한으로 바뀔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극단적인 설정이로군요.
중반부까지는 좋게 보다가 후반부에선 다소 충격과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21C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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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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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가 있네요. 새 와이프에 갓난아기인 딸과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입장에서 설경구가 가족을 위해 첫째딸을 그렇게 할 수 있겠군요. 다만 처음부터 자기 욕망대로 살아온 설경구의 특성상 영화 속 모습을 볼때 진정 첫째딸을 위한 결정이라기보단 지금 살아가는데 장애물을 두지 않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봐서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장동건은 위선자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한 운명처럼 보입니다. 그는 분명 환자들을 지극정성 돌보며 도덕적인 판단을 하고 자기 아들의 범죄를 못 본채 넘어가지 않고 경찰서 앞까지 대동했던만큼 그의 곤조만큼은 진짜이고 폄훼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다만 아버지로써 한 불안전한 인간으로써 학교폭력만 당하다가 실수를 저지르고 불쌍한 아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보호를 하려고만 하는 김희애의 가스라이팅에 설득됨과 동시에 부성애에 못이겨 결국 현실과 타협하려 했던 것이고요. 그럼에도 자기 형을 죽인건 당연히 잘못되었는데 전 이 점이 관객들로 하여금 도덕적 혼란스러움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한 다소 기계적인 전개로 보였어요.
설경구는 자기가 변호한 인간 말종 재벌 2세를 보면서...
딸을 그냥 내버려뒀다간 딸도 그 꼴이 될 테고, 그게 딸에게도 자기에게도 결과적으로 안 좋을 거라고 해서 그런 결론을 내린 것 같았어요. 평소에는 속물이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에 장동건 캐릭터는 겉으로는 도덕군자처럼 행동하지만 은근 슬쩍 위선자임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꽤 있었고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