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d obsession (1959) 젊은 나카다이 타츠야와 이치가와 곤 두 거장의 만남. 평작. 스포일러 있음.
이거 성인물이다.
일본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변태 할아버지 이야기다.
그래도, 대배우 나카다이 타츠야와 대감독 이치가와 곤이 맡은 영화이니 뭔가 다를까 하고 기대해 보았는데,
어딘가 아쉽다.
스토리도 그렇고, 캐릭터들의 설득력도 그렇고, 결말도 그렇다.
켄지라는 노인은 예술전문가로 이름 높은 사람이고 아름다운 아내가 있다.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데, 단 하나 발기가 안된다. 노인은 늙고 싶지 않다.
의사는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인은 회춘을 위해 강장제를 무슨 냉수처럼 먹는다.
정숙하고 아름답고 기품있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아내 - 노인은 알고 있다.
아내는 속으로 남자구실을 못하는 남편에게 짜증내고 있다.
젊은 의사 나카다이 타츠야는 자기가 성공하는 데 사회저명인사의 스폰서링이 필요하다.
그래서, 켄지에게 접근한다. 어느날 켄지가 불러서 그 집에 가 술을 마시고 있는데, 켄지의 아내가
혼자 목욕을 하다가 욕조에서 기절한다. 이것저것 따질 시간 없다.
벌거벗은 켄지의 아내를 얼른 나카다이 타츠야가 들쳐업고 방으로 데려간다.
그런데, 이것을 보던 켄지는 사타구니가 뻐근해 옴을 느낀다. 바로 이거다! 질투는 나의 힘(?)이다.
혼자 있을 때에는 아내의 알몸을 봐도 별 거 없었는데, 나카다이 타츠야가 막 만지니까 엄청 섹시하게 보인다.
수시로 나카다이 타츠야를 불러 아내를 간호(?)하게 한다.
나카다이 타츠야도 대충 보니까 뭔지 알겠다. 켄지의 회춘에 자기가 이용되고 있는 거다.
어쨌든 켄지의 스폰서링이 필요하니까, 장단을 맞춰주자.
사실 나카다이 타츠야는 토시코라는 켄지의 딸과 약혼하고 있었다.
장래 장모와 장인 사이에서 이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코믹하게 나갔다면 이 영화는 수작 내지 걸작에 오를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살벌한 스릴러물로 나간다.
평소 불만(?)이 속으로 쌓였던 켄지의 아내 이쿠코는 젊은 나카다이 타츠야의 손길에서 야릇한
감정을 느낀다. 나카다이 타츠야가 자길 주물럭거리는 것 이상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둘은 몰래 밀회를 시작한다. 켄지가 시작한 일이지만, 걷잡을 수 없이 사건이 확대된다.
이제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 켄지가 방해가 된다.
그래서, 켄지 장기독살계획을 세운다. 조금씩 조금씩 그를 죽인다.
이치가와 곤이 거장이라서, 켄지나 이쿠코, 나카다이 타츠야, 토시코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된다.
어색하거나 인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사건이 아주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다 각각의 입장에서 사건이 이렇게 전개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거장의 힘이다.
하지만 간통하는 남녀가 남편을 독살한다는 스릴러 범죄물은 좀 재미가 없다. 처음 시작은
코믹했다. 노화를 두려워하고 이를 막으려는 노인의 아집같은 것으로 시작했다.
이것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스릴러 범죄물로 가니 너무 평범해진다. 이치가와 곤이 만들었으니,
물론 유려하고 완벽하다. 하지만, 아주 재미없는 방향으로 영화가 흘러간다.
켄지는 마침내 독살당한다. 그는 최후까지도 이것을 모른다.
그냥 자기 건강이 악화되어서 수명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켄지는 죽어가면서 이쿠코더러 옷을 벗으라고 한다. 그런데, 이쿠코는 트랜스젠더였다!
뜬금없다기보다, 영화에 착 감기면서, 뭔가 코믹하고 심오한 뜻이 숨어있는 듯 느껴진다. 이것도 거장의 힘이다.
나카다이 타츠야는 기회주의자다. 켄지가 돈이 많은 줄 알고 토시코와 약혼했는데, 알고 보니
켄지는 가난한 학자다. 그는 이쿠코와 토시코를 갖고 놀다가 차 버릴 생각을 한다.
토시코는 나카다이 타츠야와 어머니 이쿠코의 불륜을 알기 때문에, 질투심에서, 이들을 독살해 버릴 생각을 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한 식탁에 앉은 세 사람은 사이좋게 독살을 당한다.
이 모든것을 지켜 본 하녀가, 세사람의 죄악에 격분한 나머지, 셋 다 독살해 버린 것이다.
이 세사람이 사이 좋게 독살당할 이유는 알겠다.
이치가와 곤은 충분히 이 결말까지 견고하게 영화를 구축했으니까.
하지만, 관객들이 이 결말을 좋아할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영화 초반에 보여준 스토리의 엄청난 포텐셜이 이렇게 쪼그라드는가?
이쿠코, 나카다이 타츠야, 토시코의 죄악 (켄지의 것도 포함하면 넷이 된다)을 심판하는 것은 참 재미없는 결말이고
주제다. 영화가 좀 폭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켄지나 이쿠코, 나카다이 타츠야, 토시코 모두 각각
엄청 폭주하는 사람들 아닌가? 심판하는 것은 신에게 맡겨두고, 관객들이나 감독이나 막 폭주하는 정신나간
코메디가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로테스크하고 변태적인 일본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이 영화에서 나카다이 타츠야를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훌륭하다. 일본영화 전성기의 일급배우들의 저력이다. 영화도 무겁고 장중하다. 경박한 코메디로 방방 뜨지 않는다. 이치가와 곤은 이 영화를,
일상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만든다. 살인사건을 긴장감 있게 속도감 있게 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아주 끈질기고 서서히 일어나는 사건으로 만든다. 그 속에서 캐릭터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 효과가 아주 크다. 거장의 손길이 느껴진다.
모처럼의 대감독과 대배우의 협력이 이런 결과물을 낳게 되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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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 Odd Obsession, directed by Kon Ichikawa
1974: The Key, directed by Tatsumi Kumashiro
1983: The Key, directed by Tinto Brass
1983: The Key, directed by Akitaka Kimata
1997: The Key, directed by Toshiharu Ikeda
2014: The Key, directed by Jefery Levy
2022: The Key: Professor's Pleasure, directed by Hiroki Ino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