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浮雲 (1955) 섬세하기 그려낸 여자의 절망적인 여정.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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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igumo - Cartel 195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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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내가 본 가장 훌륭한 일본 멜로드라마는 아키츠온천인 것 같다.

화려하게 분홍색으로 파도치듯 일렁이다가

다음날 아침 모두 져 버리고 마는 벚꽃들처럼

처연하고 덧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영화다.

아키츠온천만큼 감동을 준 멜로드라마는 없었다.    

Ukigumo - Título créditos.jpg

Ukigumo - Yukiko primer plano.jpg

 

오늘 명성이 높은 부운을 보았다. 

아주 장중하고 우아하고 고독하다. 일본화의 그 선이 아름답고 섬세하고 고독한 슬픔같은 것이 서려 있는 

장중한 멜로 드라마를 바란다면, 바로 이 영화가 그 중 가장 유명하다. 

다카미네 히데코와 모리 마사유키가 주연한 영화다. 다카미네 히데코는 일본영화사 최고배우들 중 하나인 

대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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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패망한 1945년 보르네오섬으로부터 일본으로 돌아오는 배에서 다카미네 히데코가 내린다.

그녀는 곧장 어떤 집을 찾아간다. 그 집 안주인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맞는다. 

그녀는 외무부에서 나왔다고 거짓말을 하며, 집주인을 불러낸다. 모리 마사유키가 그 남자다. 

24살의 처녀 다카미네 히데코는 중년남자 모리 마사유키와 불륜관계다. 둘은 보르네오섬에서 만났다. 

모리 마사유키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고, 지금까지 고생해 온 아내에게 

못할 짓 하는 것 같아서 다카미네 히데코와 헤어지려 한다. 다카미네 히데코는 절대 안 헤어지려고 한다. 

남자는 계속 헤어지자고 하지만, 여자의 집착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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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igumo - Pareja en baño.jpg

실제 일본의 폐허에서 찍은 듯한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가난하고 폐허스럽고 모두들 괴로워하는 도시의 풍경이 참

인상적이다. 코트를 살 돈이 없어서, 다카미네 히데코는 얇은 여름옷을 입고 벌벌 떨면서 모리 마사유키와 다닌다.

아마 겨울인가 보다. 황량하고 춥고 외로운 다카미네 히데코의 모습이 참 잊을 수 없는 인상을 준다. 

그들의 마음도 겨울이고 폐허다. 남자의 마음 속에서 사랑이 사라진 지 오래다. 

다카미네 히데코는 남자의 마음 속에서 다시 사랑을 일깨우려 하지만,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다. 

 

영화 내내 이들의 사랑은 이어진다. 

남자는 다카미네 히데코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애매하게 군다. 다카미네 히데코에게 돈을 주고 때때로 만나 

여행을 함께 하고 섹스를 하고 그런다. 하지만, 아내에게 돌아가고 다른 여자를 만나고 

돈을 좇아 사업을 한다고 떠나고 그런다. 심지어 다카미네 히데코의 눈앞에서 다른 여자를 유혹해서 섹스를 한다. 

그는 별로 죄의식도 없다. 나는 그저 나쁜 놈이겠거니 한다. 다카미네 히데코에게는,

나는 이런 나쁜 놈이니까 어서 떠나라고 한다. 다카미네 히데코는 그에게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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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igumo - Yukiko repatriada Indochina francesa inicio.jpg

Ukigumo - Yukiko visitada por Joe.jpg

 

다카미네 히데코의 집착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모님은 시골집으로 내려오라고 한다. 딱히 기술도 없어서 도쿄에서 직업을 찾을 수도 없다. 돈도 없고 집도 없다.

부모님은 걱정이 태산이다. 하지만, 코트가 없어 벌벌 떨며 돌아다닐 지라도 모리 마사유키의 곁에 남는다.

다카미네 히데코는 계속 추락한다. 

코트를 마련하려고 형부집에서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다가 판다. 아무리 형부물건이라고 도둑질이다.

쫄쫄 굶다가 결국 미군에게 몸을 파는 창녀가 된다. 하지만, 이러면서도 모리 마사유키 곁에 남는다.

 

다카미네 히데코도 순정파 가련한 처녀가 아니다. 도둑질도 할 수 있고, 몸도 팔 수 있다. 

스토킹도 하고, 발광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모리 마사유키가 최초의 불륜상대도 아니다.  

어쩌다 만난 상대에게 목매는 그런 순진한 처녀도 아닌 여자가,

불륜남 모리 마사유키에게 그렇게 목매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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浮雲.jpeg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가 아닐 지도 모른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는 뜬 구름같다. 다카미네 히데코에게 아무 응답도 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것같다가도 그냥 가버린다. 

다카미네 히데코가 모리 마사유키의 아이를 임신하자, 그는 뛸 듯 기뻐하며 중절을 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아내와 이혼할 테니 자기를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이후 소식을 끊어버린다. 다카미네 히데코가 아이를 중절하고 혼자 앓는다. 

나중에 모리 마사유키를 다시 만나자, 그는 이미 아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다카미네 히데코가 아이를

중절했다는 말을 해도, 그냥 무심하게 지나가 버린다. 

이 영화는 다카미네 히데코에 대한 영화다. 뜬 구름을 좇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가 굉장히 섬세하다. 드라마틱한 사건도 별로 없다. 

남자와 여자가 만났다가 헤어졌다가 만났다가 하는 이야기다. 

공허하게 뻥 뚫린 남자의 마음에 사랑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애쓰는 여자의 헛된 일생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호들갑떨듯 이 영화가 엄청나게 슬프지는 않다. 다른이의 집착에 대해 슬퍼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 여자의 운명은 눈에 훤히 보인다. 애달파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인생이 얼마나 가겠는가?

여자는 쓸 데 없고 가망없는 일에 자기 생명력을 불태우고 있다. 다 타버려서 재만 남을 때까지 여자는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여자는 신흥종교 간부가 된 형부를 찾아가서 몸을 의탁한다. 

형부는 다카미네 히데코를 첩으로 삼아 집을 사주고 호강을 시킨다. 신흥종교 간부는 거액의 돈이 그냥 

굴러들어오는 자리다. 상류층 유한마담이 된 다카미네 히데코는 그냥 그렇게 호사를 누리며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다시 모리 마사유키를 찾아 집을 나온다. 돈도 권력도 다 싫다. 가진 돈을 

모리 마사유키에게 다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집착이다.

남자의 마음에 다카미네 히데코의 이런 절규는 별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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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딱히 다카미네 히데코를 유혹한 것도 없다. 오히려 떠나가라고 등을 민다.

하지만, 다카미네 히데코는 그의 곁에 계속 남는다. 그는 텅 빈 남자의 마음에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 것인가? 

무엇때문에 그렇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그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다카미네 히데코가 순진한 사람도 아니고, 이번이 처음 사랑도 아니다. 이 집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남자는 이제 지쳤다. 사업도 실패하고, 직장도 잘리고, 나이가 많아 새로운 직장을 얻기도 어렵다. 거기에다가 아내조차 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멀리 오키나와 아래의 섬으로 떠나려 한다. 의사도 없는 외진 섬이다. 

그는 거기에서 삼림관리인으로 살아가려 한다. 다카미네 히데코는 함께 데려가달라고 애원한다. 

남자는 망설이다가 다카미네 히데코를 함께 데리고 간다. 

다카미네 히데코는 행복의 절정에서 그만 몸져 눕고 만다. 그녀의 생명력은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남자가 자기 마음을 비로소 주자, 다카미네 히데코는 그만 쓰러져 버린다. 

그녀의 병은 점점 더 깊어진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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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다카미네 히데코에게 그냥 육지에 남으라고 한다. 의사가 있는 곳에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남자의 말이 맞다. 하지만, 다카미네 히데코는 죽어도 남자를 따라 섬으로 간다. 

야자수와 남국의 나무들이 무성한 삼림으로 간다. 한 달에 35일 비가 내린다는 섬이다. 매일 비가 온다. 

다카미네 히데코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자리에 누워 창밖에 내리는 비만 바라본다. 그러다가 어느날, 

남자가 삼림에서 돌아오자 자리에 누워 죽어 있었다. 

남자는 비로소 그녀를 위해 운다. 다카미네 히데코가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입에 물을 부어주며 

깨어나길 기다린다. 하지만, 다카미네 히데코는 움직이지 않는다. 

 

다카미네 히데코는 얼마든지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부모집에 내려갈 수도 있었고, 자기 나이에 맞는 남자를 찾을 수도 있었고, 형부의 첩으로 있으면서 

상류층 마담으로 호화스런 삶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 버리고, 의사도 없는 외진 섬에 와서, 

매일 비가 내리는 오두막에서 혼자 죽는다. 

이것이 감동을 준다. 비극처럼 느껴지지도 않고 숭고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영화는 다카미네 히데코의 삶에 대해 

미화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쫓아간다. 

 

다카미네 히데코는 결국 남자와 맺어지지 못한다. 다카미네 히데코의 몸부림은 남자 안에서 어떤 화학반응도 일으키지지 못한다. 남자가 비로소 마음을 주고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을 때, 다카미네 히데코는 죽는다. 

이번에는 남자가 그녀에게 닿으려고 몸부림치는데, 이미 죽은 그녀는 반응하지 않는다. 

결국 서로 닿지 못하는 두 남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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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짜리 영화라서, 대하드라마다. 사랑의 오딧세이다. 아주 길고 긴 여자의 여정이다. 

그것이 사랑이었든 집착이었던 다른 그 무엇이었든 여자의 목적지는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이다. 

하지만 여자는 표류하면서도 끝까지 나아간다. 여자는 존재하지도 않는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몸부림치던 여자는, 파도가 잦아들고 수면이 잔잔해지자 빠져 죽는다. 

여자의 익사체가 둥둥 떠다닌다. 그녀가 살아 생전 그녀를 무시하던 남자는, 그 익사체를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익사체는 가라앉지도 않고 남자의 앞에서 둥둥 떠다니며 

잡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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