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천>을 보고 나서 (스포 O, 추천) - 홍상수 감독 작품
대중이 예술에 들이대는 잣대가 너무도 가혹하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그들이 정치적으로든지 젠더의식이라든지 어떤 걸 갖고 어떤 예술가의 예술를 비판하는 순간 그게 진짜이든 가짜이든 그 예술가를 매장시키려고 한다. 그렇게 매장된 예술가는 더이상 자신의 예술을 펼쳐 보일 수가 없게 된다. 긴 시간이 흘러, 오랜만에 자신의 예술을 보인 예술가에게 여전히 야유를 보내는 사람을 보면서, 이 예술을 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해 준 사람조차도 이 예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예술가가 오롯이 자신의 예술로만 평가를 받기란 불가능한 것인가.
평화롭고 깨끗하게 살고 싶다, 솔직한 삶을 살고 싶다, 내가 되고 싶은 사름은 없지만 계속 찾을 거다, 내 마음에 길이 보일 때까지 계속 찾을 거다,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짜가 아닌 진짜 사랑하는 것만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등 자신의 꿈이나 목표나 희망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서, 거의 처음으로 홍상수 감독 작품을 보고 울먹했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처음으로 가슴이 매워지고 슬픈 감정을 느끼면서 눈물이 날 뻔했던 순간이었다. 그만큼 영화에 나온 인물들은 저런 삶들을 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더 나아가 그럴 수 없다는 걸 속으로 알고 있지 않나 싶었다. 저 부분들을 학생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얘기했을 때, 편집 없이 길게 찍으면서 뭔가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게 됐고, 그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끝을 맺거나 눈물을 흘리면서 흐느끼며 말을 이어갈 때 나 역시도 뭔가 슬펐다. 특히, 박미소가 "저는 X신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말을 이어갈 때는 뭔가 충격도 더해지면서 슬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참는 것에 대해서,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무엇이 됐든 참는 게 당연히 필요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참는 게 버거울 때도 있고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뭔가를 참는 게 힘들어 어떤 마치 하면 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그걸 보고 있던 어떤 이가 "뭘 그렇게 못 참지 ?" 이렇게 의아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이가 "자기도 못 참았잖아" 이 한마디에 머쓱하는 태도를 보인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런 각자의 인생들 속에서 이렇게만 하고 있으면 나중에 뭔가 있겠지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그저 인생은 흘러가고, 뭐가 있든 어떻게든 흘러간다는 느낌이었다.
홍상수 감독은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는데, 신기하게도 이번에도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이전과 같은 배우, 같은 분위기가 있음에도 새로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하성국이 점점 성장을 하더니 물 오른 그의 연기가 이번 영화에 잘 나타난 느낌이었다. 김민희와 일대일로 감정적인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그녀와 완벽한 호흡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이전 작품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짧게 등장했지만 임펙트가 컸다.
이혜영이 요근래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하기도 했고 이전 작품들에서 꽤나 강렬한 느낌을 받았는데, 원조 페르소나는 김민희라는 걸 이 영화로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엔 오랜만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좋은 연기를 보였다.
권해효나 조윤희나 홍상수 감독과 오랫동안 작품을 한 배우들이라 둘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조윤희가 좀 얼굴에 늙은 티가 나서 약간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지만 둘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여기에 김민희와 계속 맞닥뜨리면서 재밌는 상황들을 연출했다.
먹방이 많이 나오는데, 라면에 고추장 푸는 건 이제 단골 손님? 느낌이고, 떡볶이 먹방, 라면 먹방 등 배우들이 맛있게 먹는다.
러닝타임이 1시간 51분이나 되는데도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이번 영화는 좀 다른 홍상수 감독 작품들보다 덜 생각하면서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봤던 것 같다.
톰행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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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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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그저 앞으로도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서 김민희의 모습을 보고 싶네요. 잘 지내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급 라면 땡기네요ㅋㅋㅋ
라면에 고추장을 풀어서 먹고 싶게 되더라고요 ㅋㅋ
어렸을 때 자주 가던 분식집 사장님이 라면에 고추장 넣은 짬뽕 라면 기가 막히게 끓여주셨는데 그 생각이 나네요.
암튼.. 주위에서 뭐래든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