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수유천>을 보고 나서 (스포 O, 추천) - 홍상수 감독 작품

톰행크스 톰행크스
21366 4 4

 대중이 예술에 들이대는 잣대가 너무도 가혹하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그들이 정치적으로든지 젠더의식이라든지 어떤 걸 갖고 어떤 예술가의 예술를 비판하는 순간 그게 진짜이든 가짜이든 그 예술가를 매장시키려고 한다. 그렇게 매장된 예술가는 더이상 자신의 예술을 펼쳐 보일 수가 없게 된다. 긴 시간이 흘러, 오랜만에 자신의 예술을 보인 예술가에게 여전히 야유를 보내는 사람을 보면서, 이 예술을 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해 준 사람조차도 이 예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예술가가 오롯이 자신의 예술로만 평가를 받기란 불가능한 것인가.
 
 평화롭고 깨끗하게 살고 싶다, 솔직한 삶을 살고 싶다, 내가 되고 싶은 사름은 없지만 계속 찾을 거다, 내 마음에 길이 보일 때까지 계속 찾을 거다,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짜가 아닌 진짜 사랑하는 것만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등 자신의 꿈이나 목표나 희망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서, 거의 처음으로 홍상수 감독 작품을 보고 울먹했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처음으로 가슴이 매워지고 슬픈 감정을 느끼면서 눈물이 날 뻔했던 순간이었다. 그만큼 영화에 나온 인물들은 저런 삶들을 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더 나아가 그럴 수 없다는 걸 속으로 알고 있지 않나 싶었다. 저 부분들을 학생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얘기했을 때, 편집 없이 길게 찍으면서 뭔가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게 됐고, 그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끝을 맺거나 눈물을 흘리면서 흐느끼며 말을 이어갈 때 나 역시도 뭔가 슬펐다. 특히, 박미소가 "저는 X신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말을 이어갈 때는 뭔가 충격도 더해지면서 슬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참는 것에 대해서,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무엇이 됐든 참는 게 당연히 필요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참는 게 버거울 때도 있고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뭔가를 참는 게 힘들어 어떤 마치 하면 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그걸 보고 있던 어떤 이가 "뭘 그렇게 못 참지 ?" 이렇게 의아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이가 "자기도 못 참았잖아" 이 한마디에 머쓱하는 태도를 보인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런 각자의 인생들 속에서 이렇게만 하고 있으면 나중에 뭔가 있겠지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그저 인생은 흘러가고, 뭐가 있든 어떻게든 흘러간다는 느낌이었다.
 
 홍상수 감독은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는데, 신기하게도 이번에도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이전과 같은 배우, 같은 분위기가 있음에도 새로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하성국이 점점 성장을 하더니 물 오른 그의 연기가 이번 영화에 잘 나타난 느낌이었다. 김민희와 일대일로 감정적인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그녀와 완벽한 호흡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이전 작품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짧게 등장했지만 임펙트가 컸다.
 
 이혜영이 요근래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하기도 했고 이전 작품들에서 꽤나 강렬한 느낌을 받았는데, 원조 페르소나는 김민희라는 걸 이 영화로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엔 오랜만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좋은 연기를 보였다.
 
 권해효나 조윤희나 홍상수 감독과 오랫동안 작품을 한 배우들이라 둘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조윤희가 좀 얼굴에 늙은 티가 나서 약간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지만 둘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여기에 김민희와 계속 맞닥뜨리면서 재밌는 상황들을 연출했다.
 
 먹방이 많이 나오는데, 라면에 고추장 푸는 건 이제 단골 손님? 느낌이고, 떡볶이 먹방, 라면 먹방 등 배우들이 맛있게 먹는다.
 
 러닝타임이 1시간 51분이나 되는데도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이번 영화는 좀 다른 홍상수 감독 작품들보다 덜 생각하면서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봤던 것 같다.

 

톰행크스 톰행크스
14 Lv. 17692/20250P

어떤 영화든 관심 있으면 다 봅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Sonatine
    Sonatine

  • kknd2237
  • 카란
    카란
  • golgo
    golgo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어렸을 때 자주 가던 분식집 사장님이 라면에 고추장 넣은 짬뽕 라면 기가 막히게 끓여주셨는데 그 생각이 나네요.

암튼.. 주위에서 뭐래든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22:29
24.09.20.
profile image
golgo
다음에 육개장이나 빨간 국물 라면 먹을 때 고추장 풀어서 먹어 보려고요 ㅋㅋ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그저 앞으로도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서 김민희의 모습을 보고 싶네요. 잘 지내는 것 같아요.
22:45
24.09.20.
profile image 2등
평이 좋던데 저도 기회되면 보고 싶어요
그나저나 급 라면 땡기네요ㅋㅋㅋ
00:00
24.09.21.
profile image
카란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좋았던 영화였어요. 그러면서 다양한 생각도 할 수 있고 ㅎ
라면에 고추장을 풀어서 먹고 싶게 되더라고요 ㅋㅋ
10:44
24.09.21.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보통의 가족] 호불호 후기 모음 3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3일 전14:28 6843
HOT 2020년대에 연재되기 시작한 일본만화 발행부수 순위 1 중복걸리려나 17분 전23:51 130
HOT 2024년 10월 19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7분 전00:01 162
HOT 필리파 보엔스, "<반지의 제왕: 골룸 사냥>은 2... 1 카란 카란 2시간 전21:38 489
HOT <채식주의자> 영화 보시려는 분들께. 6 소설가 소설가 2시간 전21:22 1106
HOT 한국이 싫어서 - 초간단 후기 3 소설가 소설가 2시간 전21:16 488
HOT 나오미 스콧, <스마일 2>에서의 연기 도전과 소감 4 카란 카란 2시간 전21:14 680
HOT 와일드 로봇 - 초간단 후기 7 소설가 소설가 3시간 전20:56 556
HOT 아다치 미츠루와 이토이 시게사토의 대담 - 1 4 중복걸리려나 6시간 전17:35 916
HOT <벌새> 지독한 여운 8 뚠뚠는개미 3시간 전20:34 595
HOT 정채연 최근화보 2 NeoSun NeoSun 3시간 전20:26 776
HOT <엘리자벳 : 더 뮤지컬 라이브>를 보고 (스포O) 8 폴아트레이드 5시간 전18:48 568
HOT [보통의 가족] 허진호 감독 "나쁜 아이를 만든건 어른... 2 시작 시작 5시간 전18:28 897
HOT '글래디에이터 2' 해외 시사 반응들 정리 7 golgo golgo 10시간 전13:47 5110
HOT 프레디 크루거(나이트 메어) 다앙한 소품들 / 코스프레 옷/... 4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18:27 513
HOT 데드풀에게 당한 마이클 마이어스 7 NeoSun NeoSun 8시간 전15:49 1731
HOT <와일드 로봇> 50만 관객 돌파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17:42 778
HOT 이정재 아레나 1 NeoSun NeoSun 8시간 전15:40 961
HOT ‘전란’ 화려한 마상 검투의 비밀 1 NeoSun NeoSun 8시간 전15:50 1133
HOT How Green Was My Valley (1941) 존 포드감독의 서정적인 비... 5 BillEvans 11시간 전12:09 632
1154791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2분 전00:06 39
1154790
image
golgo golgo 7분 전00:01 162
1154789
image
중복걸리려나 17분 전23:51 130
1154788
image
hera7067 hera7067 37분 전23:31 105
1154787
image
hera7067 hera7067 41분 전23:27 86
1154786
image
hera7067 hera7067 42분 전23:26 84
1154785
image
hera7067 hera7067 50분 전23:18 87
1154784
image
hera7067 hera7067 56분 전23:12 199
1154783
normal
기다리는자 1시간 전22:31 379
1154782
normal
라인하르트012 1시간 전22:28 350
1154781
image
카란 카란 2시간 전21:38 489
1154780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21:26 154
1154779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21:23 245
1154778
normal
소설가 소설가 2시간 전21:22 1106
1154777
image
소설가 소설가 2시간 전21:16 488
1154776
image
Sonatine Sonatine 2시간 전21:15 398
1154775
image
카란 카란 2시간 전21:14 680
1154774
image
e260 e260 3시간 전21:07 275
1154773
image
e260 e260 3시간 전21:07 296
1154772
image
소설가 소설가 3시간 전20:56 556
1154771
image
뚠뚠는개미 3시간 전20:34 595
1154770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20:26 776
1154769
image
폴아트레이드 5시간 전18:48 568
1154768
image
시작 시작 5시간 전18:28 897
1154767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18:27 513
1154766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18:22 220
1154765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17:42 778
1154764
image
중복걸리려나 6시간 전17:35 916
1154763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15:50 1133
1154762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15:49 1731
1154761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15:40 961
1154760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15:38 691
1154759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15:28 869
1154758
image
무비티켓 8시간 전15:17 806
1154757
normal
인류애 8시간 전15:15 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