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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동화 (1987) 주윤발 주연. 따스하고 소박한 사랑. 걸작.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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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감독한 여류감독이 뉴욕에서 공부를 해서인지

뉴욕을 아주 아름답고 현실적으로 잡아냈다. 뉴욕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자, 뉴욕에서 살았던 사람만이 잡아낼 수 있는 현실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윤발하면 느와르에서 잔인하게 쌍권총을 쏘아대는 모습만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던 영화다. 그는 대배우였던 것이다.  

 

이 영화는 아주 간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집에서 응석받이로 자라난 귀염둥이 딸 종초홍이 뉴욕으로 유학을 간다. 

뉴욕에서는 이미 유학 가서 공부를 하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다. 둘이 만나 알콩달콩 공부를 할 것이라 

예상했던 종초홍은 뉴욕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충격을 받는다. 남자친구는 이미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들었고,

종초홍은 순식간에 뉴욕에 혼자 던져져서 모든것을 자기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한다. 

말도 통하지 않고 거리에서 자길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이다. 종초홍과는 사고방식 말 행동 모두가 다르다. 그녀는 패닉에 빠진다. 이것도 아마 감독의 경험을 그대로 그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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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초홍은 구원의 손길을 찾아 그동안 듣도 만나지도 못한 퇴역선원 주윤발에게 연락한다. 먼 친척이라는데 처음 듣는다. 주윤발은 선원을 그만두고 브롱크스에서 건달 겸 백수로 산다. 패싸움을 하고, 술을 마시고, 직업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고. 낙천적인 주윤발은 종초홍을 맡아준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종초홍은 난생 처음 빈민가 더러운 방에서 혼자 잔다. 무섭다. 주윤발의 집에 머물며 학교에 다닌다.   

 

영화의 큰 축 하나가 바로, 종초홍이 미국의 생활에 적응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성숙하게 변화해 가는 과정이다. 그녀는 어려움도 있고 괴로움도 있는 미국생활에 적응하면서,

이 사회 속 소박한 자기 위치에도 아름다움이 있음을 발견한다. 길거리를 가다가 손수레에 꽃을 가득 싣고 파는 할아버지에게서 꽃을 한 송이 사는 것도 아름답다, 밤의 뉴욕을 걸어가는 것도 아름답다, 겨울날 아무도 없는 롱아일랜드해변에 가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노니는 것도 아름답다. 처음엔 괴롭고 서럽기만 한 것같았지만, 차차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을 발견한다. 일상을 잔잔하면서도 동화적이고 아름답게 그려내는 데 감독은 탁월한 재능을 가진 듯하다. (이거 다 사실적인 본인 이야기를 정직하게 묘사한 거다. 굉장히 실감난다.)

 

종초홍은 점점 더 성숙하고 철 없던 소녀가 아니라 원숙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간다. 

종초홍은 더 이상 소녀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일상에서 만족을 찾을 줄 알게 되고, 소박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줄 알게 된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미국생활에 적응해 간다.

그녀가 같이 사는 중년남자 주윤발은 처음에는 소녀 종초홍을 놀리면서 적응하도록 도와준다. 그는 자기가 세상사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군다. 하지만, 종초홍은 금방 주윤발보다도 더 성숙해진다. 주윤발의 마음을 읽어내며 그를 돌봐준다. 일상 바깥에 잡을 수 없는 꿈을 꾸는 사람은 주윤발이다. 그는 선원이었기 때문에 바다를 꿈꾼다. 

로맨티스트다. 꿈을 꾸느라고 일상에 발을 디딜 수 없기 때문에, 망나니 백수로 지내는 거다. 종초홍은 그를 이해하고 돌봐준다. 주윤발은 자기를 이해해주는 종초홍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감정을 느껴 본 적 없다. 

로맨티스트에다가 첫사랑이기때문에 주윤발은 종초홍에게 마음을 바친다. 하지만, 어떻게 종초홍에게 이것을 표현해야 할 지 잘 모른다. 성숙한 여인이 된 종초홍은 주윤발을 리드한다.

 

둘의 사랑이야기에 드라마도 화려한 것도 특별한 것도 없다. 주윤발과 종초홍이 함께 그로서리에 가서 장을 보기도 하고, 센트럴파크에 놀러가기도 하고, 돈 없이 롱아일랜드 해변에 놀러가서 모래해변을 함께 산책하기도 하고,

그것이 다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들을 아주 아련하고 노스탤지어 가득한 아름답고 따스한 화면으로 채운다. 

주윤발과 종초홍의 연인 연기도 아주 훌륭하다. 선원으로 닳고 닳은 것같지만, 사실은 이것이 첫사랑인 주윤발의 

해맑은 연기도 좋고, 원숙한 여인이 된 종초홍의 현명하고 아름다운 연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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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초홍이 아르바이트일을 찾아 베이비시터를 하게 되는 경험도 감독 자신의 이야기였을 것 같다. 베이비 시터를 맡긴 아이 어머니는, 이 남자 저 남자 갈아치우며 공허하게 살아가는 중국여인이다. 이 캐릭터 또한 미국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공허한 삶을 사는 교포 아니었을까? 

 

종초홍은 주윤발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녀는 주윤발처럼 순수하게 모든것을 바쳐 사랑할 수는 없다. 현실적인 것도 생각한다. 바다만 그리워하고, 일상생활은 방탕하게 살아가는 주윤발과 삶을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녀는 고민한다.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종초홍이 사랑한다고만 했으면, 주윤발은 당장 방탕한 생활을 청산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 없는 주윤발은 그냥 종초홍의 마음에 대해 고민하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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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사건을, 감독은 감동적인 동화처럼 아름답고 따스하게 그린다. 화려한 그림은 아니지만, 따스하고 부드럽고 섬세한 빛깔의 파스텔화다. 아주 사실적이지만 동시에 아주 동화적인 그런 영화다. 

 

롱 아일랜드에 함께 갔을 때, 주윤발은 종초홍에게 장난처럼 말한다. 바다가 보이는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그는 이 자리에 레스토랑을 만들어 바다를 보며 살고 싶다고. 

 

종초홍은 주윤발이 방탕한 생활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그를 떠난다. 주윤발은 뒤늦게 종초홍의 마음을 깨닫고 방탕한 생활을 청산할 것이라 말하러 가지만, 종초홍은 이미 떠나는 중이다. 남자친구가 포르셰를 가지고 와서 종초홍이 이사하는 것을 돕는다. 주윤발은 이것만 보고, 종초홍이 남자친구에게 돌아가는 줄 오해한다. 종초홍이 떠나고 중윤발 혼자 석양 속 강가에 앉아 눈물 흘리는 모습은 정말 슬프다. 대배우답게 관객들의 감정을 폭발시킬 줄 안다. 하지만, 종초홍이 남긴 선물을 바라보다가 어떤 결심을 한다. 눈물을 흘리는 대신, 그는 석양을 한없이 바라본다. 

 

세월이 흘러 종초홍은 이제 원숙한 여인이 된다. 소녀티는 전혀 없다. 

그녀는 어느날 롱아일랜드의 해변에 간다. 그리고 해변을 걷는다. 그러다가, 주윤발이 레스토랑을 하고 싶다던 

그 장소에 발길이 간다. 거기에는 정말 레스토랑이 있었다. 레스토랑 주인 주윤발이 레스토랑을 걸어나오다가 종초홍을 발견하고 멈추어선다. 주윤발은, 그녀에게 말한 레스토랑을 만들어놓고 종초홍을 내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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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 같다. 영상 톤이 파스텔화처럼 이쁘고 미묘하다. 주윤발의 순수하고 일편단심인 사랑도 아주 깨끗하고. 종초홍이 순수한 주윤발을 걱정해서 보살펴주고 돌봐주는 것도 아름답다.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혼자 좋아하고 말 없이 보살펴주고 하는 그 이상을 하지 못했던 주윤발이 결국은 종초홍을 만나게 되는 엔딩은 아주 깊은 감동을 준다. 

 

내가 본 중 뉴욕을 가장 (사실적이면서) 아름답게 그린 영화들 중 하나다. 영화 속에 향기 짙은 노스탤지어가 가득하다. 이것도 영화를 아련하고 감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이 영화의 엔딩은, 내가 본 로맨스영화들 중 몇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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