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渡世人 おたの申します (1971) 고독한 여자검객. 잘 만들었다. 스포일러 있음.
주연여배우 후지 스미코는 대배우로 존경을 받는다는데,
나는 처음 들어본다. 일본 고전무용을 배우다가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고 하는데,
용모도 단아하고 동작도 기품 있고 잔잔하다. 여검객으로 나오기에는 좀 무언가 정숙한 부잣집 마님같은 삘이다.
후지 스미코는 야쿠자 영화에 나올 여배우가 아니다.
참하고 품위 있고 정갈하게 생겼다. 생긴 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행동이나 생각도 그렇다.
이런 여자가 칼을 차고 도박장을 전전한다.
온몸에 문신을 울긋불긋 문신을 한 야쿠자들 틈에 끼어서
차가운 어조로 사방을 노려보며 화투패를 돌린다.
이런 생활이 적성에 맞아서 이렇게 사는 것도 아니다.
도박사였던 아버지를 어려서 잃고
고아가 되어 온갖 고생을 하며 자라다 보니 이런 삶을 사는 음지의 꽃이 되어 버렸다.
원래같으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사랑받으며 살아야 하는 성격의 여자다.
그런 여자가,
야쿠자들 틈에서 살벌하게 칼을 휘두르며 야쿠자들의 팔을 자르고 몸통을 가르고
그렇게 살아야 하니 얼마나 괴롭고 한이 많겠는가?
한이 많다 보니 마음은 유리장처럼 투명하고 얇고 잘 깨진다.
그래서, 조금만 마음이 아파도, 멜로드라마 주인공처럼 눈물을 흘린다.
야쿠자식 속죄를 한다고 자기 새끼손가락을 스스로 잘라도
눈 하나 꿈틀 안하고 신음 하나 안내는 독종이다.
하지만, 조금만 외롭고 가슴 아픈 일이 생겨도 눈물을 흘린다.
역대 검술의 명인들 중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다.
후지 스미코는 오사카 야쿠자가 초빙해서
그 야쿠자가 운영하는 도박장에 딜러로 머문다.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야쿠자가 정중히 초대한 손님으로
도박장에 가서 딜러를 해주는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유명인사다.
화투패를 돌리는 그녀의 얼굴은 차갑고 냉정하다. 이것은 일이니까. 감정을 개입 안 시킨다.
하지만 시골에서 상경한 젊은이가 자기 돈을 모두 잃고 홧김에 칼을 들고
후지 스미코에게 달려든다. 후지 스미코가 적당히 피하면서 한대 때리니까 젊은이는 나동그라진다.
후지 스미코는 뒤돌아 나오려는데, 야쿠자 부두목이 칼로 그 젊은이를 찔러 죽인다.
후지 스미코는 깜짝 놀란다. 죽일 것까지야. 젊은이는 먼 섬에서 료칸을 하는 자기 부모를 걱정한다.
후지 스미코더러 자기가 부모속을 썩인 것을 지금은 뉘우치고 있다고,
죄송하다고 전해달라고 하고 죽는다. 마음씨가 비단결인 후지 스미코는,
죽은 젊은이가 꼭 자기 때문에 죽은 것같이 괴롭다. 굳이 그 먼섬을 그 젊은이의 부모를 찾아간다.
플롯이 단순하다. 단순한 만큼 쉽게 와 닿는 감정의 직접성이나 설득력은 강하다.
후지 스미코 캐릭터는 아주 강렬하다. 캐릭터로 밀고 나간다.
젊은이가 야쿠자에게 빌린 도박빚 300엔을 받으러 온 후지 스미코를
젊은이 부모들은 극진하게 대접해준다.
시골 섬에서 작은 료칸을 운영하는 성실한 노부부다. 성실하고 인자한 노부부. 사랑이 넘치는 가정. 그의 료칸에서
일하는 마을사람들은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서로 행복하게 공동체를 이루며 산다.
딱, 후지 스미코가 꿈꾸던 곳이다.
자기도 모르게, 그 가정 속에 자기 자리를, 노부부 가운데 자기 자리를 찾으려 한다. 머릿속이 아니라
가슴이 그렇게 시킨다. 아들을 잃은 노부부도 후지 스미코를 딸처럼 생각하게 된다.
혼자 방랑하던 후지 스미코가 이 작은 섬에서 자기 자리를 찾고
노부부의 딸로 스며들어가 함께 살았다면 해피엔딩이겠으나,
악당들이 그렇게 놓아두지 않는다.
줄거리도 그렇고 애처롭게 생긴 후지 스미코의 미모도 그렇고,
영화를 보다가 보면 후지 스미코가 이 섬에서 정착해 살기를 바라게 된다.
관객들은,
'평생 그렇게 간절히 바래왔는데, 그 정도 해피엔딩쯤은 괜찮잖아?'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 리 있겠는가?
노부부의 료칸을 빼앗아 홍등가로 만들려는 야쿠자들은,
노부부들을 괴롭히다가 못해 노부부의 남편을 죽이게 된다.
후지 스미코는 야쿠자로서의 과거를 청산하고
이 섬마을에 녹아들려고 무척 노력을 했다.
하지만, 이 지경까지 이르러서야 어쩔 도리가 없다.
홀로 남은 노부부의 아내는 간청한다. 복수는 생각하지 마라.
그냥 내 딸이 되어서 조용히 살자.
후지 스미코는 그럴 수 없다. 노부부의 남편이 살해당하고,
료칸은 야쿠자에게 빼앗겨 공동체 모두가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그녀는 평범한 삶을 살기를 포기한다. 음지의 꽃은 양지에 가서 필 생각을 하면 안된다.
그리고, 칼을 품고 가서 야쿠자들을 모두 몰살시켜 버린다.
후지 스미코가 야쿠자들을 상대할 때에는 자비란 없다.
1 대 50명쯤은 되어 보이는데, 그냥 몰살당한다. 눈에 독기를 잔뜩 품고 칼로 찌르고 썩썩 베어 죽인다.
야쿠자들은 하나도 남김 없이 죽고, 료칸은 되찾았다.
하지만, 섬이 생긴 이래, 이런 엄청난 학살은 없었다. 섬주민들은 후지 스미코를 무서워서 피한다.
노부부의 어머니는,
후지 스미코가 자신을 배신하고 야쿠자들을 학살했다고 여겨 그녀를 원망한다.
후지 스미코는, 섬주민들에게 녹아들기는 커녕, 그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증오를 받는다.
그녀는 또 한번 자기 운명을 깨닫는다.
경찰들에게 끌려가려는 순간, 노부부의 아내는
달려나와 소리친다. "내 딸아!" 그러자 후지 스미코는 눈물을 왈칵 흘리며
"어머니!"하고 소리친다.
결국 모든것을 품고 용서할 줄 아는 자애로운 어머니를 만나,
후지 스미코는 어머니와 가정을 얻는다.
몸은 비록 멀리 감옥에 가겠지만, 정신적으로는 자기 뿌리를 얻는다.
그나마 배드엔딩으로 끝나지 않아 다행이다.
후지 스미코의 개인기로 영화가 굴러간다고 할 정도로
그녀의 불쌍한 연기는 아주 인상적이다.
길 가다가 아이가 울고 있으면 안아주고,
집에 불이 나니까 자기 아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뛰어들어가 구해오는
모성애가 철철 넘치는 여자가
칼을 들고 야쿠자 사이를 피 비린내 풍기고 돌아다니는 비극이다.
후지 스미코는 이 영화 외에도 붉은 모란 시리즈, 여자협객 시리즈 등 다양한
여자 도박사 영화들에 나왔는데,
붉은 모란 시리즈에서는 강하고 단아한 넘볼 수 없는 야쿠자 보스로 나왔다.
추천인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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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들 노름빚 때문에 가장 손해 본 사람들은 야쿠자들이었죠. 몰살을 당해 버렸으니.
후지 스미코는 마음의 뿌리와 어머니를 얻었으니 오히려 헤피엔딩일 수도 있겠네요.
뭔가 서부극 총잡이 대신 여자 도박사가 주인공인 이야기네요.
일본 야쿠자물이나 게임 보면 어깨 한쪽 드러낸 채 주사위 도박 딜러로 나오는 여자들이 좀 보이는데, 독특한 문화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