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를 보고 (스포O)
올 초 개봉작인 <댓글부대>의 원작자인 장강명 작가의 또 다른 인기 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영화화하고 제 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한국이 싫어서>를 보고 왔습니다. <한 여름의 판타지아>를 연출했던 장건재 감독의 신작인데 세심하고 서정적인 손길의 연출이 좋았던지라 기대했어서 개봉일 사수했네요.
(원작소설인 '한국이 싫어서'는 미처 읽지 못한 상태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오프닝부터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나는 일종의 선언을 하고서 영화는 과거 시점의 한국과 교차편집하는 작법을 지니고 있습니다. '헬조선'이라는 표현으로도 충분히 2030세대의 한국인의 공감을 사겠지만 '톰슨 가젤'에 비유해서 더욱 참신하고 와닿아 더욱 공감을 사는데 성공합니다.
(원작에도 있는 비유법이지만 이를 영화에도 사용할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을 각색이나 이 문장을 내레이션으로 활용하고 차분한 음성으로 읊는 고아성 배우의 음성 등 영화적으로도 좋았습니다)
구체적인 버스나 지하철 노선 등 출근길, GDP나 OECD 같은 통계와 수치 등 에서 원작자인 장강명 작가의 철두철미한 자료조사력에 기반함 느껴져 사실감을 더합니다.
그렇게 충분히 현실감있고 설득력 있는 에피소드들을 20분간 정돈해서 본격적으로 한국과 뉴질랜드를 교차편집하기 시작합니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계나를 서정적인 장건재 감독의 카메라가 쫓는데 ‘재인’이라는 인물 등이나 짧은 러브스토리를 넣어 극이 루즈해지지 않게 활력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타국에서도 생계를 위해 바삐 사는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꾸준하게 한국에서의 과거 장면과 교차 편집됩니다. 특히 계절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유독 추웠던 한국의 겨울과 따스한, 그래서 떠나게 된 뉴질랜드를 대조하는 동시에 묘하게 교집합을 포착해 삶의 퍽퍽함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어느새 뉴질랜드에서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있고 이제는 제법 능숙한 적응기를 그려내지만, 마냥 이민을 긍정하지 않는 현실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민자 중에도 여전히 오래 있어도 밤에 할 게 없다며 적응 못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인종차별도 있으니까요.
'한국이 싫어서'라고 하지만 사실은 '행복하고 싶어서'라는 속내를 강하고 반복적으로 선언하는 영화입니다. 그러한 걸로 여러 장치들이 있는데 사인은 다르지만 古 최윤희씨가 연상되는 극 중 행복전도사의 사망이나 줄곧 복선처럼 깔렸던 지진으로 인한 죽음과 지인의 죽음 등이 그렇습니다. 후반부에는 죽음의 이미지가 드리워지면서 종반부에 다시 한국을 무대로 삼게 됩니다.
후반부에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결이 느껴지고 얼핏 김종관 감독이 <최악의 하루>나 <조제>에서 썼던 '어떤 작법'과 같은 방법론으로 극을 매듭짓게 됩니다. 그러니까 그러한 방법론을 통해 냉철한 현실직시나 비판 의식보다 사실은 행복하고 싶을 뿐인 세대를 공감하며 영화적으로 힐링이나 위안를 건네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영화보면서 이민 브이로그를 보는 듯 대신 체험을 하기도 했고 종반에는 영화에 막연하지만서도 위로를 받은 인상으로 극장문을 나섰네요.
- 별점 : ★★★☆
추천인 3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떠나봐도 그곳이 무조건 천국은 아닐 텐데, 균형을 잘 잡았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