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2 (1986) 제임스 카메론감독의 걸작 스페이스 호러. 스포일러 있음.
에이리언 2를 만들면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고민하였다고 한다.
에이리언 1이 워낙 걸작이어서, 속편을 만드는 데 고민한 것이다. 그는 결국 방향을 틀어서 에이리언 2를
액션 어드벤쳐로 만들기로 했다. 탁월한 선택이다. 나중에 에이리언 3/4 감독들도, 제임스 카메론의 선례를 따라
감독 고유의 스타일로 만든다. 사실 에이리언1은, 스페이스 호러 액션영화가 아니다. 총을 막 쏘아대는 슈팅게임이 아니다. 그것의 목적은 악몽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이리언이 아주 거대하고 공포스럽다. 움직임도 별로 없다.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근원적인 공포를 상징하는 것이다.
에이리언 2는 다르다. 이것은 액션영화다. 제임스 카메론은, 액션영화에 맞게 하기 위해, 에이리언 옷의 무게를 줄였다. 그래야 원하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었으니까. 에이리언1에 나온 에이리언에 비해, 왜소하고 촐싹맞게 움직이는 난쟁이 에이리언들이 나온다. 무게중심이 에이리언으로부터 인간 영웅들, 특히 리플리에게 옮아온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액션연출은 굉장하다. 기술적으로 엄청 발전한 에이리언 로물루스로서도, 그만한 공포와 긴장과 멋진 액션씬을 주지 못했다.
제임스 카메론감독이 에이리언 2을 만들면서 무슨 돈을 마음대로 펑펑 쓰면서 만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도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고심을 했다.
에이리언 2를 만들면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영화 전체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커다른 두개 중심축을 놓는다.
하나는, 상실된 모성애다.
리플리가 기나 긴 동면에서 깨어나 지구에 왔을 때, 자기 딸 에이미가 이미 늙어 사망했다는 것을 안다.
늙은 에이미의 사진을 보며 리플리는 슬퍼한다. 사진을 어루만지며 우는 리플리의 모습을 보고 공감하지 않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나중에, 리플리는 에이리언이 드글드글거리는 행성에 가서, 정착민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린 소녀 누트를 발견한다. 리플리는 누트에게서 자기 딸 에이미를 본다. 리플리는 누트에게 상실한 모성애를 투영한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딸(누트)을 죽게 할 수 없다. 에이리언이 드글드글거리는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누트를 죽게 할 수는 없다. 퀸 에이리언과 싸우다가 죽는 한이 있어도 누트를 죽게 할 수 없다. 어머니에게는 이것이 가능하다.
제임스 카메론이 이것을 하도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구축해서 관객들은 리플리의 상실된 모성애에 깊이 공감한다. 탁월한 선택이다.
둘째는, 리플리의 공포다.
에이리언에게서 탈출에 성공한 리플리는 계속 악몽을 꾼다. 그녀는 아직도 에이리언이 있는 화물선 안에 있다. 그녀는 이 공포를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하도 공포에 시달린 나머지, 리플리는 에이리언이 있는 행성에 가서, 에이리언을 직접 대면해서 이기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발견한다. 내가 죽든 네가 죽든 결판을 내자는 심정이다 - 이것도 관객들은 깊이 공감한다.
이런 단단한 중심축을 바탕으로 해서 영화를 진행시키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것을 잘 한다. 일단 관객들이 정서적으로 주인공에 깊이 공감하게 되면, 영화는 성공이다.
에이리언 1에서, 리들리 스캇감독은 리플리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그녀가 너무 남성적일까 봐 걱정해서, 마지막 장면에 반쪽짜리 팬티를 입혀서 엉덩이를 드러내게 했다. 에이리언 2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정반대로 간다. 리플리를 람보나 터미네이터같은 액션영웅으로 만든다. 그리고, 리플리는 엘리트 군인같은 것이 아니다. 짐을 나르는 블루 칼라 노동자다. 에이리언 2의 성공의 큰 요인은, 리플리를 아주 잘 포지셔닝한 것이다. 모성애도 아주 효과적으로 강조하고, 블루 칼라 워커 액션영웅도 강조해서, 리플리를 아주 공감 가는 히어로로 만들었다. 에이리언 1에서, 에이리언을 이리 저리 잘 피해다니며 에이리언으로부터 도망친 리플리가, 에이리언2 에서는, 퀸 에이리언에게 죽기 살기로 덤빈다. 무시무시한 퀸 에이리언에게, 리플리가 "이 쌍X, 너 이리 와"하고 소리쳤을 때, 관객들은 후련함을 느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치밀한 연출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퀸 에이리언과 싸우는 부분이 아니다.
리플리가 뉴트와 함께 에이리언들의 공격을 피해 도망간다. 쿵쾅거리는 무서운 음악이 크게 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음악이 뚝 끊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묵음이 갑자기 된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긴장해서 정신집중을 한다. 클로즈업으로 리플리가 식은 땀을 흘리며 숨을 쉬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리플리와 뉴트는 에이리언 알들이 한가득 있는 그 한가운데로 뛰어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거대한 괴물 퀸 에이리언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다.
이 장면을 정말 좋아한다.
군대가 몰려드는 에이리언떼들과 싸우다가 하나 하나 끔찍하게 죽는 장면도 훌륭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상실된 모성애를 회복하려 리플리가 혼자 에이리언떼들이 득시글거리는 기지로 되돌아가서 싸우는 장면이다. 그 많은 군대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했는데, 혼자서 그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정말 무섭다.
하지만, 아무리 무서워도, 모성애는 그 공포보다 더 강하다. 관객들이 감정이입에다가 감동을 안 할 수 없다.
퀸 에이리언이 아무리 무서워도, 리플리는 뉴트를 위해 퀸 에이리언과 싸운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사자를 물어뜯는 어미개처럼 독하게 싸운다.
리플리가 뉴트를 보호해서 모성애를 회복하고, 에이리언들을 죽여서 자기 공포도 극복한 다음,
편안한 마음으로 지구로 돌아오는 장면은 해피엔딩이다. 에이리언3를 만든 감독이 이 헤피엔딩을 자기 마음대로 망쳐놓은 것에 대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해가 간다.
추천인 9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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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가 컴온 컴온 할때 그 전율이 잊히지않네요
세상에 뭐이리 재밌고 무서운 영화가 다있는지
경외심까지 생겼던 영화...
기억에 의존해서 당시에 직접 만화까지 그렸었습니다.
이후 무삭제 감독판까지 해서 최소 50번 이상은 본거 같네요.
거의 대사를 외우는 수준인데도... 몇달전에도 또 봤는데. 아직도 재밌더군요^^
20대때는 펄스라이플도 자작으로 만들어서. 우리나라 해병대 행사에서 해병의 과거.현재.미래에서 미래재현에 소품으로 빌려주기도 했었네요.^^
이후에 나온 시리즈나 PVA같은거 까지 통털어서도 그중엔 로물루스가 제일 잘만든거 같았습니다.
저도 이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기어이 한글 자막 파일을 따로 만들었어요.
그런 식으로 만든 SF영화들의 한글 자막들이 제법 됩니다.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