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볼버> 오승욱 감독 [인터뷰] 투명 인간이 자신의 승리를 향해 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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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뢰한>으로 김성수 감독과 대담을 진행했을 때 “<사무라이>(1967)의 알랭 들롱같이 절제되고 댄디한 형사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배경을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도 이미지상의 레퍼런스가 있었나.
=이소룡을 정말 좋아하는데, 영화 <사망유희>에 그가 촬영한 20분 분량의 영상이 삽입돼 있다. 주인공이 ‘사망탑’이라는 7층 목탑을 하나하나 올라가면서 총 7명의 악당과 싸워 이긴다는 내용이다. 그 작품을 생각하며 받지 못한 대가를 얻기 위해 수영이 한명 한명 대적해나가는 형식을 떠올렸다. 상대를 만날 때마다 사건의 실마리를 얻어 마지막을 향해 가는 거다. 내가 구상한 두개의 아이디어 중 전도연 배우가 더 마음에 들어 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액션으로 영화를 채우고 싶진 않았고 오히려 대화에 무게를 실으려고 했다. 구체화하면서는 1930~50년대 필름누아르 영화, 하드보일드 소설 <빅슬립>, 영화 <포인트 블랭크> <차이나타운>,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 등을 참고했다. 이 작품들에서 조금씩 빚진 부분이 있다. 결말 부분이 영 떠오르지 않을 시기엔 1970년대 홍콩 무협영화들을 많이 봤다. 경복궁, 덕수궁에서 찍은 신들이 꽤 있는데 호텔 같은 주변 건물이 카메라에 걸리지 않게 하려고 시야각을 좁혀 찍었더라. 그 이상한 촬영에 마음이 동해 나도 그렇게 찍고 싶어졌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장소를 절로 정하게 됐다.
- 수영은 어떤 상황에서든 거침없이 밀고 나간다. 이는 <무뢰한>의 혜경이 보였던 특성이기도 하다.
=전도연 배우도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고 수영과 혜경이 비슷한 게 아니냐는 말을 하더라. 당당해지고 싶은 마음이 기저에 깔린 게 비슷해 보이는 것 같다. 혜경도 수영도 티 한점 없이 깨끗한 사람은 절대 아니다. 특히 수영은 경찰로서 해선 안될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 그렇게 죗값을 치르고 교도소를 나왔을 때 수영은 투명 인간과 다름없었다. 수영은 그렇게 존재감 없이 일생을 사는 걸 용납할 수 없는 캐릭터다. 그녀는 자신도 사람답게 삶을 살아갈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받지 못한 대가, 아파트와 돈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한다. 말하자면 <리볼버>는 투명 인간이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나아가는, 자신의 승리를 향해 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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