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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1984> 리뷰 - 욕망과 진실에 대한 이야기

알폰소쿠아론 알폰소쿠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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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1984>의 예고편이 처음 공개됐을 때의 반응이 아직 기억납니다. 그 유명한 ‘Blue Monday’가 깔리며 80년대 레트로 갬성을 물씬 풍겼던.... 

 

예고편(만) 잘 뽑기로 소문난 DC의 기준에서도 상당히 멋드러지게 뽑힌 예고편이어서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이 잇따랐죠. 제 기대치도 덩달아 높아졌구요 ㅎㅎ 

 

그리고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공개된 본 영화는... 역시 예고편에서 덧입혀진 세련미와는 좀 거리가 있는 결과물이었습니다. (1편도 사실 세련됐다고 호평받은 영화는 아니었죠) 

 

일단 <원더우먼>을 포함한 그간 DC 영화들에서 쏠쏠히 쓰여서 액션의 속도감과 타격감을 끌어올린, 만화틱한? 슬로모션 효과의 사용이 굉장히 절제되었습니다. 

 

래서인지 전반적인 액션들이 다소 밋밋하고 투박해진 감이 있고, 그나마 CG를 좀 쓴 것 같은 클라이막스 연출은 그 박진감이 서커스의 공중 곡예만도 못하게 연출되어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두 편의 원더우먼 영화를 보건대, 패티 젠킨스는 확실히 액션을 연출하는 감각이 뛰어난 감독으로 보이진 않네요. 대신 데미스키라의 넓은 전경을 웅장하게 담는다거나, 80년대 미국의 활기찬 분위기, 혹은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풍경을 통해 잘 담아내는 등 눈에 띄는 볼거리들은 틈틈이 있었습니다. 

 

또한 '드림 스톤’ 같은 핵심 소재가 다소 편의적으로 쓰였다는 점, 스토리 구성이 다소 난잡해 보인다는 점도 유치한 애들 영화 같다는 인상을 주는데 한몫한 것 같구요. 

 

 

 

그럼에도 저는 이 영화를 나쁘지 않게, 오히려 꽤 괜찮게 본 편입니다. 눈뽕 시각효과에 넋을 놓고 심심한 건 싫어하는 대중적 취향의 관객 1인인데도 왜 그랬던가 생각을 해보면, 이 드림스톤이란 소재가 갖는 의미심장함과 그것이 초래하는 인물들의 드라마에 꽤 깊이 몰입했던 모양입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대신 가장 중요한 것을 가져간다’는 드림스톤의 설정은 지극히 단순하면서 다소 유치하기도 하지만, 극중에서 일관되게 효과적으로 기능하죠. 

 

맥스 로드는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와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강과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잃어가고, 바바라는 강하고 매력적이고 당당한 사람이 되었지만 상냥함을 잃어가고, 다이애나는 오랫동안 그리던 연인과 재회하지만 초인적인 힘을 잃어갑니다. 

 

이 가운데 페드로 파스칼이 훌륭하게 연기한 맥스 로드는 DC 유니버스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다른 모든 이들처럼 한가지 욕망을 이루기보다 끝없는 욕망의 현신 그 자체가 되고자 했지만, 주요 인물 세 명 중 가장 큰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에서처럼 단 하나의 조건부 소망을 이루어준다고 하면 누구든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 즉 지금의 ‘나 자신’으로서는 절대 성취할 수 없는 것, ‘나 자신’과 전혀 다른 무언가를 떠올리겠죠.  

 

여기서 이번 영화의 테마인 진실과 거짓됨을 대입해 볼 수 있습니다. 드림스톤이 현실로 이루어주는 각각의 소원은 세계가 그 역사를 통해 쌓아올린 진실과는 다르고, 또한 ‘내가 욕망하는 것’은 ‘나 자신’과는 전혀 다른 것이죠. 

 

나의 욕망이 어떤 식으로든 마법처럼 실현된다 해도, 실현의 주체가 ‘내’가 아닌 이상 그 끝에 ‘나 자신’이 있을거라고 기대하긴 힘듭니다. 오히려 끝없이 욕망을 실현해가면서 스스로의 인간성과 정체성을 상실해가는 과정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다이애나처럼 되고 싶어했지만, 그 한없는 욕망의 결과로 스스로를 완전히 잃고 ‘포식자’로서의 짐승이 되어버린 바바라처럼 말이죠. 

 

반면 다이애나는 비통한 마음으로 수십년 만에 되찾은 스티브를 포기한 결과 영웅으로서의 자신을 되찾게 됩니다. 단순히 초인적인 힘과 능력을 되찾은 것 뿐 아니라, 오프닝에서도 제시된 ‘위대함 = 진실됨’ 이라는 공식을 스스로 실현했다는 데서 의의가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에서 원더우먼의 서사는, 그녀의 욕망이 그녀 자신일 수 없고 또 그 욕망이 세상의 순리에 어긋나 있다는 진실에 직면함으로써 한발짝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죠. 

 

 

Nothing Good is born from Lies. 

 

And Greatness is Not what you think. 

 

예고편에서도 나온 대사인데, 이제 보니 주제를 상당히 잘 함축하고 있는 문장이었습니다. 

 

이렇게 <원더우먼 1984>는 전작 못지 않게 주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제법 단단히 중심이 잡힌 영화라고 봅니다. 

 

물론 그 와중에 상업영화로서의 매력과 오락성이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 저는 이 수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그냥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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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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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왠지 1편이 더 낫다는 반응같이 느껴지네요 ^^ ;  > 다른 사람들 포함 

11:38
20.12.27.
profile image
mirine
저는 1편보다 이게 쭈욱 더 좋았습니다ㅋㅋ 솔직히 예고편 보고 1편보다 재미없을 수가 없겠다 생각했어요
11:42
20.12.27.
profile image
알폰소쿠아론

아하... 안그래도 내년에 vod 풀리면 보려고 했어요 ^^ ㅎㅎ 테넷처럼~

13:01
20.12.27.
2등
저도 맥스의 캐릭터가 압권이었다고 생각하고 영화가 나쁘진 않았어요
12:05
20.12.27.
3등
예전의 토르 2편의 감독을 맡았다가 그만뒀다는게 생각났는데 솔직히 그쪽은 원더우먼보다 더 안어울렸을것 같네요.
12:15
20.12.27.
페드로 파스칼 연기 덕에 마지막에는 괜히 찡해지더라고요. 전개상으로는 이렇게 풀어나간다고? 의문의 들만했을텐데 크게 문제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요. 확실히 슈퍼히어로 무비를 기대하기보단 서사에 더 집중되는 영화였습니다. 요즘의 슈퍼히어로 무비와는 느낌이 다르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마블영화도 그렇게 잘 챙겨보는 편이 아니기에 주변평과 다르게 이번 원더우먼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3:52
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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