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든 스님 - 간단 후기
파우 초이닝 도르지, 부탄의 감독입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도 4년 전쯤이었나, 진행했던 <교실 안의 야크>의 감독입니다.
교실 안의 야크,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 게 아마도 2020년 보았던 영화 중 베스트10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 보신 분들 계시다면 얼른 보시라고 권합니다.
우리에게서 잊었던 또는 우리가 모르고 살았던 순수에 대해 알게 합니다. 아이들에게서 정말 크게 감동과 힐링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큰 웃음까지도 받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2022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작품성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이런 영화를 만들고 포착해내는 감독의 역량에 정말 진심으로 박수 보냈던 영화랍니다.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그렇고!
파우 초이닝 도르지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을 역시나 슈아 픽쳐스에서 수입을 했네요. 이번에는 전작을 보았던 분들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제목을 들고 나왔습니다. <총을 든 스님>!
약간 부탄에 대해 알아보자면!(이건 제가 부탄에 여행 가고 싶어서 알아두었던 겁니다)
부탄이라는 나라는 유일한 티베트계 독립국가입니다. 아시겠지만 중국에 의해 티베트는 현재 상당한 공정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과 아울러 신장 위구르 지역 등과 함께 독립에 대한 차별적 행보가 만연했습니다. 부탄이라는 이름 역시 티베트의 남쪽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그만큼 역사적으로는 흥미로운 국가입니다.
또 하나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특이하게 발전한 것은, 전제군주 국가가 개혁이 이루어지면 대부분 시민혁명에 의해 왕정을 무너뜨리고 평등한 국가로 가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인데요, 부탄은 왕이 직접 나서서 2008년 7월 18일에 전격적인 선거를 도입해 민주주의를 실현합니다.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고 알려져 있지요. 이건 이 나라의 정책에서도 보이는 건데 행복을 우선시하다 보니, 담배 판매 금지, 외국인 여행자에 대해서는 여행세 같은 것과 함께 환경 보호에 그 어느 나라보다 힘을 씁니다. 헌법에서 환경을 보호할 의무를 명시했고 국토의 60%가 산림으로 덮여 있어야 해서 한국과 같은 밀어서 덮는 식의 개발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높은 산에 대해 등산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대략 6천 미터 이상에 대해 금지인데, 이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네팔의 산들이 등산객들에 의해 얼마나 쓰레기 산으로 변해가는지는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으니까요.
<총을 든 스님>에서도 상징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인데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금지했다가 2천 년 즈음부터 개방을 한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보는 모습이 이들에게는 개방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저 역시 여행을 가려다 멈칫 하게 된 부분인데 하루에 250달러 정도, 외국인은 여행세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도 정확하지 않아서 여행에 따라 차등하게 적용이 되는 모양인데요 200-290달러가 드는 것은 정설인 모양입니다. 이를 부탄에서는 '공정 관광' 같은 단어로 설명하나 봅니다.
그런데 다 이해가 됩니다.
많은 개방은 많은 개발을 수반하고 이는 국가의 정체성을 넘어 난개발과 오염 등의 문제를 부추길 거니까요. 남들이 보기에는 고립되어 있을지 몰라도 자신들이 행복하게 먹고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부유함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절대 아니니까요.
영화로 들어가 봅니다.
영화는 위에서 언급한 민주주의 도입 여드레 정도 전에서 나흘 정도 전까지를 다룹니다.
가장 먼저! 이 영화는 일반적이지 않은 플롯으로 진행합니다.
총을 구하려는 스님과, (스님과 목적이 다른)총을 사러 온 미국인, 미국인을 돕는 가이드, 선거를 홍보하려는 공무원, 이들 가운데에서 선거로 분란이 일어난 가족 등. 각자의 목적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어지러이 행동합니다. 영화 중후반 이후까지도 이들의 플롯이 각기 따로 노는 터라 영화를 짐작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현대의 영화적인 드라마트루기를 상당히 비켜간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마지막에 다다라 지금껏 본 적 없는 부탄 식의 귀결로 마무리합니다. 이게 참 영리하고, 부탄 식이기도 해서 감독이 할리우드를 따라하지 않는 뚝심에 그저 감탄이 났습니다.
각기 따로 놀 것 같은 플롯이 어느 순간 합치하고, 그간 쌓아두었던 감정이 플롯에 촘촘히 박히는 후반부에서 관객들은 정말 크게 웃기 시작하더군요. 분명 일반적인 영화 작법과 다르지만 파우 초이닝 도르지 감독의 부탄 식 해법에는 그만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이건 영화를 보셔야만 하는 거라.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제가 숙연해졌던 부분은 지우개였습니다. 학교에서 지우개가 없어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들은 아이가 도시에서 온 선거 관련 공직자에게 필기구를 선물 받습니다. 응당 지우개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요. 작은 마을 장터에서도 지우개를 구하기 어렵다는 내용에서는 부탄이 얼마나 소박하게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못 사네 잘 사네, 하는 것은 정말 저열한 자본주의식 견해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지우개를 다시 되돌려 줍니다.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은 당신이라고 하면서요.
일견 우화에 불과할 작은 내용이지만, 얼마나 부탄 사람들이 이타적이며 또한 행복을 높이 느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고요.
<교실 안의 야크>가 많이 웃고 많이 느낀 영화였다면 <총을 든 스님>은 현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스며들 듯이 생각하게 만들어준 영화였습니다.
영화,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에도 아이들 때문에 많이 웃었고 부탄 식 결말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답니다. 크고 화려한 할리우드식의 영화적 전개와 결말은 없을지라도 부탄 영화이기에 그들만이 가진 정서와 유대, 행복과 민주주의에 관해 많이 생각하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 (계엄 시국에! 정치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 1순위로 꼽고 싶네요.)
영화 흥하세요.
(슈아픽쳐스 대표님, 힘내시기를!!!)
추천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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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잡고 리뷰 쓰시면 스크롤 압박이 장난 아니겠어요.ㅎㅎ
좋은 작품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스포 없이 작품 소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