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 & Olloe (2018) 원조 뚱뚱이와 홀쭉이 전기 영화

원조 뚱뚱이와 홀쭉이인 Steven Laurel(홀쭉이) 과 Oliver Hardy(뚱뚱이) 의 전기영화다. 그들이 엄청난 업적을 이루거나 대단히 특별한 인생을 산 것이 아니어서, 영화는 그들의 최만년만 보여준다. 홀쭉이 스티븐 로렐은 찰리 채플린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던 영국 코메디언으로 재능이 굉장한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버스터 키튼이 "채플린이 가장 웃겼던 코메디언이 아니었다. 내가 가장 웃긴 코메디언이 아니었다. 가장 웃겼던 코메디언은 스티븐 로렐이었다." 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스티븐 로렐은 엄청 재미없는 인생을 살았다. 방에 틀어박혀 코메디 각본을 짜는 데 몰두하는 일벌레 타입이었다. 올리버 하디는 그런 일은 스티븐 로렐에게 맡겨두고 인생을 즐기며 살았다. 그는 선량한 사람이어서 무난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인생을 살았다. 도대체가 전기영화를 만들 건덕지가 없어 보이는 인생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에서 정말 드라마틱한 부분이 있다. 로렐과 하디는 원조 뚱뚱이와 홀쭉이로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둘은 철저한 비즈니스관계였고 서로 잘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인생을 살다가 최만년에 이르러 돈을 벌고자 영국과 아일랜드로 순회공연을 함께 나선다. 인기도 떨어지고 해서 둘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둘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이 영화는 아주 감동적이고 가슴 훈훈한 이야기다. 로렐과 하디는 영국 공연을 성공시키는 것이 너무 힘들어 갈등이 폭발하게 된다. 전에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로 일했을 때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서로 무시하고 터치 안하면 됐으니까. 서로 갈등이 폭발했다는 자체가 서로 마음을 열어간다는 뜻이다.   

스티븐 로렐은 "코메디 각본도 내가 짜고 모든 일은 내가 했어. 너는 사람 좋게 인생을 잘 살았지만 도대체 한 게 뭐야? 너는 나를 파트너로 만났다는 거 외에 잘 한 게 없어." 라고 비난한다. 올리버 하디는 "파트너라고? 방에 틀어박혀서 각본만 쓰던 사람이 날 파트너라고 생각하긴 했어? 너는 내 파트너가 아냐. 나는 진짜 친구들이 있어. 골프도 같이 치고 밥도 같이 먹고 함께 즐긴 친구들. 넌 아냐. 네가 평생 날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알아?"

이러면서 평생을 묵은 상처를 서로 건드린다. 스티븐 로렐은 로렐과 하디 브랜드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는데, 하디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충격을 받고 상처 입는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스티븐 로렐의 성격에 평생 상처 받아온 하디는 호텔방에 돌아와 울음을 터뜨린다. 

그런데 하디가 심장발작으로 스티븐 로렐 앞에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고, 로렐은 큰 충격과 죄의식을 느낀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기 코메디언 인생도 끝났다고. 하디가 없이 자기 혼자 코메디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기가 하디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스티븐 로렐 역을 맡은 배우나 올리버 하디 역을 맡은 배우나 모두 명배우라서 그들의 심리를 아주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이것을 보는 것만 해도 명화를 감상하는 것같은 기분을 준다. 

미국으로 돌아가려는 짐을 싸는 로렐에게 얼굴이 핼쓱해지고 식은 땀을 흘리는 하디가 찾아온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공연을 계속하러 온  것이다. "We get some show to do." 하디는 빙긋 웃는다. 

감동적인 장면이 있다. 로렐이 심장발작으로 누워있는 하디에게 

로렐: "지난번 자네가 내게 한 말. 그거 진심이었나?"

하디: 아니. 자네는?

로렐: 나도 진심이 아니었어.

하디가 죽기 전에 스티븐 로렐은 이것을 묻고 싶었을 것이고, 자기가 한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 로렐과 하디는 정말 서로 진실한 친구가 되어 목숨을 걸고 공연을 한다. 하디는 심장을 부둥켜안고 공연을 한다. 로렐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보면 싱긋 웃으며 "난 괜찮아"하고 안심시킨다. 둘 다 로렐과 하디라는 콤비를 아주 사랑했던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하디는 이 공연 이후 미국에 돌아갔다가 곧 사망했다고 자막이 나온다. 그리고 로렐은 하디가 사망한 이후 코메디 활동을 중단하고 은둔생활을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로렐은 하디가 사망한 이후에도, 로렐과 하디 콤비가 나오는 코메디 각본을 계속 썼다고 한다. 

영화에서 깊은 감동을 느끼고 싶은 사람, 고전 코메디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도 하고. 명배우들이 연기한 로렐과 하디는 실제 인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엄청 노력과 연습을 했겠지만, 그 결과는 아주 노력의 흔적 없이 자연스럽게 로렐과 하디가 되어 버린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