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미션] GV시사 후기: 따라올 수 없는 연륜
감사한 익무 GV 시사를 통해 언제나 믿고 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님의 신작 [라스트 미션 (The Mule)]을 보고 다크맨님 & 이용철 평론가님의 흥미로운 GV도 함께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익무! ^^
먼저 영화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고, 어떤 시점으로 바라보든 우리가 현재 관객으로서 익숙해져있는 흔한 할리우드 영화들과는 결이 다른, 특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마약 운반’이라는 어둡고 다소 센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마치 ‘리틀 포레스트’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평온하고 여유로우며, 잔잔하고 조용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거의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대사를 치기도 했고, 서로의 대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대사를 치는, 뭔가 정돈되지 않은 아마추어 영화를 보는 듯싶어 약간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그 우려는 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싸그리 사라졌습니다. 소재가 아무리 무겁고 세다고 하더라도, 모든 캐릭터들이 잔잔한 목소리로 마치 속삭이듯, 중얼거리듯 이야기하는 이러한 특성은 이스트우드 감독님의 [라스트 미션] 바로 전작인 [설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톰 행크스 배우가 인터뷰 때 언급했던 [설리]의 촬영 비하인드 중 하나에는 심지어 이스트우드 감독님께서 “액션”과 “컷”마저 조용조용하게 외치신다는 점이었습니다. ㅎㅎ 젊은 시절부터 큰 소리에 놀라는 말과 함께 영화를 찍어오셔서 그런 것인지, 보통 대규모 할리우드 프로덕션에서 스탭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액션!!!!!!!”을 외치는 감독님들과는 달리 이스트우드 감독님은 카메라와 오디오 기기들이 돌아가고 있는 걸 확인한 후 톰 행크스 배우님 바로 옆에서 “자, 이제 연기 시작해요”라고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해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스트우드 감독님의 영화에선 뭔가 편안하고, 마치 힐링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도 한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지루하진 않은 점이 바로 연륜에서 나오는 놀라운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센 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이들도 편안하게 볼 수 있고,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마약 영화류를 좋아하는 이들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어찌보면 뻔하다고 할 수도, 이 영화의 메시지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가 그러한 스토리를, 그러한 메시지를, 이 영화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깊었다고 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아직 스스로도 깨우칠 것이 많은 감독이 관객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억지로 메시지를 넣은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고, 수많은 경험을 통해 정말 진심으로 인생의 참의미를 깨달은 90세의 나이에 다다른 감독님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심지어 그와 동시에 재미까지 잡은 영화이죠. 짧은 도입부만 제외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영화를 연출하기 너무나 어려운 연세임에도 불구, 웬만한 젊은 감독들보다 훨씬 왕성하게 영화를 찍으시는 이스트우드 감독님이 한없이 존경스러울 뿐이었네요.
영화가 종료된 후 진행되었던 다크맨님 & 이용철 평론가님의 GV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이스트우드 감독님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보통 GV가 포함된 시사회는 엔딩 크레딧을 끊고 바로 GV를 진행하기마련인데, 이 날은 익무 단관 시사여서 그런건지, 짧지 않은 크레딧이 전부 올라갈 때까지 영화의 여운을 끊지 않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특히나 다크맨님과 이용철 평론가님은 크레딧이 올라갈 때 보니 이미 영화관 출구 앞에 도착해계셨음에도 불구, 크레딧이 전부 올라갈 때까지 문 밖에서 대기하시며 영화가 온전히 종료될 때까지 기다려주셨음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크레딧 음악을 끝까지 듣고,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보고, 영화의 여운을 끝까지 즐길 수 있었습니다. GV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일단 다크맨님과 평론가님 두 분 모두 어린 시절부터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연출 작품들을 자주 보면서 자라신 이스트우드 배우/감독님의 팬이시란 것이었고, 그렇기에 이스트우드 감독님과 영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GV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GV를 통해 이 영화가 배우로서의 자신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그랜 토리노]의 마지막 장면 이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선언했던 연기 은퇴를 번복하는 영화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현 시대에 (영화 역사의 다른 시대들과 비교하여) 유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티븐 스필버그, 리들리 스콧 등 연세가 있으신 감독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70~90세의 연륜이 느껴지는 유명한 명감독님들의 영화를 아직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죠. 얼마 전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서 90대이신 딕 밴 다이크 배우께서 현란한 춤사위를 보여주신 데 이어 90세에 다다르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님께서 아이코닉한 연출을 보여주시는 것까지...어떻게 보면 영화를 보기에 축복받은 세대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P.S. 이 영화 캐스팅 정말 어마어마하더군요...포스터 보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만 생각하고 갔는데 브래들리 쿠퍼에, 로렌스 피시번에, 마이클 페냐에...정말 미친 캐스팅이라는 말 밖엔...ㄷㄷㄷ 캐스팅 정말 최고였습니다..
추천인 10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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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 봤습니다. 이스트우드 감독님 영화는 담담하게 진행되지만 결국에는 여운도 남고 메시지는 묵직한게 좋더라구요. GV때도 이스트우드 감독님에 대해서 더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개봉하면 빨리 봐야겠네요^^
보고싶네요!!
영화 개봉하면 봐야겠어요.
좋은 후기 감사드려요! ^^
언능 봐야 겠네요
총기 옹호자 분으로 알기에 매번 약간씩 주제 의식에 대해 괴리감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또 어떨지
글 잘봤습니다.
앤디 가르시아 같은 경우는 어떤 역이든 맡겨만 달라 그랬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