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21
  • 쓰기
  • 검색

에일리언 로물루스 단상들

해리엔젤 해리엔젤
7818 19 21

에일리언 전 시리즈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img_9757_0.webp.jpg

1.게임의 법칙.

 

에일리언 로물루스(이하 로물루스)는 제목에서부터 정직하게 에일리언이 살인마로 나오는 데스게임에서 살아남는 규칙을 제시합니다. 로물루스가 동생 레무스를 죽이고 로마를 창건했듯이 니들도 형제, 자매, 연인을 버리고 살아남으라는 거죠.

 

실제로 상황은 초반엔 그렇게 돌아갑니다. 연인 비요른을 구하러 온 나바로가 에일리언의 첫 희생자가 되고, 타일러는 여동생 케이를 본의 아니게 포기하면서 위기를 한번 벗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본인 앞에서 계약서를 지멋대로 바꿔서 흔드는, 우주 최악의 블랙 기업 웨이랜드 유타니. 애시당초 주인공 일행은 웨이랜드 유타니가 지배하는 콜로니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반발해 탈출하려던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규칙을 거부하고 협력하자 의외의 활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난공불락으로 보이는 적의 강점을 역으로 써먹는 거죠. 

 

에일리언의 강력한 산성피는 전 시리즈를 통해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기껏 힘들여 한마리 잡았다 싶으면 그놈의 피 몇 방울이 뭐라고 아군을 전투불능에 빠뜨리고 전장을 교란합니다. 밸붕도 이런 밸붕이 없죠. 그런데 로물루스에는 그 산성피를 역이용해 우위를 점하는 장면이 두 번이나 나옵니다. 에일리언이 숙주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궁극의 생물이듯이, 이를 상대하는 인간들도 드디어 무력한 피해자 포지션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적의 강점을 카운터치는 존재로 성장해 나갑니다. 

 

g_20cs_alienromulus_3216_1_b2caac4b.jpeg.jpg2. '둘'이라는 모티브.

 

로물루스라는 이름 뒤에는 감춰진 레무스라는 존재가 있듯이, 영화는 '형제'라는 모티브를 확장하고 발전시킨 '둘(double)'이라는 모티브를 영화 곳곳에 배치합니다. 일단 주인공 파티 6명은 정확히 2명씩 나누어지고 짝지어집니다. 인간 레인과 합성인간 앤디, 타일러와 케이 남매, 연인인 비요른과 나바로. 그리고 앤디는 두 개로 나눠진 폐정거장에서 또다른 합성인간 룩을 만납니다. 이제 합성인간도 둘입니다. 룩은 회사에 대한 헌신을, 앤디는 인간에 대한 헌신을 모토로 가지고 있죠. 신형과 구형, 악의와 선의, 이렇듯 둘은 서로의 거울 상입니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비록 버림받았지만 제대로 된 인간 아기를 임신한 케이와 페이스 허거에게 '강간'당해 체스트버스터가 심겨진 나바로가 또다시 대칭을 이룹니다. 이렇게 유사점과 차이점을 강조하면서 둘씩 짝을 지우는 방식으로 루물루스는 영화적 밀도를 채워나갑니다. (좀 어거지긴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펄스 라이플도 딱 2정이더군요.)

 

91hFuzRjYnL._AC_SX679_.jpg

3. 4편의 재평가?

 

로물루스는 에일리언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1편을 베이스로 나머지 시리즈를 눅진하게 녹여냅니다. 1편이 가지고 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절대적인 악의가 가져오는 섬뜩한 공포, 인간을 배신하는 과학이란 메인 테마외에도 강간과 원치않는 임신이라는 숨겨진 테마까지, 로물루스는 정확하게 잡아냅니다. 하지만 의외로 저평가받던 4편 리저렉션이 이종교배라는 후반부의 전개와 맞물려 눈에 띄게 오마주됩니다. 다만 전개는 정반대로 가는데, 산전수전 다겪은 리플리가 어찌됐건 에일리언에게 일말의 모성을 보였다면, 초보 엄마 케이는 일체의 모성을 거부하다가 자기 자식에게 죽음을 맞습니다. 

 

ash4.jpg

4. 룩(Rook).

 

로물루스에는 에일리언 팬이라면 너무나도 반가운 캐릭터가 출연합니다. 얼마 전 작고한 이안 홈 경이 합성인간 룩 역으로 돌아왔지요. 물론 CG를 대역배우에게 입혀 만들어진 캐릭터지만, 이안 홈 경의 출연은 로물루스 제작진이 이 시리즈에 가지고 있는 경외감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1편을 복기해보면 사실 진짜 빌런은 다름아닌 이안 홈 경이 연기한 애쉬였으니까요. 

 

이 새로운 합성인간은 자신을 룩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는 에일리언2의 나오는 비숍처럼 체스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체스에서 비숍은 체스판에서 대각선으로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말입니다. 실제로 에일리언2에서 비숍은 탈출선을 확보하기 위해 기지를 가로질러 멀리 나아가죠. 그럼 룩은 어떨까요? 룩은 강력하지만 행동범위가 작아 체스 초반에는 크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룩은 다른 말들이 죽어서 이동 공간이 확보되는 후반에 가서야 비로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실제로 영화 초반의 룩은 몸이 반으로 잘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강력한 세치 혀를 놀려대며 동료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멘붕에 빠진 주인공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조종하려 들죠. 

 

로물루스라는 데스게임에서 제노모프가 살인마라면, 룩은 심판입니다. 문제는 이 심판이 공정한 경기를 할 생각이 1도 없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앞서 말했듯, 이 불공정한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그들이 만든 규칙을 거부하고 판 자체를 흔들어야만 합니다. 

 

5. 마치며.

 

생각해보면 에일리언 시리즈는 각 편 모두 뛰어난, 독창적인 모티브를 가지고 있었죠. 시리즈의 토대를 닦은 1편에서 이미 에일리언하면 떠오르는 모든 주제의식과 모티브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걸 더욱 확장 보완, 발전시키면서 리플리와 뉴트, 그리고 퀸 에일리언의 관계를 통해 모성이란 새로운 모티브를 부여한 2편. 감옥을 수도원으로, 에일리언을 용으로 재해석하여 중세라는 모티브를 가져온 3편, 이종교배라는 모티브를 가져와 인간과 괴물의 경계를 흐뜨러뜨린 4편. 창조주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근친살해의 모티브를 가져온 프로메테우스까지. (커버넌트는요?라고 물으신다면... '저런 똥멍청이들에게는 절대 우주탐사를 시키면 안된다'는 거 정도?) 

 

로물루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작들에 대해 무한한 오마주를 바치면서 시리즈의 강점들을 잘 챙기는 한편, 영화 사이사이에 자신들만의 모티브와 설정들을 영리하게 끼워넣습니다. 그렇게 로물루스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가는 또 한편의 후속작로서도, 전편을 하나도 보지 않은 관객들을 위한 단독 영화로서도 그 역활을 훌륭하게 해냅니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들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할게요. 드라큘라(1992)에서 너무나 즐겁고 신나게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게리 올드만을 보고서 코폴라 감독이 그랬답니다. "아니 자네, 그동안 드라큘라 연기하고 싶은 걸 도대체 어떻게 참았나?" 페데 알바레즈 감독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주고 싶어요. "아니 감독님, 그동안 에일리언 영화 만들고 싶은 걸 도대체 어떻게 참았나요?"

 

g_alienromulus_3216_1_4875ffa5.jpeg.jpg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9


  • 사라만두
  • 콘스탄트
    콘스탄트
  • 진스
    진스
  • Sonatine
    Sonatine
  • 갓두조
    갓두조
  • FutureX
    FutureX
  • MJ
    MJ
  • 타미노커
    타미노커
  • 사보타주
    사보타주

  • tologst
  • 카란
    카란
  • Rampage
    Rampage
  • 사라보
    사라보

  • Kuri
  • Robo_cop
    Robo_cop
  • golgo
    golgo
  • 행복을위하여
    행복을위하여
  • 클랜시
    클랜시

댓글 21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10년 전에 감독이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게임하면서..내가 에이리언 영화 제대로 만들어볼 수 있는데... 하고 다짐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팬심이 제대로 들어 간 것 같아요
08:28
24.08.17.
profile image
golgo
제 경우 아이솔레이션 특유의 시스템에 적응을 못해 접었지만... 정말 잘 만든 게임이란 평을 들었었죠.

하여간 영화를 보고있자면 에일리언 시리즈를 사랑하는 감독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었구나 싶은게 팍팍 느껴지더군요.
10:03
24.08.17.
3등
이런 리뷰 자주 올려주세요. ^^
너무너무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11:30
24.08.17.
profile image
덕후 아닌 그냥 겉핣기식으로 다 본 입장으로서는 심심했어요. 떡밥도 초반에 다 뿌려 이후 전개를 다 예상 할 수 있었고..이후 인간형? 에어리언의 숨겨진 능력을 만들어서 새로움을 추구 했다면 저같은 관객도 만족했을텐데 인조인간과 사투도 괜찮은 그림이었을텐데..심박수가 평온 했습니다
13:26
24.08.17.
profile image
사라보
아무래도 오랜만에 나온 후속작이다보니 과감한 시도는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후 또다른 작품이 나오면 또다시 세계관과 설정이 확장되리라 생각합니다.
20:00
24.08.17.
profile image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안목과 지식이 참 부럽습니다. 리뷰 너무나도 재미있게 잘보았습니다^^
13:46
24.08.17.
profile image
Rampage

안목이라뇨, 그냥 생각나는 걸 주저리주저리 쓴 것 뿐입니다. 과찬이십니다^^

20:01
24.08.17.
profile image
영화 마지막에 자식이 엄마를 보면서 냄새를 맡는게, 처음에는 약간 모성애적으로 느껴졋는데,

나중에 바로 목 부분에서 검은액체를 빨아먹는 것을 보면 나에게 양분이 되는 맛있는 검은액체?를 찾는 것도 같고..

저는 그부분이 아리까리 하더군요. 엄마에 대한 일말의 감정이 있던건지
15:00
24.08.17.
profile image
왈도3호
아마 있기는 있었을 겁니다. 아기들도 엄마 젖 세게 깨물어서 엄마가 아파하면 바로 눈치채고 힘빼잖아요? 만약 케이가 순순히 젖을 물렸으면 죽이지까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0:03
24.08.17.
profile image
잘 읽었습니다 이해가 쏙쏙 정리가 척척되네요
22:54
24.08.17.
profile image
재밌게 읽고, 배운것도 많네요.. 감사합니다~~~^^/
09:56
24.08.19.
묵변이 승화한, 쾌변으로 봐야겠군요. 이 정도의 호응이라면 말이죠 ㅎ
23:09
24.08.2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쥬라기월드 리버스 공식 뉴스틸들 NeoSun NeoSun 47분 전23:07 208
HOT <9월 5일: 위험한 특종>을 보고 나서 (스포 O, 추천) ... 1 톰행크스 톰행크스 20분 전23:34 72
HOT <부탁 하나만 들어줘2> 첫 포스터 공개 1 뚠뚠는개미 1시간 전22:53 267
HOT 쥬라기 월드 리버스 티저 한글자막!! 4 zdmoon 1시간 전22:11 621
HOT ‘쥬라기월드 리버스’ 첫 트레일러, 포스터 5 NeoSun NeoSun 1시간 전22:01 743
HOT 아이유 콘서트 보러 왔어요 (태국) 8 라라랜더 라라랜더 3시간 전20:04 666
HOT "故 서희원(구준엽 아내) 고별식 없다" 동생 서... 3 손별이 손별이 3시간 전20:23 1150
HOT 새로 오픈한 용스엑에서 <위키드> 관람했습니다. 일단... 2 선우 선우 2시간 전21:04 400
HOT 'Presence'에 대한 단상 5 네버랜드 네버랜드 4시간 전19:41 422
HOT 영화 브로큰 이게 뭔가요 4 블루레이 4시간 전19:36 1823
HOT 오늘 개봉 '9월 5일: 위험한 특종' 로튼 리뷰 3 golgo golgo 6시간 전17:27 757
HOT 박훈정 감독의 [슬픈 열대] 스틸 공개 7 시작 시작 5시간 전18:45 2212
HOT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개봉 당시 스기이 기사부로 ... 4 중복걸리려나 10시간 전13:23 534
HOT 9월5일: 위험한 특종 - 리뷰 4 소설가 소설가 7시간 전16:22 627
HOT 권력과 인간의 민낯 <브루탈리스트> 2 마이네임 마이네임 5시간 전18:15 811
HOT 영화<당탐1900>에서 주윤발 영어 연기 4 손별이 손별이 5시간 전18:06 543
HOT 중국애니메이션 <나타지마동요해> 개봉 8일만에 관객... 8 손별이 손별이 5시간 전17:57 554
HOT 넷플릭스) 더 핫 스팟(The Hot Spot) 2화까지 - 초간단 후기 3 소설가 소설가 6시간 전17:47 666
HOT <퇴마록> 최초 VIP 시사 후기 (스포 없음) 15 베니베니당근당근 9시간 전14:21 1996
HOT 블루레이,DVD 구매한게 도착했습니다 (feat.일본무비박스) 3 카스미팬S 6시간 전17:09 313
1165692
image
hera7067 hera7067 5분 전23:49 18
1165691
image
hera7067 hera7067 8분 전23:46 50
1165690
image
hera7067 hera7067 10분 전23:44 36
1165689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20분 전23:34 72
1165688
normal
기다리는자 33분 전23:21 118
1165687
image
NeoSun NeoSun 47분 전23:07 208
1165686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9분 전23:05 174
1165685
image
NeoSun NeoSun 54분 전23:00 214
1165684
image
NeoSun NeoSun 59분 전22:55 281
1165683
image
뚠뚠는개미 1시간 전22:53 267
1165682
normal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1시간 전22:49 208
1165681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22:30 249
1165680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22:26 192
1165679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22:19 528
1165678
image
zdmoon 1시간 전22:13 245
1165677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22:12 262
1165676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22:12 346
1165675
image
zdmoon 1시간 전22:11 621
1165674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22:09 368
116567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22:08 419
1165672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22:01 743
1165671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2시간 전21:31 139
1165670
normal
라인하르트012 2시간 전21:19 329
1165669
image
선우 선우 2시간 전21:04 400
1165668
normal
RandyCunningham RandyCunningham 3시간 전20:49 143
1165667
normal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3시간 전20:44 155
1165666
image
손별이 손별이 3시간 전20:23 1150
1165665
image
라라랜더 라라랜더 3시간 전20:04 666
1165664
image
네버랜드 네버랜드 4시간 전19:41 422
1165663
image
블루레이 4시간 전19:36 1823
1165662
normal
시작 시작 4시간 전19:10 499
1165661
image
e260 e260 4시간 전19:08 314
1165660
image
e260 e260 4시간 전19:08 285
1165659
image
e260 e260 4시간 전19:03 479
1165658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8:56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