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_스포] 존 오브 인터레스트 좋았던 부분
요즘 영화 매니아 사이에서는 이동진이 10점 만점에 9점을 준, 사실상 만점에 가까운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는 영화로 핫하죠. 저도 때마침 연휴이기도 하겠다 시간이 남아서 보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언택트톡으로 볼까 하다가 아무리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의 해석이나 해설이라 할지라도 남의 감상으로 내 감상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 싫어서 일반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알려졌듯 두가지 요소로 나눠서 보아야 합니다.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로요. 시각적 요소는 정말이지 영화 제목과는 달리 흥미로울게 거의 없습니다. 간혹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기는 하나 지극히 절제된 카메라 구도와 연출속에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지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줍니다. 반면 청각적인 요소로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나는 학살극을 간접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죠. 영화의 도입부에 검은색 배경화면에 흰색 글씨로 영화 제목이 써져있는데, 시간이 지나며 뭉게져서 우글우글 들려오는 비명과 같은 소리(청각적 요소)는 커지며 영화 제목이 차차 검은색에 잠식당하며 사라지는 장면(시각적 요소)은 앞으로 이 영화가 시각적인 요소보다는 청각적인 요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비유하는 장면이라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저는 청각적인 부분 보다는 시각적인 부분에서 왜 이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좀 더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영화는 내용적으로 해설할 것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극한으로 절제된 카메라 구도와 연출입니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마치 사진을 찍듯 특정 구도는 정확하게 멈춰져 있고 그 구도 안에서 인물이 움직이죠. 이 기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 모든 것도 관객의 판단에 맡기는 듯 합니다. 저는 최근 유행하는 일종의 관찰카메라 같은 기분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움직이는 사람을 촬영하기 보다는 사물에 보다 많은 관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사람보다 사물을 더 중시하는 루돌프 회스 일가족의 유대인에 대한 경멸적 태도를 연출로서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고정된 카메라 구도와 연출법은 바로 벽 건네 옆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참상에 비해서 너무도 평온한 나머지 끔찍하게 들려오는 청각효과와 대비했을 때 그 대비 효과를 더욱더 극적으로 가져온다고 볼 수 있죠. 평온한 일상에 더해 카메라 연출은 거의 움직이지 않으니 정말이지 영상으로서는 흥미로울게 하나도 없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루돌프 회스 가족에게서 느껴지는 일상적인 평온함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자면, 이건 영화적 특징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잔혹성에 대한 얘기인 것 같습니다. 회스 가족 처럼 벽 너머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도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린다면 무감각해진다는 것이죠.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회스가 다른곳으로 발령이 나는 사실을 자기의 부인에게 알렸을 때 부인의 반응 같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의 거주지는 자기가 평생 가꾸기를 꿈꿔 온 장소라고 하는 말은, 벽 너머에 생지옥이 펼쳐지더라도 자기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자기는 남은 평생을 이곳에 있겠다는 말인데,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단 1분 1초도 있기 싫어하는 곳을 평생을 꿈꾼 장소라고 한다니 이건 같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이죠. 외지인인 회스 부인의 어머니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며칠을 보낸 후 편지만 남기고 떠나는 장면은 이러한 잔혹함과 익숙함으로 인간성을 저버린 무지한 당시 독일인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회스 작전에 대한 브리핑 이후 회스가 축하연 중에 사무실에 와서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작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몰살' 하게 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후 회스가 사무실을 빠져나오며 계단에서 구역질을 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상징적이었습니다. 회스가 구역질을 한 것은 역사적으로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저는 모릅니다. 다만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당시 나치는 유대인을 학살함에 있어서 상당히 행정중립적인 단어들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들어 유대인을 죽인다라는 단어 보다는 유대인을 처리한다. 이런식으로요, 그러나 회스는 자기가 가장 편하게 여기는 가족에게 자신의 업적을 설명함에 있어서 앞으로 유대인을 '몰살' 하겠다는 발언을 너무나도 편하게 읊조립니다. 그 후 사무실을 빠져나오며 구역질을 하는 모습은 어쩌면 제 아무리 행정중립적으로 포장을 했다고 한들 이미 악마를 넘어선 무언가가 되어버린 당시 나치의 만행을 구역질을 하는 회스의 모습을 넣어 비판하고자 넣은 장면이 아닐까 싶었네요. 그 장면에서 갑자기 전환되어 현대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전시된 옷가지나 신발, 희생자들의 사진 등을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왜 회스가 구역질을 했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영화가 이러했기에 저는 도리어 시각적 요소가 더 좋았습니다. 영화 자체는 사실 제목과는 달리 흥미롭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도리어 직접적으로 잔혹함을 보여주어 경각심을 일깨우기 보다는, 여러 상징적인 장면들을 통해서 전쟁과 인간의 잔혹함을 간접적으로 끊임없이 되새김질 하며 그러한 익숙함과 잔혹함을 경계하라는 메세지가 담긴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눈으로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머리로는 자극적인 것을 찾고 사색할 거리를 찾고 싶다면 볼만한 영화 같네요.
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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