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리뷰_스포] 존 오브 인터레스트 좋았던 부분

회계
3009 5 4

요즘 영화 매니아 사이에서는 이동진이 10점 만점에 9점을 준, 사실상 만점에 가까운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는 영화로 핫하죠. 저도 때마침 연휴이기도 하겠다 시간이 남아서 보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언택트톡으로 볼까 하다가 아무리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의 해석이나 해설이라 할지라도 남의 감상으로 내 감상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 싫어서 일반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알려졌듯 두가지 요소로 나눠서 보아야 합니다.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로요. 시각적 요소는 정말이지 영화 제목과는 달리 흥미로울게 거의 없습니다. 간혹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기는 하나 지극히 절제된 카메라 구도와 연출속에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지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줍니다. 반면 청각적인 요소로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나는 학살극을 간접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죠. 영화의 도입부에 검은색 배경화면에 흰색 글씨로 영화 제목이 써져있는데, 시간이 지나며 뭉게져서 우글우글 들려오는 비명과 같은 소리(청각적 요소)는 커지며 영화 제목이 차차 검은색에 잠식당하며 사라지는 장면(시각적 요소)은 앞으로 이 영화가 시각적인 요소보다는 청각적인 요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비유하는 장면이라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저는 청각적인 부분 보다는 시각적인 부분에서 왜 이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좀 더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영화는 내용적으로 해설할 것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극한으로 절제된 카메라 구도와 연출입니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마치 사진을 찍듯 특정 구도는 정확하게 멈춰져 있고 그 구도 안에서 인물이 움직이죠. 이 기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 모든 것도 관객의 판단에 맡기는 듯 합니다. 저는 최근 유행하는 일종의 관찰카메라 같은 기분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움직이는 사람을 촬영하기 보다는 사물에 보다 많은 관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사람보다 사물을 더 중시하는 루돌프 회스 일가족의 유대인에 대한 경멸적 태도를 연출로서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고정된 카메라 구도와 연출법은 바로 벽 건네 옆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참상에 비해서 너무도 평온한 나머지 끔찍하게 들려오는 청각효과와 대비했을 때 그 대비 효과를 더욱더 극적으로 가져온다고 볼 수 있죠. 평온한 일상에 더해 카메라 연출은 거의 움직이지 않으니 정말이지 영상으로서는 흥미로울게 하나도 없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루돌프 회스 가족에게서 느껴지는 일상적인 평온함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자면, 이건 영화적 특징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잔혹성에 대한 얘기인 것 같습니다. 회스 가족 처럼 벽 너머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도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린다면 무감각해진다는 것이죠.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회스가 다른곳으로 발령이 나는 사실을 자기의 부인에게 알렸을 때 부인의 반응 같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의 거주지는 자기가 평생 가꾸기를 꿈꿔 온 장소라고 하는 말은, 벽 너머에 생지옥이 펼쳐지더라도 자기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자기는 남은 평생을 이곳에 있겠다는 말인데,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단 1분 1초도 있기 싫어하는 곳을 평생을 꿈꾼 장소라고 한다니 이건 같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이죠. 외지인인 회스 부인의 어머니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며칠을 보낸 후 편지만 남기고 떠나는 장면은 이러한 잔혹함과 익숙함으로 인간성을 저버린 무지한 당시 독일인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회스 작전에 대한 브리핑 이후 회스가 축하연 중에 사무실에 와서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작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몰살' 하게 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후 회스가 사무실을 빠져나오며 계단에서 구역질을 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상징적이었습니다. 회스가 구역질을 한 것은 역사적으로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저는 모릅니다. 다만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당시 나치는 유대인을 학살함에 있어서 상당히 행정중립적인 단어들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들어 유대인을 죽인다라는 단어 보다는 유대인을 처리한다. 이런식으로요, 그러나 회스는 자기가 가장 편하게 여기는 가족에게 자신의 업적을 설명함에 있어서 앞으로 유대인을 '몰살' 하겠다는 발언을 너무나도 편하게 읊조립니다. 그 후 사무실을 빠져나오며 구역질을 하는 모습은 어쩌면 제 아무리 행정중립적으로 포장을 했다고 한들 이미 악마를 넘어선 무언가가 되어버린 당시 나치의 만행을 구역질을 하는 회스의 모습을 넣어 비판하고자 넣은 장면이 아닐까 싶었네요. 그 장면에서 갑자기 전환되어 현대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전시된 옷가지나 신발, 희생자들의 사진 등을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왜 회스가 구역질을 했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영화가 이러했기에 저는 도리어 시각적 요소가 더 좋았습니다.  영화 자체는 사실 제목과는 달리 흥미롭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도리어 직접적으로 잔혹함을 보여주어 경각심을 일깨우기 보다는, 여러 상징적인 장면들을 통해서 전쟁과 인간의 잔혹함을 간접적으로 끊임없이 되새김질 하며 그러한 익숙함과 잔혹함을 경계하라는 메세지가 담긴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눈으로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머리로는 자극적인 것을 찾고 사색할 거리를 찾고 싶다면 볼만한 영화 같네요. 

회계
7 Lv. 4698/5760P

주말 조조 영화

입장 전에 진한 콜드브루 한잔 들고가서

홀짝홀짝 마시며 영화보는 즐거움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해리엔젤
    해리엔젤
  • 볼드모트
    볼드모트

  • 이상건
  • Sonatine
    Sonatine
  • golgo
    golgo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비인간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영화 전체를 통해 제대로 역설하는 것 같았어요.
17:26
24.06.11.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파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9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11:36 1986
공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 시사회에 초... 23 익무노예 익무노예 5일 전20:03 3865
HOT [영화리뷰] <위키드(The Wicked: Part 1), 2024> : 모... 바비그린 34분 전10:16 200
HOT 첩혈쌍웅 리메이크 3 바람계곡 3시간 전07:43 894
HOT <하얼빈>을 보고 (스포O) 4 폴아트레이드 11시간 전23:18 1538
HOT <하얼빈> 후기 - 선연하고도 강인한 초상화 2 영화에도른자 9시간 전01:48 1676
HOT [성탄절 호러] 피로 물드는 크리스마스 - 블랙 크리스마스 14 다크맨 다크맨 20시간 전14:18 1598
HOT 임시완 양동근 오징어 게임 시즌2 팝업 1 e260 e260 3시간 전07:09 797
HOT 고윤정 🎄 1 e260 e260 3시간 전07:07 812
HOT 안중근 의사 영화 계보를 살펴봤습니다. 1 내일슈퍼 8시간 전02:05 850
HOT 넷플릭스 "아케인"은 상업적으로 실패! 3 하드보일드느와르 9시간 전01:29 1628
HOT 김태리 인스타 업뎃 1 NeoSun NeoSun 10시간 전00:17 1397
HOT 구준엽 최신 근황(24.12.24_크리스마스 이브) 1 손별이 손별이 10시간 전00:09 1424
HOT 2024년 12월 24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10시간 전00:01 1744
HOT <하얼빈>_ 기획과 스토리텔링의 괴리? 2 싯영화 12시간 전22:49 2045
HOT [존 윅 5] 나올 것이냐는 질문에 키아누 리브스 답변 4 시작 시작 12시간 전22:23 1928
HOT <도호> 2024년 흥행은 첫 900억엔 초과로 역대 1위… ... 4 중복걸리려나 13시간 전20:59 1509
HOT 일본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내년 1월 11일 ... 2 손별이 손별이 14시간 전20:19 846
HOT 영화 <사조영웅전: 협지대자> 주연배우 샤오잔의 무술... 5 손별이 손별이 14시간 전20:06 824
HOT <서브스탠스> 도파민 풀충전 (약스포) 3 콩가라 콩가라 14시간 전19:55 1044
HOT 하얼빈(2024) 조금 아쉬운 후기(스포) 2 와킨조커 15시간 전19:48 1814
HOT <크리스마스 특선> 이스턴 프라미스(2007) 3 해리엔젤 해리엔젤 15시간 전19:44 1095
1161762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5분 전10:35 81
1161761
image
바비그린 32분 전10:18 99
1161760
image
바비그린 34분 전10:16 200
1161759
image
HarrySon HarrySon 43분 전10:07 226
1161758
image
NeoSun NeoSun 47분 전10:03 244
1161757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8:07 395
1161756
image
바람계곡 3시간 전07:43 894
1161755
image
e260 e260 3시간 전07:11 293
1161754
image
e260 e260 3시간 전07:10 277
1161753
image
e260 e260 3시간 전07:09 797
1161752
image
e260 e260 3시간 전07:09 217
1161751
image
e260 e260 3시간 전07:07 812
1161750
image
e260 e260 3시간 전07:06 239
1161749
image
판자 5시간 전05:07 487
1161748
image
내일슈퍼 8시간 전02:05 850
1161747
image
영화에도른자 9시간 전01:48 1676
1161746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9시간 전01:29 1628
1161745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10시간 전00:42 292
1161744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00:17 1397
1161743
image
손별이 손별이 10시간 전00:09 1424
1161742
image
golgo golgo 10시간 전00:01 1744
1161741
image
Sonatine Sonatine 11시간 전23:31 1135
1161740
image
kknd2237 11시간 전23:24 1346
1161739
image
폴아트레이드 11시간 전23:18 1538
1161738
image
싯영화 12시간 전22:49 2045
1161737
normal
카스미팬S 12시간 전22:26 1435
1161736
image
시작 시작 12시간 전22:23 1928
1161735
image
카란 카란 13시간 전21:40 1816
1161734
normal
와킨조커 13시간 전21:29 955
1161733
image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13시간 전21:16 455
1161732
image
중복걸리려나 13시간 전20:59 1509
1161731
image
NeoSun NeoSun 14시간 전20:47 1082
1161730
image
손별이 손별이 14시간 전20:19 846
1161729
image
손별이 손별이 14시간 전20:06 824
1161728
normal
14시간 전20:06 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