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of Sheila (1973) 아주 잘 만든 추리물. 스포일러 있음.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이지만 추리영화의 최고수준에 든 영화라고 할만하다.
일단 등장배우들부터가 어마어마한데, 리처드 벤저민, 제임스 코번, 제임스 메이슨, 라켈 웰치, 다이안 캐넌 등
스타들이 대거 출동한다. 조그만 스타들이 아니라 대스타들이다. 너무 많이 나와서 대부분은 그냥 낭비되는 감이 있다.
플롯이 일단 아주 좋다. 영화 처음 쉴라라고 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파티 중에 남자와 싸우고 파티장을 뛰쳐나와 혼자 길을 걸어간다.
뭔가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그런데 차선을 넘나들며 위태롭게 질주하던 음주운전차가 쉴라를 친다. 그녀가 피투성이가 되어
길에 쓰러져 있는데, 차는 잠깐 섰다가 다시 도망가 버린다. 그리고 몇개월이 지나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쉴라라는 호화요트를 가진 제임스 코번이 친구들을 배에 초대한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영리하고 눈치 빠르고
무슨일이든 호기심을 가지고 염탐하고 신랄하게 남을 비꼬고 장난치기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악의는 없고 사람 좋은 그런 친구 말이다. 그는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낄낄 웃는다. 뭔가 아주 재미있는 장난을 준비한 모양이다.
그는 배에 도착한 친구들에게 게임을 준비한다. 친구들의 약점을 적은 카드를 하나씩 준다. 소아성애자, 밀고자, 뺑소니 살인범, 게이 등.
물론 그 본인에게 준 것은 아니고, 무작위로 섞어 준 것이다. 무작위로 준 것이기에 카드를 받은 본인이 소아성애자나 밀고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친구들 중 한명인 것은 맞다. 카드에 적힌 그 사람을 찾아내는 게임이다.
일단 이런 게임을 하자는 제임스 코번이나 하겠다는 친구들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부분이 좀 지루하고 당위성이 떨어지는데
이것은 연출문제가 아닐까. 영화 첫부분에, 뭔가 일어날 듯 팽팽한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 등장인물들은 모두 죄인들이거나 비도덕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하러
요트가 정박되어 있는 프랑스 항구도시로 나간다. 제임스 코번은 단서가 되는 힌트를 항구도시 여기저기에 감추어놓았는데
빈민가 아파트, 창녀촌, 폐허가 된 수도원 등에 감추어놓아서
친구들은 그 항구도시 구석구석을 누빈다. 이런 게임에서 그리고 이런 비도덕적인 범죄자들 사이에서
뭔가 안 터질 리 없다. 누군가 한 사람 죽어나가고 남은 친구들이 범인을 추리하고 범인의 동기에 대해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이게 아주 효과적이다.
제목도 그렇고 하니까 사람들은, 결국 이 사건이 몇개월 전 쉴라가 살해당한 사건과 연관되어 있으리라 추측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범인의 낚시다. 관객들을 낚는 감독의 낚시이기도 하다.
제임스 메이슨과 리처드 벤저민이 말하자면 셜록 홈즈 역할이다. 하지만 정의의 사나이들이라기엔 그 자신들이
비도덕적인 사람들이다. 정의감에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것도 아니다. 이기심에서, 범인을 추리해나가면서 그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추리를 한다. 범인보다 나을 것 없는 사람들이다. 어째 추리영화이지만 선과 악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SM영화 같기도 하다. 그래서 두번째 살인이 또 일어난다. 이번에는 범인이 분명하다. 친구들이 한 사람을 몰아붙여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지만 사실상 살인이다.
추리영화의 미덕하면, 관객들을 갖고 농락하는 감독의 치밀한 두뇌게임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도 이것이다.
"나도 그정도는 추리할 수 있겠네", "이정도 사건쯤이야"하는 말이 절대 안 나온다.
이 영화는 반전에 반전이 나오다가 마지막 20분에 큰 반전이 하나 더 나오니까 영화 끝날 때까지 관객들이 숨을 쉴 시간이 없을 정도다.
추천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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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같은 느낌도 들고요
전형적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