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주간지 기사, '오징어 게임'의 대성공 이유
일본의 유명 주간지 '문춘' 온라인판의 기사입니다.
우익 성향 잡지로 알려져 있는데... 이 기사에선 한국 콘텐츠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다뤘네요.^^
한국 등 해외 드라마 전문가라는 이시가키 스미레라는 필자의 글입니다.
https://bunshun.jp/articles/-/49203
<기생충>, BTS, <사랑의 불시착>...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대히트로 보는, 한국 콘텐츠 ’쾌진격‘의 이유
거액의 빚을 진, 사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인생역전 게임에 참가한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동서고금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데스게임물’이다.
결코 새롭다 할 수 없는 소재의 작품이, 공개된 지 불과 20일도 채 되지 않아서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률 1위가 되었다. 이는 지난해 일본에서도 큰 붐을 일으킨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같은 시기에 영국의 히트작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새 시즌이 공개되었던 것도 감안하면, 꽤나 예상치 못한 사건이다.
필자도 보기 시작하자 멈출 수가 없었고, 잔인한 장면에선 눈을 감으면서도 단 이틀 만에 다 보고야 말았다. 한국의 뉴스, 개인적 견해도 섞으면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매료시킨 포인트에 대해 짚어본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적인 스토리와 게임
지금까지의 ‘데스게임물’은 일본산 오락물의 독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츠> <신이 말하는 대로>와 일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아리스 인 보더랜드>까지,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오징어 게임>은 <도박묵시록 카이지>와의 유사점이 회자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도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 중에서 “과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배틀로얄> <라이어 게임> 등의 만화를 읽으면서 지냈다.”고 말하는 등, <오징어 게임>에는 일본 작품의 진수가 살아 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서구에서도 <쏘우> 시리즈나 <큐브> <헝거 게임>등 오래 전부터 ‘데스게임물’이 존재해왔다. 어느 나라 사람이 보더라도 대략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알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장르의 특성상 기존의 한국 드라마 (주요) 팬이 아닌 층, 즉 남성 시청자들에게도 받아들어졌을 것이다.
아울러 극중 게임들이 모두 아이들의 놀이여서,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이해하기 쉬웠던 것도 강점이 되었다. ‘달마가 굴렀다(한국어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일본에서도 친숙한 놀이이고, 미국에서도 ‘Red Light, Green Light’, 프랑스에서는 ‘Un, deux trois, soleil’, 남미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비슷한 놀이가 있다고 한다.
만약 게임이 복잡했다면 자막으로 설명하는 것에 한계가 있거나, 이야기의 본질과 등장인물의 심정보다도 규칙을 이해하는 쪽으로 정신이 쏠릴 가능성도 있다. 스토리와 게임의 형태가 ‘유니버설 디자인’이었다는 점도 성공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에 있어서 게임의 승패나 충격적인 잔혹 장면은 어디까지나 볼거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대사와 묘사 속에 배어있는 현대사회에 대한 의문과 메시지가 작품의 핵심이며, 쉽게 지워지지 않는 뒷맛을 남기고 있다.
곳곳에 ‘사회문제와 차별’을 생각하게 하는 장치가
<오징어 게임>을 보고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영화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양극화 사회에 대한 안티테제이다. 주인공 성기훈은 실업자에다 이혼을 한 40대 남성, 빚에 시달리면서 나이 든 모친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도 과거에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 거기서부터 추락하는 건 순식간이었고, 아내와 딸, 안정된 생활, 소소한 행복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갔다.
한번 추락하게 되면, 다시 기어오르는 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일본과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가 아닐지. 어쩌면 성기훈은 ‘내일의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이들은 노인에서부터 젊은이, 의사, 탈북자, 외국인, 폭력 조직의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이다. 그들과 ‘맞은 편’에서 게임의 진행을 감시하는 의문의 조직이 존재하고, 거기에도 권력자, 그리고 그들의 손발이 되어 혹사당하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존재한다. 마치 사회의 축소판으로 여겨진다.
보다 보면 양극화 문제 외에도 학력 차별, 직업 차별, 외국인 근로자와 탈북자에 대한 차별 등 온갖 차별 문제가 그려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것도 있는가 하면, 자연스럽게 대사에 묻어나오는 것도 있다.
이 작품을 본 지인들과 서로 소감을 이야기하다가 깨달은 것인데, 사람에 따라 마음에 와닿는 ‘차별 문제’가 조금씩 다른 점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성차별 장면에서 가슴이 아팠지만, 그것은 데스게임의 비정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의 학교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기 마음의 안테나가 어떤 사회 문제에 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그 문제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것도 <오징어 게임>이 가지는 힘으로, 그 덕분에 시청률이 뛰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기생충>, BTS가 수년에 걸쳐 쌓은 신뢰감
만약 <오징어 게임>이 2년 전에 공개됐다면, 이렇게나 인기를 끌었을까? 아마도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떠들썩한 정도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2020년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수상. 음악 분야에선 BTS가 미국을 중심으로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고, 넷플릭스에서도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세계 10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스위트홈> 등 끊임없이 한국 드라마 히트작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한국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얻은 ‘신뢰감’과 ‘기대’는 크다. <오징어 게임>에 있어서 최대 속도로 순풍이 몰아쳐 오는 상황이다.
또 <오징어 게임>의 히트로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지상파 SBS 등 이번 작품과 무관한 업체들을 포함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1개의 히트작이 업계 전체에 부를 안겨 주고, 또다시 새로운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성공 사이클’이 형성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시사하는 ‘돈보다 신뢰’라는 시대
여기서 살짝 스포일러를 하자면(아직 못 본 사람은 주의) 이야기 후반에 한 인물이 주인공에게 질문을 던진다. “자네는 아직도 사람을 믿나?” 이 말은 작품 전체의 핵심으로, 보는 이에게도 자문케 한다. ‘돈인가 생명인가’, ‘돈인가 사랑인가’라는 주제는 지금껏 수많은 작품들에서도 다뤘지만, <오징어 게임>에서 마지막으로 내기한 것은 ‘신뢰’였다.
믿은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경우도 있는 한편, ‘신뢰’가 ‘돈’을 만들어내는 것도 작금의 현실이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붐도 지금껏 축적해온, 한국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감’에서 나온 것이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층 견고해진 ‘성공 사이클’에서, 다음 번엔 어떤 명작이 나올지 기대된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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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가 굴렀다는 어디서 얼핏 들어본 것 같기도 해서 찾아봤는데.. 짱구는 못말려에서 나왔던 대사군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