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일본 홍보 담당자가 밝힌 대박 히트 뒷이야기
일본 영화 사이트 '에이가 나탈리'에서
<테넷> <기생충> 등 작년 일본에서 대박난 히트작들에 대한 뒷이야기 인터뷰 시리즈를 올리고 있는데....
<기생충>은 아무래도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서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귀멸의 칼날>도 아마 이어서 나올 것 같은데... 원하시는 분들 계시면 그것도 번역 고려해보겠습니다..ㅎㅎ)
암튼 흥미로운 내용들이니 한번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왜 일본에는 부제목(반지하의 가족)이 붙었는지 하는 이유 등도 밝히네요.
원문은 아래입니다.
https://natalie.mu/eiga/column/418880
2020년 히트작은 이렇게 탄생했다! 관계자에게 듣는 인기의 비결 Vol.2
미국 아카데미 4관왕 달성 <기생충>
압도적인 작품의 힘! 봉준호가 역사적 쾌거를 달성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사람들의 생활이 격변한 2020년. 극장 휴업, 신작 드라마 방영 연기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전례 없는 큰 타격을 입었다. 한편으로 화제작도 많이 탄생하고 있다.
지난 1월 30, 31일 열린 온라인 이벤트 '마츠리'에서 먼저 공개한 ‘2020년 히트작은 이렇게 탄생했다! 관계자에게서 듣는 인기의 비밀’에서는, 2020년에 대박을 친 영화와 드라마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앙케이트를 실시. 코로나 사태 와중에 히트한 작품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시간에 다룰 작품은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김씨 가족의 장남이, 부잣집 저택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기생충>.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제92회 아카데미상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2020년을 상징하는 히트의 배경에는 어떤 생각이 있었을까. 홍보 프로듀서였던 ‘비터스 엔드(<기생충> 일본 배급사)’의 호시 아즈사 씨한테서 이야기를 들었다.
호텔에 돌아와서도 잠을 못 이룰 정도의 흥분
Q: 호시 씨가 처음 <기생충>을 보셨을 때 소감은 어땠나요?
2019년 5월에 열린 칸국제영화제 공식 상영으로 감상했는데, 꽤나 충격을 받았어요. 그 전년도에 열린 토론토영화제 때 배급권을 사들였기 때문에 각본은 이미 읽었었죠. 물론 각본만으로도 훌륭했습니다만, 완성된 작품을 보고서 종합 예술인 영화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어요. 전단지 등의 카피 문구로 “전 세계, 소름 열광!”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제가 보고 나서 바로 그런 느낌이었죠. 상영 도중부터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엄청난 작품을 봤다는 생각에 호텔에 돌아와서도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흥분했어요. 그와 동시에 일본에서도 꼭 히트시켜야겠다는 부담감도 느꼈죠.
Q: 칸에서는 황금종려상을 수상.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개봉되었죠. 일본에서는 (2020년) 1월 10일 정식 개봉 전에 12월 27일에 특별 유료 시사가 시작됐고요. 그 타이밍에 맞추어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던 기억이 나네요.
<기생충>은 입소문을 탈 작품이라고 여겨서, 우선은 토호시네마즈 히비야와 우메다 1관에서 유료 시사를 하고, 이후 전국으로 확대시키는 형태로 진행했어요. 유료 시사로 분위기를 확실히 만들고 본 개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선전 노출이 최대치에 이르도록 조정했죠. 고맙게도 바쁘기 그지없는 오스카 캠페인 와중에 봉준호 감독님과 송강호 배우가 일본을 방문해 주셨어요. 오스카 수상 후에도 각국에서 초대 연락이 오는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에 와주셨어요. 특히 감독님과 <도쿄!> <마더> <설국열차>를 배급한 저희 회사 대표님 간에 (두터운) 신뢰 관계가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시자와 료(가운데)
Q: 두 분은 <기생충> 시사회에도 참석하셨죠. 거기에 깜짝 게스트로 배우 요시자와 료 씨가 참석한 것도 언론에 크게 노출되었죠.
선전 효과를 노리고서 요시자와 료 씨와 사이토 타쿠미 씨, 쿠사나기 츠요시 씨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과의 대담을 넉넉하게 잡도록 신경을 썼어요. 왜냐하면 아시아 영화는 흥행시키기가 꽤나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근래의 히트작 중에선 2017년에 개봉한 <부산행>이 약 3억 엔(약 31억 원). 10억 엔을 돌파한 건 (한일 합작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를 제외하고는 2006년 이후로 한 편도 없었어요. 유명 인사들과의 대담을 통해 봉준호 감독을 모르는 분, 한국영화를 보지 않는 분들에게 작품과 감독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도록, 단독 취재와 비슷한 수준의 스케줄로 대담을 진행했죠.
Q: 감독을 존경하는 분들이 많아서, 다들 기꺼이 협력해 주셨을 것 같네요.
그렇죠. 한편으로 감독님도 일본의 재능 있는 분들에 대한 관심이 컸고, 그분들과의 대담을 즐겨주셔서, (대담의) 내용도 굉장히 풍성해졌어요. 요시자와 씨를 비롯한 유명인 (봉준호 감독) 팬 분들도 감독님을 뵙고 싶어 하셨던 것 같아서, 협조해 주신 것에 대해 무척 감사하고 있어요.
송강호와 포옹하는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
“재밌으니까 꼭 봐”라는 입소문
Q: 입소문 효과를 노린 홍보를 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작품의 성격상 “스포일러 금지”를 하나의 핵심으로 두었어요. 감독님께서 칸영화제 공식 상영 때, 여동생이 저택에 발을 들인 뒤의 일은 일체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코멘트를 하셨죠. 하지만 일본 개봉에 맞춘 홍보를 할 때는 그걸 어떻게 할 것인지 무척이나 고민했어요. 왜냐하면 일본 관객들은 스토리라인을 어느 정도 이해를 한 뒤, 안심하고 극장에 보러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예고편 등에서도 이야기의 앞부분만 전해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 고민했고, 또 언론 관계자 분들이 소개할 때도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죠. 다만, 아무래도 전개를 모르고 보는 게 압도적으로 재미있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서, 철저하게 ‘스포일러 금지’를 요청하기로 했어요. 결과적으로 “재밌으니까 꼭 봐”라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입소문으로 이어질 수가 있었죠.
Q: 정식 개봉 때, 영화 속에서 조리되는 짜장면 ‘짜파구리’의 레시피를 공개한 것도 화제가 됐고, 실제로 만들어서 SNS에 올리는 사람도 많았어요.
홍보 스태프와 함께 저희 집에서 만든 레시피 영상을 공개했어요. <기생충>은 복선, 자잘한 흥밋거리가 잔뜩 있는 작품이라서, 다 보고 난 뒤에 깊게 분석하고 싶어지는 작품이잖아요. 한국요리를 잘 아는 분이라면 짜파구리도 아실 거라 생각하지만, 모르는 분들은 “뭐지?”, “맛있겠다”, “만들고 싶다”며 흥미를 가질 거라 여겨서, 그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Q: 대박을 칠 거라 실감했던 건 어느 시점부터였나요?
처음에 예감이 들었던 건, 유료 시사 때 계속 매진이 됐을 때였어요. 정식 개봉하고 3주 째에 (흥행 수입이) 전주 대비 120%가 나온 단계에서, 입소문이 제대로 퍼지고 있구나 하고 느꼈죠. 또 1월 말에 10억 엔(약 105억 원)을 돌파하고, 아카데미상 발표도 앞두고 있어서 더욱 화제가 될 걸로 확신했어요. 그리고 고맙게도 여러 배우 분들과 연예인 분들이 개인적으로 관람하시고서 SNS에 소개해 주셨고요.
Q: 당초 흥행 수입 목표는 어느 정도로 설정하셨나요?
<부산행>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서, 5억 엔으로 설정했어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달리, 아시아 영화로 흥행 수입 3억 엔은 넘기가 쉽지 않은 수치이지만, 입소문 효과와 아카데미상 수상 효과 덕분에 47억 엔(약 489억 원)을 돌파할 수가 있었죠.
Q: 그 정도라면 관객층도 꽤나 확대됐을 것 같은데, 그것도 목표로 하셨나요?
주 관객층은 비교적 젊은 층이 될 거라 예상했지만, 어르신들도 보러 와주실 수 있도록 ‘반지하의 가족’이라는 부제목을 붙이고, 시사 프로그램에도 많이 노출될 수 있게끔 했어요. <패러사이트>(<기생충>의 일본 제목)라는 제목만 사용하면 SF물이라고 여기는 분들도 많으실 테고, 거기다가 스토리라인을 설명하지도 못하니까요. (실제로) 매표소에서 ‘반지하의 가족’ 표를 달라는 어르신 분들도 많았다고 해요. 결과적으로 젊은 층과 나이 드신 분들이 골고루 찾아와주셨어요.
Q: 코로나 사태로 홍보 전개 방향을 수정하기도 했나요?
2월 5일 아카데미상 발표 후, 감독님과 송강호 배우가 흔쾌히 일본 방문을 해주기로 하셨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뉴스들이 나오기 시작한 타이밍이어서 걱정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두 분 다 싫은 표정 하나 없이 일본을 찾아주셔서 고마웠어요. 귀국 직후 일본도 한국도 감염자가 늘게 돼서, 타이밍적으로는 아슬아슬했죠.
이후 예정돼 있던 흑백판과 IMAX판 개봉 시기는 6월 5일, 12일로 각각 연기. 홍보적인 면에서는 그 시기에 감염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던 극장 관계자 분들을 위해, 너무 딱딱하지 않은 형태로 관객 분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염 방지를 부탁드릴 수 있도록, 출연진에게 마스크를 씌운 포스터 이미지를 제작. 그밖에도 Zoom의 배경 이미지를 제공하는 등, (코로나) 상황에 맞춘 것을 전파할 수 있도록 홍보 전개를 재고했어요.
다양한 감정들이 한 편의 영화로 표출된다
Q: 결과적으로 작년을 대표하는 대박을 터트렸는데, 호시 씨가 생각하는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장 큰 요인은 압도적인 작품의 힘이죠. 사회성과 오락성이 완전하게 융합된 점이라고 생각해요. 예측할 수 없는 각본이고, 웃기다고 생각하다가 오싹해지고, 오싹해졌다가 마지막에 눈물이 나듯이,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표출됩니다.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악인이 없는데도 비극이 벌어진다는 점은, 본 사람이라면 국경을 넘어서 누구나가 생각하게 될 부분이죠. 재미만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히트하지 못했을 거예요. 영화를 통해 현재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남에게 추천하고 싶은 요소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역시나 입소문 효과와 아카데미상 수상. 비영어권 작품이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건 역사를 바꾼 대단한 쾌거죠. 홍보적으로도 수상 덕분에 한 단계 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조성됐고, 계속해서 노출이 늘어난 것도 대박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또한 치밀한 복선이 깔려 있어서, 작품을 파고드는 리뷰라든지, 유튜브 영상이라든지, 저희도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할 정도의 것들이 끊임없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거죠. 그렇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어서, 오랜 기간 동안 몇 번이고 극장을 찾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진 거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기생충>으로 인해 홍보, 배급에 관한 생각이 달라지거나 한 게 있나요?
저희 회사는 기본적으로 재능 있는 감독의 작품을 일본에 꾸준히 배급하는 것이 기본자세이고, 그 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홍보에 관해서도 근본적인 부분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작품의 매력적인 부분을 확대시켜서, 관객 분들이 인지해 주실 수 있는 계기를 하나라도 더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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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령화와 관련이 있다는걸 알게되었네요..
파라사이트, 기생충 라고 하면 SF라고 생각하거나 노인들이 못알아보는..
글만으로 일본의 열기가 다시 그대로 전달해져 오는 느낌이네요 ^^
설국열차 적자때문에 봉감독님이 미안해서 직접 일본배급사를 선택한걸로 아는데
만회하고도 남았을 거 같습니다 ㅎㅎ
좋은 글 번역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반지하의 제왕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