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2024) 클리셰 클리셰 클리셰. 스포일러 있음.
일본의 집들은 아주 작고 마치 상자 같다. 폐소공포증을 자아낸다.
그런데, 일본 사회 자체가 그랬다. 답답하고 폐소공포증을 자아내는 사회였다.
동작 하나하나 이렇게 해야 한다 하는 정도까지 지정된 사회 규범,
양반도 아닌 평민들조차 이런이런 혈통에 이런이런 가문전통까지 몇대를 거슬러올라가 따지고......
이것들을 어기면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암묵적으로 지탄하고 왕따시킨다.
이런 것이 당연시되던 시기에는 이것을 호러영화로 만들지 않았다.
이런것들을 거북하고 배척하게 되면서부터, 일본의 폐소공포증 자아내는 집은 호러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아마 이런 일본 호러영화는 주온에서 시작된 것 같다. 신비로운 일본의 전통가옥이 아닌,
평범한 도시의 일본 주택이 공포의 소재로 등장한 것이다.
이 영화 사유리는 이런 일본 호러영화의 전통을 아주 충실히 따른다.
막 폭주하는 또라이같은 영화라고 기대할 수 있는데, 막상 보면 클리셰 덩어리다.
왕따, 히키코모리같은 것이 주소재인데, 이것이 너무 케케묵은 소재다.
겉으로는 화목해보이지만, 속으로는 썩고 곪고 왜곡된 가정.
국가와 가정을 지탱하는 기둥이던 가부장이
연약하고 비도덕적이고 변태적이고 권력으로 가정구성원에게 군림한다 하는 식의
이야기도 너무 케케묵어서 전혀 감동을 못준다.
이런 영화가 1980년대에 나왔으면 화제가 되었으리라.
1980년대에 스텝파더라는 영화가 나와서, 가족구성원을 해치려는 악의적인 가부장이라는
주제에 모두들 충격을 받았었다. 그때는 이것이 충격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케케묵었다. 가부장이라고 하는 존재는 이미 속이 사라진 빈껍질같은 것이라서,
가부장을 비난하는 이 영화는
죽은 시체에 도끼질을 하는 슬래셔무비나 마찬가지다.
엄청 또라이같이 폭주하는 영화라고 기대해선 안된다.
그냥 공식을 얌전히 따르는 영화다. 너무 단조로울 정도로 공식을 얌전히 따른다.
여자애의 목을 도끼로 치니까 그 목이 날아가서 자기 친구의 엉덩이를 문다든지,
여자가 수세식변소에서 엉덩이를 까고 똥을 누니까 아래에서 똥이 입에 가득찬 좀비가
똥 묻은 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막 문지른다든지
이런 것 없다.
애석하게도,
"귀신은 사실 사람의 생기를 무서워 해. 우리의 생기로 귀신을 물리치자."하는
전설의 고향 식의 전개가 다다.
엄청 발랄한가? 엄청 상상력이 풍부한가? 엄청 막 나가는가? 유감스럽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오다.
애초에 일본식 주택의 내부를 공포의 공간으로 삼아
히키코모리가 나오고 변태적인 가장이 나오고 태극권으로 귀신을 물리친다 하는
호러영화에 무엇을 바라겠는가? 과거 클리셰들의 착실한 조립으로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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