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 봉준호는 봉준호했다. 이걸 읽고 평가하는 건 오롯이 관객의 몫 (노스포)

요즘 최대의 화제작인 미키17을 보고 왔습니다. 이제 알았는데 봉준호 감독이 이제 겨우 8번째 작품이네요? 의외로 네임벨류에 비해 작품 수가 적어서 신기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을 정리하자면 "봉준호가 봉준호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봉준호는 언제나 그렇듯 그의 이전 작품들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크린에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전에 비해 그 표현력이 좀 더 세련되어졌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지금 혼재되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기생충의 엄청난 인기와 호평을 바탕으로 차기작에서 '봉준호+a'를 원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이전작에서의 그의 행보와 연결해서 '봉준호가 봉준호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호평을 할 것입니다. 좀더 세련되어진 그의 문법에서 발전을 느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반면 이전작에서의 그의 날것에 가까운 어떤 것들이 사라져서 아쉬워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느낌은 관객 스스로의 몫이겠죠.
사회에 대한 비판을 잃지 않는 봉준호 특유의 시각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봉준호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본주의와 파시즘, 물질주의에 빠진 광기어린 모습들과 함께 신대륙을 침공하던 서양인들의 '오히려 더'야만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며 "자, 이게 너네들이 하던 짓들이야. 진짜 이게 옳다고 생각해?" 라고 물음을 던집니다. 악을 행하는 자들 옆에서 딸랑거리는 사람들도 부각하면서 '너넨 왜 책임안지냐?'고 묻습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자기가 옳은 일을 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테니 그게 더 문제죠.
배우들의 연기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고 아주 적절하고 아주 좋았습니다. 캐스팅의 힘인지 현장에서 감독의 디렉션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진짜 저 우주선에 탄 사람들 같았고 진짜 저 상황에 빠진 사람들 같았습니다. 과장되지만 과하지 않고 그러면서 찰떡인 그 경계선을 아주 잘 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인 미키 7 소설은 영화와 또 많이 다르다고 하던데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때도 그렇고 원작에서 모티브만 따 오고 나름대로의 각색을 많이 하는 성향인 것 같습니다. '천재이승국' 채널에서 영화와 책을 비교하는 영상을 봤는데 책도 나름의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미키는 뭐랄까 착하기만 한 찐따로만 그려지지만, 그의 숨겨진 최고의 장점은 "여복을 끌어들인다" 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