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iedon adventure (1972) 진 해크먼의 걸작 어드벤쳐영화. 스포일러 있음.
내게 진 해크먼은 반골이자 아웃사이더 역으로 기억된다.
그는 다재다능해서,
코메디, 마음 약한 순박한 역, 사기꾼, 냉혈 살인자, 과묵하고 차가운 스파이, 의지 굳은 목사, 닳고 닳은 형사, 서부영화의 냉혈한 목장주, 마초, 로맨스물 등 다 잘 했다. 최고의 배우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반골이고 아웃사이더고 신랄한 비판자다.
이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쳐는 재난영화 어드벤쳐 무비다. 하지만, 진 해크먼이 주연을 맡으면서 영화의 성격이
아주 개성적이 된다.
포세이돈호는 대서양을 건너가는 호화여객선이다. 진 해크먼은 목사이면서도 굉장히 아슬아슬한 이단적인 발언을 하는 바람에 기독교단에서 내놓은 상태다. 파문만 안 당했지, 거의 매장당한 사람이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신에게 기도만 하고 신의 기적을 바라는 것은 신도 원하는 바가 아니라고 말한다.
신은 인간의 모든 것에 관여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인간은 스스로 힘으로 자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신이 바라는 것이다. 인간은 각자 자기 내부에 있는 신을 발견해야 할 의무가 있다.
포세이돈호에 파견된 나이든 신부는 진 해크먼의 말에 동의는 하지 않지만, 그에게 승객들에게 설교할 기회를 준다.
그는 진 해크먼의 생각이 강자를 위한 종교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약해서 그런 종교를 실행하지 못한다. 그는 신부의 목적이 나약한 사람들과 함께 있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진 해크먼은 신부에게 묻는다. 그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나약한 사람들을 나약한 상태로 그냥 놓아두는 것 아니냐고. 진 해크먼은 마치 두들겨 패듯이 사람들에게 설교한다. 스스로를 구원해라. 신은 가만히 있는 사람을 구원해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들겨 맞은 듯이 화를 내며 그에게 짜증을 낸다.
포세이돈호는 쓰나미를 맞고 거꾸로 뒤집힌다. 배의 꼭대기는 바닷속에 있고, 배 밑바닥이 하늘로 수면 위에 솟아 있다. 새해 파티를 벌이던 사람들은 배가 거꾸로 뒤집히자, 우왕좌왕한다.
이미 죽은 사람도 있다. 진 해크먼은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우리는 배 밑바닥까지 올라가야 한다. 구조자들은 배 밑바닥을 뚫고 내려올 것이기 때문에.
배 밑바닥은 아주 두꺼운 강철로 되어 있지만, 프로펠러쪽은 얇아서 강철두께가 1인치밖에 안된다. 구조자들은
거기에 구멍을 뚫을 것이다. 거기로 올라가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 해크먼의 말을 콧방귀도 안 낀다. 괜히 움직이느니 가만히 이 자리에서 구조자가 오기를 기다리자는 생각이다. 진 해크먼은 지금 이 방은 바닷속에 잠겨 있다고,
언제 바닷물이 들이닥칠 지 모른다고 경고하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 신부는 진 해크먼의 말이 옳은 듯하다고 판단하면서도
나약하고 어리석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남는다. 진 해크먼은 신부를 설득하려 하다가, 그의 뜻을 존중하고
벽을 기어올라 윗층으로 간다. 그는 복도를 지나고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부엌을 지나고 바닷물이 들이닥쳐
물 속이 된 방을 잠수해서 지나간다.
이것은 그냥 어드벤쳐물이 아니다. 진 해크먼은 기독교도라기보다 강한 인간이다. 신의 도움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역경이 닥쳐도 신을 찾지 않는다. 인간의 의지로 역경을 뚫고 나가려 한다.
불의 고난, 물의 고난, 친한 친구를 잃는 슬픔, 투덜대거나 주저앉으려는 사람들과의 갈등 - 이 모든것들을
강한 의지로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땀에 젖은 셔츠를 몸에 달라붙게 입고 사람들을 갈구며 소리치며 욕하며 끌고가는 블루칼라 마초맨 - 이것이 이 영화의 주인공 목사 진 해크먼이다.
진 해크먼과 그를 따르는 소수의 승객들이 배 밑바닥으로 올라가는 여정은,
마치 천로역정을 연상시킨다. 진 해크먼은 신을 부정하는 것같지만, 그가 도달하려는 곳 - 배 밑바닥은
구원을 상징한다. 신에게 의존하는 보수적인 신부는 바닷속에 남아 주저앉는다. 신의 구조를 기다리지 않으며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 해크먼은 역설적으로 구원을 향해 나아간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 목사를 설득력 있고 에너지 넘치는 뜨거운 존재로 만드는 것이
진 해크먼의 열연이다. 이 영화 속 재난이나 어드벤쳐는,
진 해크먼이 구원을 향해 목마르게 몸부림치는 종교적 과정을 상징하기 때문에 아주 깊이 있는 감명을 준다.
영화 마지막에 사람들은 좁은 통로를 지나 다른 문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뜨거운 증기가 새어나와 벽이며 바닥이 온통 달아오른 탓에 지나갈 수가 없다. 진 해크먼은 달아오른 손잡이를 잡고 돌린다. 증기가 안 나오도록 밸브를 잠그려는 것이다. 그의 손은 발갛게 타오른다.
진 해크먼은 손잡이를 돌리면서 신을 저주한다. 당신이 우리를 돕지 않는 것은 괜찮은데, 왜 방해를 하냐고. 이 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왜 방해를 하냐고. 그냥 멀리 가 버려라.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살리련다.
그리고 힘이 다해 죽는다.
진 해크먼은 자기 희생을 하였지만, 목사로서 희생한 것이 아니라, 신을 거부하는 인간으로서 희생한 것이다.
영화는 진 해크먼의 이런 희생을 아주 숭고하고 감동적으로 그린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진 해크먼의 이런 희생은 그를 따르던 승객들을 신의 구원으로 인도한다.
승객들은 배의 밑바닥에 도달하고, 구조자들이 뚫어놓은 구멍을 발견한다. 그들은 눈부신 햇빛과 푸른 하늘
그리고 잔잔한 바다 위로 나온다. 어둡고 시체들이 썩어가는 거대한 배 안으로부터 말이다.
영화 전체가 치밀하게 구축된 종교적인 상징같다. 혹시 관객들이 다르게 해석할까 봐 대사로 군데군데 주제를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대단히 재미있는 어드벤쳐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반항적이고 인간적인 목사 진 해크먼이 인간적인 방법으로 신에게 도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여정을 그린 것이기도 하다. 불길이 타오르는 부엌을 지나고 바닷물이 차오른 방을 지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스릴 넘치는 모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의 고난, 물의 고난이라는 종교적 고난을 상징하기도 한다.
진 해크먼이 생생하게 구현해내는 반항적이고 신을 저주하는 목사는 (역설적으로 신의 구원에 도달하는 사람은 이 목사다) 진 해크먼을 상징하는 역할이다.
댓글 0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