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사이코> 감독 “패트릭 베이트먼을 우상화하는 월스트리트 남성들,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메리 해런 감독이 개봉 25주년을 맞아 Letterboxd Journal과의 인터뷰를 통해 패트릭 베이트먼에 대한 왜곡된 해석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화 속 베이트먼은 뉴욕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가이자 연쇄살인범으로,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인물이다.
해론 감독은 “우리는 이 영화가 ‘성공 지상주의적 남성들’에게 받아들여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우리의 의도도 아니었다”며 “크리스찬은 분명히 그들을 조롱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은 성경을 읽고 살인을 저지르거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대통령을 쏘기도 한다”며 과잉 해석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틱톡과 밈을 통해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베이트먼이 이상적인 ‘남성상’처럼 소비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해론은 “그가 잘생겼고 좋은 옷을 입고, 돈과 권력을 가진 모습이 소비되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그는 멍청하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인물”이라 말했다. “힙합 이야기를 하려다 민망한 장면을 만들고, 쿨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굉장히 창피하다”는 것이다.
해론 감독은 이 작품이 “게이 남성의 시선으로 남성성을 풍자한 영화”라고 분명히 밝혔다. 원작 소설을 쓴 브렛 이스턴 엘리스가 동성애자라는 점에서, 그는 “알파 남성들 사이의 동성애적 의식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스포츠나 월스트리트처럼 남성성이 과도하게 드러나는 공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외모나 몸을 지나치게 숭배하는 문화에는 상당히 게이적인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메리칸 사이코>는 “포식적인 사회를 다룬 영화”라며, “지금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유층은 더 부유해지고, 빈곤층은 더 가난해졌으며,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이 대놓고 용인되는 시대에 살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메리칸 사이코>는 최근 또 한 번 영화화가 추진 중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챌린저스>를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은 스콧 Z. 번스가 맡았다. 배우 오스틴 버틀러가 패트릭 베이트먼 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아직 공식 캐스팅은 발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