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벨벳, 거장의 상업영화로 위장된 작가영화 (스포)
영화 속에서 울려퍼지는 블루벨벳 노래는 영화만큼 이상한 현실의 세상에서 망각돼가는 인간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청년 제프리는 뇌졸중으로 추정되는 증세로 정원에서 쓰러져 병상에 몸져 누운 아버지를 병문안가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고 돌아오는 길에선 사람의 귀조각을 발견합니다.
듣지 못하고 단절된 자신의 닫혀진 마음같은 귀조각을 제프리는 아버지 친구인 형사에게 가져간 뒤 그의 딸인 샌디를 만나며 사건의 진행과정을 엿듣게 되고 그 사건에 같은 동네 아파트에 사는 묘령의 여가수가 관련돼있다는 정보를 알게 된 후 자신이 발견한 잘려진 귀조각 사건에 가까이 다가가보기로 결심하지요.
그러나 몰래 잠입해들어간 여가수 도로시의 아파트에 갖혀버린 제프리는 옷장 사이에 숨어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그녀의 아파트는 마치 제프리 자신의 마음 속 어두운 이면을 엿보듯 그녀와 그녀의 정부인 범죄자 프랭크가 벌이는 충격적이고 기이한 행각을 목격합니다.
벨벳옷자락으로 서로의 입을 틀어막고 시선을 마주치지 않게 하며 마음의 통로를 봉쇄시키면서 트라우마 같이 모자지간의 근친상간 같은 행세를 벌이고 폭력과 강간을 실제가 아닌 마찬가지 퍼포먼스 같은 시늉으로 벌이는 그들 남녀의 비정상적인 행태는 제프리 자신의 정상적인 마음 속 숨겨진 어둠처럼 삶과 죽음 간의 화해될 수 없는 뒤엉킨 혼돈과 같은 것이었고 제프리는 이후 폭압적인 죽음의 프랭크를 증오하며 반대로 상처받는 삶의 도로시를 동정하게 되지요.
그렇게 제프리는 이후 도로시와 그녀의 아파트에서 몸을 섞게 되지만 그것은 삶에 대한 제프리의 마음으로써 자신의 순수한 인간적 연민과 동정이 여전히 상처입고 번민하기만 하는 도로시에게 깃들지 못하자 제프리는 이내 프랭크처럼 똑같이 그녀에 분노하고 폭압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프리는 도로시의 빼앗긴 아들일 수도 있었고 혹은 학대하는 프랭크일 수도 있었습니다.
마음이란 삶에 따라 언제나 변하듯 그렇게 제프리의 의도와 다르게 그는 도로시에 따라 자신이 극변함에 당황하지요.
아버지 친구인 형사의 딸 샌디는 제프리에게 사건의 동태를 알려주다 함께 개입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점차 서로는 함께하며 꿈같은 사랑을 키웁니다.
하지만 비정한 세상 현실 같은 프랭크와 도로시로 인해 제프리는 죽음의 동물적 욕망과 죄악의 타락을 일삼는 프랭크 일당에게 잡혀 끌려가 위협과 폭행을 당하고 도로시는 그 사이에서 무기력히 휩쓸리며 프랭크일당의 소굴에 잡혀 가둬져있는 그녀 자신의 옛남편과 아들을 내내 그리워만 합니다.
이윽고 제프리는 탐문과정 중 프랭크일당과 결탁한 경찰 내부첩자의 정보를 형사에게 알려주어 범죄수사를 진전시키고 샌디와 정식으로 데이트를 하며 서로의 사랑을 이루지만 그때 데이트를 마치고 도착한 그의 집 앞에는 발가벗겨져 폭행당한 전라의 도로시가 애타게 제프리를 찾고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나를 물들였어요라며 제프리 품에 와 안겨버리는 도로시는 마치 제프리 자신의 추한 '진실'과 같았고 그 둘의 모습을 본 아름다움의 샌디는 배신감에 절망하지만 샌디의 사랑이 그런 제프리를 용서하고 이해해줍니다.
이후 경찰들이 제프리가 넘겨준 증거를 통해 프랭크 일당을 체포하고자 그들의 소굴에 들이닥치고 폭행 당한 도로시를 병원에 안전히 데려다준 뒤 제프리는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도로시의 아파트로 찾아가지만 거기서 그가 목격한 것은 프랭크에게 매수된 경찰과 프랭크에게 잡혀있던 도로시의 남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매수된 경찰은 머리에 총 맞은 시체로 서있고 도로시의 남편은 벨벳천이 입을 틀어막은 채 시체같이 앉아있는 기괴한 둘의 모습과 마주치지요. 그리고 도로시 옛남편의 귀는 잘린 채 상처가 드러나있었습니다.
도로시의 아파트는 제프리의 마음 속 공간으로써 불신의 불안과 의심을 나타내는 비리경찰과 죄악의 피해와 상처를 나타내는 도로시 남편은 그대로 제프리 자신과 도로시의 삶과 사랑을 가로막는 불행의 운명이었으며 이윽고 필연처럼 죽음의 프랭크가 동시에 그녀의 아파트로 변장한 채 총을 들고 처들어와 마침 돌아가려는 제프리와 마주칩니다.
죽음이란 프랭크의 그 증오를 용감히 처치한 제프리는 사건이 종결지어지는 도로시 아파트 복도를 뒤로하고 사랑의 샌디와 진정한 하나가 되면서 제프리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지요.
범죄의 귀조각은 제프리의 싱그러운 아침 새소리를 듣는 건강한 귀로 복구됩니다.
그리고 도로시는 죽음의 프랭크에게 빼앗겼던 생명의 어린 아들을 되찾아 어두운 아파트를 벗어나 밝은 공원에서 함께 노니며 잃어버린 삶을 복원합니다.
도로시는 어쩌면 제프리에게 있어 자신이 세상과 마주친 냉혹한 '현실'이었고 그녀의 아파트는 자신의 숨겨진 어두운 내면이었으며 프랭크는 그곳을 들이닥치고 손아귀에 쥔 죽음의 절망이자 그 파멸이었지만 제프리의 도로시를 향한 그녀의 고운 노래 블루벨벳같은 인간의 가녀린 마음을 끝까지 대항하고 지켜내면서 마침내 사랑의 삶을 펼쳐낸 블루벨벳처럼 일구어나갑니다. 도로시와 제프리라는 둘 같은 하나로써.
얼마 전 작고한 불세출의 명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이 로맨틱스릴러는 그의 이질적이고 괴팍한 취미답게 범죄와 멜로라는 소재를 통상의 외부적 사건이나 장르물로써가 아닌 인간 내면의 심리와 의식을 투영하는 하나의 설치미술처럼 영상과 연출의 무대에 펼쳐냅니다.
중심이 되는 사건 자체와는 일절 개연성은 없이 돌발적이고 즉흥스런 낯선 서사와 인물들의 비정상적 관계 및 가독성 떨어지는 이해 안가는 상황들의 전개는 언뜻 감독의 엉뚱하고 괴벽스런 취미 정도로 보이지만 그 속엔 기존 영화문법을 자신만의 비전과 방식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적 창의성과 새로운 표현의 모험을 펼치고 있습니다.
장뤽고다르의 미치광이 삐에로에서도 보여지는 연극무대나 설치미술적인 미장센을 통한 탐미적인 공간적 심리묘사 방식은 블루벨벳의 공간에선 화면의 탐미성을 넘어 한층 더 인물 내면과 그 소동의 사건 중심을 이루는 직접적인 서사전개로 나타나며 감독 이전작들인 이레이져헤드나 엘리펀트맨의 서사는 표현주의적이지만 내용은 기승전결적이던 논리적 전개로부터 블루벨벳은 반대로 서사는 범죄스리러물의 장르적 문법 차용으로 기승전결의 형식성을 띄지만 내용에서는 지극히 표현주의적인 사건의 우발성과 상황의 비논리적인 현장성이 두드러지며 그 낯선 전개를 통해 영화의 의도와 논리가 아닌 자신의 의도와 논리를 영화적으로 펼쳐냅니다.
그래서 이 영화 장르는 범죄물도 멜로물도 아닌 차라리 린치물 그 자체로써 현재까지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작품적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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