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67] 난도질 팬들을 위한 피의 영화 - 손도끼
손도끼 - Hatchet (2006)
난도질 팬들을 위한 피의 영화
피범벅 난도질을 갈망하는 호러 팬들에게 <손도끼>는 완벽한 선물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80년대 유행한 슬래셔 영화의 향수를 자극하며, 장르에 대한 깊은 애정을 과시하듯 마음껏 펼쳐 보입니다.
루이지애나 습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유령의 숲을 통과하는 투어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악명 높은 빅터 크로울리의 영역에 갇히고 하나 둘 씩 처참하게 살해를 당하게 되죠. 생존자들은 크로울리의 광기 어린 살인 행각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지만, 살인마는 집요합니다. 이런 가운데 크로울리의 비극적 과거가 밝혀지며, 생존자들은 그의 복수의 대상이 됩니다.
<손도끼>는 화끈한 난도질과 도살자 같은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를 궁리하고 이 두 가지에 집중합니다. 괴물 같은 외모를 지닌 빅터 크로울리의 기구한 과거사를 통해 살인마의 비극적 면모를 다루는데 은근 매력적입니다. 아버지의 극진한 보살핌, 사고로 인한 죽음, 그리고 복수로 이어지는 과정이 묘한 설득력을 발휘하는데, 살인마의 콤플렉스와 아픈 과거사 덕분에 살육의 쾌감을 증폭됩니다. 다만 크로울리의 외모 콤플렉스를 더욱 극단적으로 몰아 부치지 못한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수작업 특수 효과를 활용한 박력 넘치는 고어 장면입니다. CGI? 그게 뭐죠? 공들인 특수 분장이 빗어낸 70~80년대 슬래셔 영화식 피범벅 질감이야말로 진정한 난도질 효과의 정수죠. 빅터 크로울리의 살육 장면들은 무자비합니다. 도끼로 장작을 패듯 몸통을 분리시키고, 전기 샌드로 얼굴 갈아대기, 아가리를 찢으면서 피가 콸콸 쏟아지는 장면을 보면, 절로 환호성을 지르게 됩니다. 이런 고어 효과야말로 <손도끼>를 특별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이죠.
그리고 호러 팬들이 즐거워할만한 장르 스타들의 카메오 출연이 피범벅 난도질의 즐거움을 배가시킵니다. <캔디맨>의 토니 토드, <나이트메어>의 로버트 잉글룬드 같은 레전드 호러 스타들이 등장할 때마다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심지어 로버트 잉글룬드는 내장을 드러내며 멋진 죽음을 연출하기까지 하죠. 빅터 크로울리를(아버지까지 1인 2역) 연기한 케인 호더는 <13일의 금요일> 7~10편까지 '제이슨 부히스' 역으로 유명한 배우입니다. 마치 호러 영화 팬들을 위한 보물찾기 같은 출연진이죠.
안타깝게도 <손도끼>는 개봉 당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뒤늦게 2차 매체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입소문을 타고 컬트의 반열에 오릅니다. 그 결과 프랜차이즈로 발전하면서, 2010년과 2013년에 더욱 잔혹해진 속편들이 제작되어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죠.
<손도끼>는 호러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수작업 특수 효과의 박력, 위트 있는 연출, 그리고 호러 장르에 대한 뜨거운 애정, 이 모든 것이 <손도끼>를 즐겁게 만드는 힘입니다. 난도질 호러의 맛을 즐긴다면, 이 영화를 보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될 겁니다.
덧붙임...
1. 토니 토드와 로버트 잉글룬드의 카메오 출연은 영화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무보수 출연이라고 하는군요. 각자 하루씩만 촬영에 참여했고, 작은 예산으로 만들어지는 독립 영화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지원의 결과입니다.
2. 빅터 크로울리 역의 케인 호더는 분장에 4시간이 걸렸습니다. 특수 분장은 <리애니메이터> <13일의 금요일 7> 등 수 많은 호러 영화에서 멋진 비주얼을 보여준 존 칼 부클러가 담당했으며, 그는 극중 노숙자로 등장합니다.
3. 영화의 제작비는 150만 달러라고 합니다. 영화에 쓰인 특수효과, 분장, 호러 스타들의 출연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예산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특수 분장과 효과를 보여줍니다.
4. 빅터 크로울리의 백스토리는 실제 뉴올리언스의 도시전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애덤 그린 감독은 지역 전설을 바탕으로 크로울리의 캐릭터를 만들었고,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호러팬들에게는 크로울리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토니 토드 옹 돌아가신 게 새삼 생각나네요.
코미디라고도 하는데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