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페인>을 보고 나서 (스포 O, 추천) - 키에런 컬킨 주연 작품
나의 아픔이든 내가 봤던 아픔이든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아픔이든 시간이 많이 지난 상태에서 그런 아픔을 누군가에게 쉽게 말을 꺼낼 수 있을까. 하다 못해 가이드가 자신의 가이드 방식에 불편했던 점이 있었으면 피드백 좀 해달라는 말에 지난 5년 간 아무 말 없이 그냥 갔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아픔을 터 놓고 자신이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과거에 아픔이 있었어도 사람들은 숨기고 다니기 마련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갖고 있던 아픔을 누군가에게 공유하기엔, 말을 하기엔 과연 이걸 듣는 사람들이 내 아픔에 대해서 공감해 줄 수 있을지, 어루만져 줄 수 있을지, 오히려 이 아픔을 듣고 나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거나 이걸 또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려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지, 이런 두려움 때문에 내 아픔은 오롯이 나만 알고 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사촌 벤지는 늘상 솔직하고 과격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도가 지나치기도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사적인 것들,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누가 뭐라 하든 뱉는 모습이 데이비드는 미우면서도 부러웠다.
극과 극인 두 사람의 케미에서 답답하기도 하고 누구 한 명이 밉기도 했지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가슴이 찡하게 올라왔다.
제시 아이젠버그가 감독도 맡았다는 소식에 놀랐고, 작품 또한 꽤나 좋아서 더 놀랐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나오는 빠른 말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이 영화가 좋게 다가온 가장 큰 이유는 키에런 컬킨이라는 배우의 좋은 연기 때문이기도 하다. 맥컬리 컬킨에게 동생이 있는지도 몰랐고, 처음 본 배우였는데 연기가 엄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