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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ell (2000) 최고의 호러들 중 하나인 영화.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498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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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만큼 놀라운 시각적 이미지들로 가득한 영화를 본 적 없다. (잔인한 장면도 있으니, 싫은 분들은 더 읽기 마시길.) 

 

에이리언의 모티브가 된 그림을 그린 HR기거에 필적하는 상상력과 표현력이다.

하지만, 차이점은, 이 영화를 만든 감독 타셈 싱이 굉장히 박식한 사람이라서, 

그 엄청난 이미지들이 모두 기존의 종교, 예술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영화 구석구석까지 종교, 사회, 정신분석학 등이 스며들어가 있다.

자기 악몽에만 의존해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을 만든 기거와는 좀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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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들은 화려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함축성도 가지고 있다. 

각각 달리의 그림 그리고 중세시대 성인들이 고문을 받는 장면을 그린

낡고 이름없는 중세의 그림 등을 인용한 것이다.

정신분석학 그리고 종교적인 함축을 갖고 있는 이미지들이다.

 

이 영화는 쉽게 풀어쓴 정신분석학 그리고 쉽게 풀어쓴 종교학 비슷한 감이 있는 영화다.

굉장히 지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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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딱딱하고 난해하고 재미없는 영화냐 하면......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아주 재미있는 호러영화에 수사물이다. 

 

칼 스타거라는 정신병자는 연쇄살인마다.

나중에 알고 보면, 미친 사람이 아니라 뇌에 바이러스가 들어가 

신경조직이 변형을 일으킨 사람이다.

그냥 정신병자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이런 설정을 넣은 것도 

감독의 의도가 있어 보인다.

 

칼은 아주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살인을 한다. 

여자들을 납치해다가 방에 가둔다. 방에다 서서히 물을 채운다.

48시간 동안 물이 조금씩 차오르는 방에서

여자들은 극도의 공포를 느끼다가 끔찍하게 죽어간다.

칼은 그 시체들을 갖다가 표백해서 새하얗게 만든다. 그리고, 그 앞에서 못으로 몸을 꿰뚫는 자해를 한다. 

이 짓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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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전문가 명탐정 피터 노박이 이 사건을 수사한다.

그는 칼이 일부러 표백된 시체를 잘 보이는 데다가 버리는 것을 보고,

범인이 제발 자기를 멈추어 달라고 부탁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간파한다. 

그는 수사를 통해 범인의 집을 찾아낸다. 그리고, 범인을 체포한다. 

 

여기까지는 그냥 추리영화다. 아주 잘 만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범인의 집에 설치된 카메라 스크린을 통해

지금 이순간도 물이 차오르는 방에 갇힌 여자의 모습을 본다.

희생자가 한명 죽어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빨리 구해내지 못하면 익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장소가 어딘지 모른다. 

하지만. 범인 칼은 약물중독으로 식물인간이 되었다.

자기 내면에 영원히 갇혀 외부와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명탐정의 추리로도 이 상황을 해결 못한다. 

 

절망에 빠져서 무엇이라도 손에 닿을 지푸라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는 피터 앞에서 의사가 

"이런 것도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하면서 넌지시 이야기를 한다. 

인간의 내면에 들어갈 수 있는 실험적인 장치를 개발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피터는 놀란다.  

식물인간이 된 저 살인마의 내면으로 직접 들어가, 저 여자가 갇힌 방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니......

믿기지 않지만, 지금 이순간에는 망설임도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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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치를 통해 사람의 내면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제니퍼 로페즈다. 

 

제니퍼 로페즈가 들어가서 배회하는 곳은 사람의 내면의 풍경이다.

화려하고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하고 동화적이고 그렇다.

보통사람도 아닌 살인마의 내면은 더욱 그렇다. 

제니퍼 로페즈는 훈련 받은 탐정도 아닌 그냥 보통 과학자다.

그 끔찍한 이미지들과 상황에 경악하고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그녀는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그냥 두면 죽을 지도 모를 희생자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로서, 식물인간이 된 살인마를 구해내야 한다.

저 살인마도 아동 시절 학대를 받았던 희생자다.

명탐정 피터는 살인마 칼의 외면은 파악해내지만, 칼의 내면적 고통은 이해 못한다. 

제니퍼 로페즈는, 기괴하고 화려하고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이미지들 속을

방황하며 해답을 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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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타셈 싱은 CF감독 출신이다. 그래서, 이미지는 화려하지만 스토리가 너무 간단하다는 비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꼭 사건이나 대사를 통해 의미가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충격적이고 화려한 이미지들로 가득가득하다.

그 이미지들은 모두 종교적, 정신분석학적, 문화적, 철학적 의미를 갖는 이미지들이다.

모르고 보면 그냥 화려한 이미지 그러나 알고 보면 굉장히 깊은 함축성이 있다. 

속이 비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꽉 찬 영화다. 

 

칼의 내면세계 속을 방황하다가, 제니퍼 로페즈는 칼의 어린 시절 비밀을 알게 된다. 

침례교 신자였던 아버지는 세례를 한다고 칼을 물 속에 담근다. 어린 칼은 여기에서 공포를 느낀다. 

그래서, 살인마가 된 칼은, 여자들을 물 속에 넣어 익사시킨 다음, 표백제로 새하얗게 만든 다음, 그 앞에서 자해를 했던 것이다. 자기를 위압하던 세례-속죄-구원을 끊임없이 재현한 것이다.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이 영화에 강하게 들어간다.

미국 상업영화에서 기독교를 이렇게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참 드문 일인 것 같은데......  

칼의 아버지는 "종교는 종교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식으로,

독실한 신자인 동시에 집에서는 폭군이다. 

어린 칼을 계속 학대한다. 그리고, 칼이 인형을 갖고 논다고, 근거 없이 칼이 동성애자라고 화를 낸다. 

그리고, 동성애자병을 고친다고(?) 어린 칼의 XX을 XX한다.

칼이 미치광이 살인마가 된 것은 아버지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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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놀라운 이미지들은 이미 시대를 초월한 것들이다.

제니퍼 로페즈는, 칼이 갖고 있던 낡은 성모의 그림을 발견한다. 

칼은 자신이 바라던 구원을 이 낡은 그림에 투영시켰다. 

제니퍼 로페즈는 칼을 설득하기 위해 성모의 모습으로 그의 내면에 들어간다. 

25년 전 영화다. 이때 이런 식의 종교비판적인 영화는 아직까지 금기시되던 때다. 

이 영화가 얼마나 도전적인 영화였냐 하는 것은 지금 보아서는 잘 이해가 안될 것이다.

 

살인마의 내면에 들어간 빈스 본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뽑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끔찍한 호러장면이다.

하지만 뒤에 똑같은 장면이 그림으로 나온다. 중세시대 그림인데, 성자가 이교도들에게 박해를 당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이교도들은 성자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뽑아낸다.

먼저 장면은 추악하고 역겨운 것이고, 나중그림은 성그럽고 아름답고 존경받아야 하는가? 

왜 이런 그림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이것을 존경하고 숭배하도록 강요하는가? 

기독교에 대해 이 정도로 강한 비판을 하는 영화가 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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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제니퍼 로페즈가 검은 말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천장에서 유리판들이 떨어져 

말을 토막내 버린다. 그러더니, 유리판들 사이가 넓어진다. 제니퍼 로페즈가 보니, 저 말의 부분 부분들이 살아있다. 

심장이 꿈틀꿈틀거리는 것이 무척 그로테스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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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칼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은,

악이 자신을 다시 지배하기 전에 순결한 상태로 죽임을 당하는 것이었다.

위선자 아버지에 의해 세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성모 제니퍼 로페즈에 의해 세례를 받는다.

성모 제니퍼 로페즈는 칼을 안아서 물에 담근다. 익사해서 죽을 때까지 말이다. 

이것도 상당히 상징하는 바가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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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사랑 그리고 인간적 용기를 상징하는 제니퍼 로페즈

그리고 정의와 실천 헌신을 상징하는 빈스 본 - 

이 너무나 인간적인 존재들이 무지와 잔인한 종교에 맞서 인간을 지켜낸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가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이,

감독이 자기 주장에 대해 타협하는 것이 없다.

종교에 대해 비판하다가 나중에 가서 슬며시 "하지만 종교에서 말하는 바도 의미가 없지는 않은데......"

하는 것이 없다.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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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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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저 말 시체 장면은 나중에 데미안 허스트 미술품 오마주한 거라고 한참 뒤에 알았죠. 그밖에 엄청난 이미지들 많았고... 시대를 초월한 영화 같습니다.
20:48
2시간 전
BillEvans 작성자
golgo
그렇죠. 감독이 아주 박식한 사람 같습니다.
21:18
2시간 전
profile image 2등
개봉 후 출시된 비디오로 봤었는데 매우 그로테스크 했었다는 인상 외에는 거의 기억이 없네요. 다시 봐야겠습니다 ^^
20:58
2시간 전
BillEvans 작성자
Sonatine
개성이 아주 뚜렷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처녀작이 아닐까 합니다.
21:19
2시간 전
이번에도 고만고만한 영화겠건 하고 아무생각없이 보러갔다가
그 강렬한 비주얼에 혀를 내두른 영화였습니다

세븐보다 더 뛰어난거 같은데
아니 이걸 신인감독이 만들었다고!!!


종교적인 연결고리들이 가득하단걸 오늘에야 알게되었네요
23:01
43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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