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이 기사부로 감독 <겐지모노가타리>에 대한 기사
천년의 벚꽃에 흐드러진 포말의 삶 <겐지모노가타리>
<은하철도의 밤>으로부터 2년.
근대문학의 걸작인 미야자와 겐지의 세계를 선명하게 그린 스기이 기사부로가 이끄는 강력한 스태프가 도전한 신작은 고전문학의 최고봉 <겐지모노가타리>.
일본의 정신과 모더니즘의 융합의 명수인 이들이 어떤 <겐지>를 보여줄 것인가.
드디어 완성이 임박했다.
<은하철도의 밤>과 공통 테마
<은하철도의 밤>에서는 겐지의 세계를 그리고, 이번에는 확 달라진 헤이안의 우아한 세계. 이러한 언뜻 공통성이 없어 보이는 두 세계에, 스기이 감독은 비슷함을 느낀다고 한다.
"겐지는 3살에 어머니를 잃었는데 그때 벚꽃이 지고 있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겐지는 벚꽃에 어머니를 뺏겨버렸다는 공포감을 계속 품습니다. 성장하면서 겐지는 다양한 여성과 관계를 가지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벚꽃이 흩날리면 누군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감이 항상 있는 겁니다. 그에게는 항상 생(生)이라는 문제가 따라다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겐지가 그 벚꽃에 대한공포를 극복합니다. 즉, 어머니의 죽음을 뛰어넘어 일부러 생이라는 것을 붙잡아 갑니다. 이것은 이제, 처지는 다르지만 조반니와 같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적으로 사물을 아는 것만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연이나 생물 등에 대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스스로의 감각으로 알아간다. 이것에 저는 파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반니가 그 여행에서 생을 알게 된 것처럼, 겐지는 천년의 벚꽃 노목을 접점으로서 감각적으로 생과 만납니다. <은하철도의 밤>의 속편까지는 아니더라도 공통된 주제는 분명하죠."
아오이노우에. 귓가에 싹둑 잘라낸 머리에 고고한 자존감을 품고
무심한 표정에도 색향을 풍기는 겐지
겐지는 쓸쓸한 무법자
제작에 있어서 스기이 감독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히카루 겐지의 이미지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저는 이전에 히카루 겐지 씨는 그 시대의 동경받는 사람이라고 하는 주인공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작함에 있어서, 그 이미지는 사라지고 사실은 시대에 적응할 수 없었던 무법자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사에도 '나는 무엇이든 용서받을 수 있는 몸'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매우 쓸쓸한 게 아닐까요. 언뜻 보기에는 자유로울 것 같아도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쓸쓸합니다. 제가 굳이 작품 속에서 겐지의 머리 모양을 여자와 똑같이 한 것도 이런 머리 모양을 한들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듣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겐지는 헤이안이라는 시대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거처를 찾아야 한다.' 이런 시각을 통해 겐지는 완전히 영화적인 주인공이 됐습니다."
독자적인 해석을 더해 현대에 고전을 되살리는 어려운 일에 도전한 스기이 감독. 그 결과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캐릭터 설정화. 오른쪽에서부터 유가오, 후지츠보, 오보로즈키요. 각각 헤어스타일, 눈썹모양 등으로 개성을 내고 있습니다.
겐지의 무릎을 베고 졸고 있는 무라사키노우에. 헤이안 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장면입니다.
꼼꼼하게 개성을
미술 마고오리 미호코
캐릭터의 기모노의 색조도 마고오리 씨가 담당. 아오이가 푸른색, 미야스도코로가 녹색, 와카무라사키가 오렌지색 등 각자 가지고 있는 색이
그 스페인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대담한 구도와 색조로 선명한 인상을 남긴 <은하철도의 밤>과 비교하면, 이번은 매우 정통적.
"처음에는 나름대로의 <겐지모노가타리>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감독님이 주문을 두 가지 하셔서..."
그 주문이란 무대를 상정하는 것, 일상성을 중시하는 것. 무대 위에서의 연극이라고 하는 화면구성이니까 바깥 풍경은 없고 거기서 팔이 떨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방의, 예를 들면 기둥을 쾅 하고 굵게 데포르메하거나 하면 그것은 헤이안의 궁전이 아니게 되고 일상성은 없어져 버린다.
"거기서 쓸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방의 칸막이로 쓰였던 키쵸(几帳)입니다."
이 키쵸에, 각각의 여성이 이미지되는 현대의 모던함을 담은 꽃을 디자인해, 단조로운 헤이안 건축 속에 훌륭하게 개성있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처음에는 단순한 소품으로 여겼는데, 영상으로 보면 배경의 역할이 아니라 준주역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요."
무대를 상정한 화면구성
어리지만 의지의 강함이 느껴지는 와카무라사키
겐지를 둘러싼 여자들
친모를 잃고 기타야마에서 길러지고 있던 10살의 와카무라사키를 본 겐지는 비밀리에 연모하는 후지츠보의 모습을 간직한 그녀에게 강하게 매료되어, 저택 이조원에 맞이합니다. 겐지의 손수레에 걸려 이상적인 여성으로 길러진 무라사키는 후에 정실격으로 여겨져, 겐지와 그 특이한 운명을 함께합니다.
겐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인 그녀는, 겐지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서 이 이야기의 또다른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와카무라사키를 거두러 온 겐지. 오른쪽은 겐지의 종자 코레미츠
화려한 와카무라사키의 방. 마고오리 미호코 씨의 미술보드로부터
연재 와카무라사키
딸이 여자가 되어가는 변화를
스기이 기사부로
아직 어린 여자아이의 장래를 꿰뚫어 보고(?) 자신의 취향대로 완성하려고 히카루 겐지가 생각했는지, 그런 이유가 아니었는지, 영화의 시나리오에서는 토노츄조가 겐지에게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애매해진다. 어느 쪽인가 하면 여성이 걸어온 인생의 발자취 쪽에 흥미를 돌리는 나에게는, 이 부분의 히카루 겐지 씨의 취향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히카루 겐지가 자신을 투영시킨 여성이기 때문에 분신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론일 뿐, 인간의 생리가 그렇게 형편 좋은 것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런 와카무라사키의 겐지의 거리를 항상 바라보고 있는 대사가 그녀의 존재를 인상에 남긴다. 성숙한 여성 등장인물들 중에서 단 한 명의 어린 처녀인 와카무라사키가, 영화 속에서 다소나마 여자가 되어가는 변화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만...
작화감독인 나쿠라 씨가 미묘한 소녀의 변화를 고심해서 그려주고 있고, 미술 담당인 마고오리 씨가 연령에 맞춘 의상을 입힌다거나,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어 주는 마에다 츠네오 씨가 조명을 다루는 방법을 시끄럽게 주문해서 존재감을 내려 고생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와카무라사키는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고대의 꼬리'를 컨셉으로
음악 호소노 하루오미
음악을 만들기 전에 스기이 감독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느낀 말이 "헤이안 시대는 고대의 꼬리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헤이안이라고 하면 보통 귀족의 미야비 하나로 얘기되지만, 사실은 조몬시대 때부터 쭉 이어진 일본의 풍토, 원풍경이라는 것이 헤이안의 보금자리에도 숨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어둠의 대자연 속에 높으신 분의 저택이 있고, 안과 밖을 바람이 지나다니는 것처럼 자연과 인간의 생활이 매우 밀접해서 지금은 조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직관력이 뛰어난 동물적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상상해서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진지한 눈빛으로, 지금 애프터 레코딩 중
지난 10월 9일(금), 도쿄 신주쿠의 아바코 스튜디오에서 히카루 겐지 역의 카자마 모리오 씨와 후지츠보 역의 오하라 레이코 씨의 애프터 레코딩이 행해졌다.
두 자녀와 <메이플 타운 이야기>나 <만화 일본 옛날이야기>를 즐기는 카자마 씨는 30년 만의 애니메이션 애프터 레코딩.
"겐지에 대해서는 플레이보이라는 인상이 있었습니다만, 애프터 레코딩을 통해 그 선입견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하나하나의 사랑을 진지하게 하고 있고 매우 상냥합니다. 마지막에 '항상 진짜였다'는 대사가 있는데 이 말을 살릴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겐지의 섬세한 마음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싶네요."
한편 오하라 씨는, 애프터 레코딩은 이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겐지모노가타리>에는 제가 느끼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평면적인 이미지가 없네요. 후지츠보는 매우 포용력이 있는 여성. 그 느낌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는 것. 덧붙여서 다른 캐스트는 다음과 같이 결정됐다.
무라사키노우에 / 요코야마 메구미
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 / 카지 미와코
아오이노우에 / 타지마 레이코
코레미츠 / 야자키 시게루
토노츄조 / 츠카야마 마사네
키리츠보테이 / 노자와 나치
오보로즈키요 / 후부키 슌
유가오 / 하기오 미도리
추천인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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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애니는 처음이네요.
와... 1988년에 아키라 말고도 이런 애니도 나왔었네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