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63] 우리 엄마가 아닌 것 같아? - 굿나잇 마미
굿나잇 마미 (2014)
우리 엄마가 아닌 것 같아?
오스트리아의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 주택에서 펼쳐지는 <굿나잇 마미>는 섬뜩한 분위기와 심리적 공포로 가득한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베로니카 프란츠와 스베린 피알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영화는 차갑고 세련된 비주얼,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단숨에 장르 팬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야기는 성형수술을 받고 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 집으로 돌아온 엄마와 그녀의 10살 쌍둥이 아들 엘리아스, 루카스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병원에 돌아온 엄마는 다른 사람처럼 행동을 하는데, 이에 쌍둥이는 진짜 엄마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쌍둥이의 의심이 커져가는 동안 엄마는 둘을 떼어 놓으려고 하고, 평화롭던 집은 점점 험악하게 변해갑니다.
영화의 아이디어가 시작된 계기가 재미있는데요. 바로 성형 수술을 받은 여성들이 가족과 재회하는 리얼리티 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감독은 이 프로그램에서 성형으로 얼굴이 완전히 바뀐 엄마를 만난 아이들의 눈에서 기쁨이 아닌 당혹감을 발견했던 것이죠. 심지어 한 소녀가 아버지의 팔을 잡고 "이 사람은 우리 엄마가 아니에요"라고 말했던 일화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지만 낯설고 이상하게 행동하면 어떨까? 라는 호기심이 핵심 아이디어로 발전이 된 것이죠.
<굿나잇 마미>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도입부에서 쌍둥이가 집 부근에서 노는 장면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서서히 스며드는 불안과 긴장감을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죠. 차갑고 절제된 영상미로 은은한 공포감을 자아내는 한편, 넓은 시골 주택의 미장센은 고립감과 위협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숨겨진 듯한 집안의 분위기와 붕대로 얼굴을 감싼 엄마의 불안정한 행동은 이러한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죠. 여기에 카메라는 마치 관객의 시선을 이끄는 안내자처럼 천천히 집안 구석구석을 비추며, 모든 장면을 주의 깊게 살펴보게 만듭니다.
엘리아스와 루카스를 연기한 쌍둥이 배우들의 연기는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힘입니다. 두 소년은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함과 순진함, 때론 강인한 면모를 보이면서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상황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듭니다. 감독은 아이들에게 영화의 결말을 알려주지 않고서, 이 여자는 진짜 엄마인가? 라는 미스터리를 체험하며 연기를 하도록 이끌어 갔다는데, 좋은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되는 쌍둥이의 혼란스럽고 모호한 눈빛이 자연스럽게 느껴진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호러 영화에서 쌍둥이가 등장하는 것은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굿나잇 마미>에서 쌍둥이는 정체성에 대한 감독의 답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엘리아스와 루카스는 똑같은 외모를 가졌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가 사람을 보고 평가할 때 흔히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굿나잇 마미>에서 관객을 사로잡는 쌍둥이는 이런 질문에 대한 이미지의 표현인 것이죠.
<굿나잇 마미>는 전형적인 점프 스케어를 절제하고, 심리적 공포와 모호함을 앞세워 긴장과 두려움을 조율하며 결말로 향해갑니다. 특히 이 영화의 결말에 등장하는 놀라운 반전은 <굿나잇 마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 반전은 꽤 놀라운데, 1회성 쇼크 효과로 끝나지 않고 영화 전체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만듭니다. 이야기의 흐름 속에 숨겨져 있던 단서들의 진정한 의미와 캐릭터들의 감정들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의 재미가 상당하죠.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난데없이 집을 찾아온 적십자 소속의 인물들은 다소 억지스럽고 어색하며, 후반부가 거센 폭력으로 돌변하면서 이전까지 영리하게 쌓아온 심리적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난다는 점이 말이죠. 물론 잔혹한 장면들을 좋아한다면, 그 과정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굿나잇 마미>의 이야기와 캐릭터, 상황들이 1972년 영화 <디 아더>와 비슷하다는 점도 좋은 이야기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겠죠.
<굿나잇 마미>는 전반적으로 느린 템포로 진행되지만, 흥미진진한 서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섬세한 연출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죠. 이 영화는 모성애, 상실감, 정체성의 혼란, 트라우마가 남긴 상처 같은 일상의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의 미학적 감성과 호러 장르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수작입니다.
덧붙임...
1. 엄마를 연기한 수잔느 웨스트는 역할을 준비하기 위해 세 달 동안 혼자 살았으며, 종종 온몸을 붕대로 감싸기도 했다는군요. 그리고 그녀는 두 마리의 애완 바퀴벌레를 키우기도 했답니다. 극중 소름끼치는 큰 바퀴벌레 장면을 위해서 말이죠.
2. 엘리아스와 루카스 쌍둥이 형제의 주연 역할에 130쌍의 쌍둥이들이 오디션을 보았다고 하는군요. 최종 캐스팅에서 재미있는 테스트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배우를 의자에 묶어놓고 아이들에게 "이 여자가 너희 엄마를 납치했어. 엄마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야 해"라고 말을 한 것이죠. 선택된 쌍둥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즉시 펜을 들고 배우를 찌르려고 해서 뽑혔다고 합니다.
3. 영화 전반에 걸쳐 눈에 확 띄는 쌍둥이들 간의 차이는 엘리아스는 왼손잡이이고 루카스는 오른손잡이라는 점입니다. 이 차이는 소시지를 먹거나, 정원에서 우박을 던지거나, 문을 열거나, 이를 닦는 등 여러 장면에서 확인됩니다.
4. 2022년 나오미 왓츠 주연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되었습니다.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원작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또 한 편의 사례로 남게 됩니다.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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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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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리메이크는 정말 성공 사례가 드무네요
오늘도 불금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