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62] 장르의 새로운 접근 - 소름
소름 - Creep (2014)
장르의 새로운 접근
<크립>은 2014년 개봉한 파운드 푸티지 호러 영화로, 기존 영화들의 관습적인 요소들을 과감히 탈피하면서 신선한 자극을 준 영화입니다. 패트릭 브라이스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마크 듀플라스와 브라이스가 공동 각본을 맡았으며, 두 배우의 즉흥 연기를 바탕으로 제작이 이루어졌다는군요.
영화는 비디오그래퍼 애런이 온라인 광고를 보고 외딴 산장에서 조셉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조셉은 불치병 환자로, 태어나지 않은 아들을 위해 하루 동안의 영상을 남기고 싶어 일을 의뢰한 것이죠. 하지만 조셉의 괴상한 행동은 애런에게 점점 더 불안감을 줍니다. 애런은 상황의 위험성을 깨닫고 떠나려 하지만, 조셉의 집착적인 성향 때문에 벗어나기 힘들어지죠.
<크립>의 특징은 파운드 푸티지 호러 장르의 재해석입니다. 이 영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운데요. 첫째, 기존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의 전형적인 초자연적 공포 대신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주제로 합니다. 이는 더욱 현실적인 공포를 자아내게 되죠. 둘째, 카메라 사용에 대한 의문을 효과적으로 해결합니다. 많은 영화들이 ‘저 상황에서 카메라를 들고 찍는단 말이야?’처럼 이해할 수 없는 촬영에 대한 의문을 피할 수 없는데, <크립>은 애런이 전문 비디오그래퍼 직업이고, 그 일을 위한 촬영이기 때문에 의문을 자연스럽게 해소합니다. 물론 ‘왜 찍고 있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넘어가도록 하죠.
영화는 초자연적 요소가 없는 대신, 괴상한 캐릭터를 앞세웁니다. 마크 듀플라스가 연기한 조셉이란 캐릭터는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그의 예측불가능한 행동과 변덕스러운 성격에서 나오는 행동은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 가운데 '피치퍼즈'라는 늑대 가면을 쓰고 문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장면은 섬뜩함과 우스꽝스러움이 공존하는, 영화의 상징적인 순간으로, 조셉이란 캐릭터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강렬한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크립>은 클리셰적인 점프 스케어를 통해 몇 차례 깜짝 쇼크를 연출하지만, 그보다는 인물이 느끼는 심리적 공포와 불안감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합니다. 그리고 사건 중심보다 캐릭터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그러한 접근 방식으로 단순 깜짝 효과를 넘어서 보다 깊이 있는 공포 체험을 가능케 합니다.
이와 더불어 주목할 만한 요소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적 요소와 블랙 코미디의 조화입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뒤틀린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 코드를 적절히 배치하고 있죠. 이런 장르적 혼합은 이야기의 리듬감을 부여하면서 몰입감을 높이는데 일조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들도 많습니다. 영화의 느린 페이스와 제한된 액션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효과적이지만, 지루함을 가져올 수 있죠. 가장 큰 불만은 결말에서 애런의 멍청하고 답답한 행동입니다. 그는 조셉을 두려워하면서도 왜 굳이 그가 부르는 장소로 나갈까요? 이는 현실적인 긴장과 공포를 자아내는 중반부까지의 흐름을 깨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결말 역시 다소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며, 예측이 가능하죠. 물론 이러한 요소들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 주제와는 잘 맞아떨어지기는 합니다. 만약 당신이 애런의 행동에 공감한다면 평소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와 신뢰, 외로움, 집착 등 인간 본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크립>은 저예산 독립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나름의 독창적인 접근과 인물 중심으로 강렬한 서스펜스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또 하나, 다른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과 비교해서 흔들림의 강도가 낮은 것도 장점이군요.
덧붙임...
1. <크립>은 저예산입니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만 달러 미만으로 추정된다고 하는군요. 촬영은 단 7일 만에 완료되었다는데, 이는 영화의 즉흥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을 강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2. 영화의 대부분은 즉흥 연기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마크 듀플라스와 패트릭 브라이스는 기본 플롯만 가지고 촬영에 임했고, 이러한 접근 방식은 캐릭터 간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군요.
3.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피치퍼즈' 늑대 가면은 우연히 만들어졌습니다. 제작진이 촬영 전날 밤 할로윈 용품점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이 즉흥적인 선택이 영화의 상징적인 요소가 되었죠.
4. <크립>의 성공 이후, 제작진은 처음부터 3부작을 계획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2017년에 <크립 2>가 개봉되었습니다. 3편은 아직 제작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 블룸하우스의 제이슨 블룸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즉시 배급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는 블룸하우스의 저예산 고효율 전략과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이 결정으로 <크립>은 더 넓은 관객층에게 노출될 수 있었습니다.
6. 영화는 실제 산장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이 산장은 마크 듀플라스의 가족 소유 별장이었고, 실제 환경 사용은 영화의 현실감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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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스틸 익숙한데.. 넷플릭스에 있었네요. 나중에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