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양우석 감독이 직접 쓴 '디렉터스 레터'
가장 변하지 않는 것의 변화, 그것에 대한 생각
하지만 ‘모든 인간은 태어났고 언젠가 죽는다’는 이 간단한 명제를 생각하며 되새기며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삶이란 좋든 싫든 크든 작든 파도가 계속 밀려오는 바닷가와 비슷해서, 밀려 부딪쳐오는 파도를 맞느라 태어나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며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찌됐든 우리 인간은 가족이 있기에 태어났고 대부분은 가족의 품 안에서 죽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인간은 가족에 대해서는 그 형태나 의미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고 변화가 없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실제로 인류사를 봐도 가족은 형태, 의미, 관계가 굉장히 보수적으로 천천히 변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한국에서의 가족의 형태, 의미, 관계는 크게 변했습니다.
인류사 어디를 찾아봐도 이렇게 짧은 시기에 이렇게 가족이란 존재의 변화가 큰 곳이나 때는 없었습니다.
물론 영화 <대가족>은 그 변화에 대한 답을 찾는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 <대가족>은 그 변화를 삶이 바빠서 잠깐 잊고 있었던 분들에게 상기시키고 질문하는 영화입니다.
저는 2000년은 ‘20세기와 21세기가 겹치는 묘한 해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가족>의 시대 배경을 20세기이면서 21세기인 서기 2000년에 두고 그 때의 시점에서 가족을 돌아보자 라고 정했습니다.
그리고 <대가족>의 ‘대’는 ‘크다(大)’가 아니라 ‘대하여(對)’입니다.
그래서 <대가족>의 영어제목이 About Family입니다.
<대가족>의 영화 구조는 다른 일반 영화와는 다소 다릅니다.
함무옥, 함문석, 민국-민선은 각각 개인의 결핍과 목표대로 개개로 움직입니다.
일치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개인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집중합니다.
글을 쓸 때 이렇게 이야기가 따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그게 지금의 가족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족의 구성원이지만 그래도 나 개인이 가장 중요하다’ 그게 지금의 가족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잘못됐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함무옥은, 함문석은, 민국-민선은 각자 생각하는 바대로 움직입니다. 따로따로.
저는 가족이 절대 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가족의 구성원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라 정해집니다. 그래서 ‘가족이 아픈 상처이고 불편한 분들도 많이 계시다’, 아니 거의 모든 분들에게 ‘가족은 불편과 고민의 원인일 거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가족입니다.
영화 <대가족>은 가족에 대해 기억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메시지를 앞세우고 눈물을 강요하게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수백 번을 볼 저를 위해서라도 재밌고 유쾌하게 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저는 작가와 연출자는 최초의 독자이며 관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간 저의 고민 그리고 배우분들과 스탭분들의 고민과 노력이 모여 한 편의 영화가 되어 이제 관객분들을 만나러 갑니다.
극장을 찾으시는 수고가 헛되지 않게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12월 11일에 뵙겠습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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